제49회 서울독립영화제가 새롭고 다양한 독립영화로 관객을 만난다. / 서울독립영화제 사무국
제49회 서울독립영화제가 새롭고 다양한 독립영화로 관객을 만난다. / 서울독립영화제 사무국

시사위크|사당=이영실 기자  “언제나 독립영화에 한국영화의 미래가 있었다. 위기에 처한 지금, 독립영화에 더욱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8일 서울 동작구 사당동 아트나인에서 서울독립영화제2023 공식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김동현 집행위원장과 김영우 프로그래머, 연상호 감독, 배우 권해효 등이 참석해 올해 영화제의 방향성과 특징을 소개했다. 

올해로 49회째를 맞이하는 서울독립영화제는 한 해의 독립영화를 아우르고 재조명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경쟁 독립영화제로, 독립영화인들이 함께 모이는 축제의 장으로서 연대와 소통의 공간이 돼오고 있다. 

올해 영화제는 ‘디어 라이프(Dear Life)’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친애하는 모두의 삶에게 이 시절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이며 어떤 각오와 달관과 행동을 준비하고 있는지 묻고, 영화에서 영화로 소통하고 이어질 삶을 통해 혼란한 오늘을 무사히 버텨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한다. 

출품작은 총 1,374편(단편 1,222편/장편 152편)으로, 이중 130편(단편 87편, 장편43편)이 영화제를 통해 관객을 만난다. 특히 출품작 수가 전년도 대비 200편이 감소했는데, 장편 출품 수는 1편 증가해 역대 최대 편수를 기록한 반면, 단편은 무려 201편이 줄었다. 

이에 대해 김동현 집행위원장은 “코로나19 여파로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지원 사업으로 진행해 온 숏폼 사업이 중단됐고, 최근 몇 년간 영화제들이 많이 폐지되면서 영화제라는 플랫폼을 통해 상영하는 단편 영화들이 상영 기회가 축소됐다”며 “영화제를 통한 제작 지원도 감소되면서 단편영화 제작 편수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올해 수상의 영예를 가져갈 경쟁후보 섹션은 본선 단편경쟁 29편, 본선 장편경쟁 13편, 새로운선택 21편(단편 15편, 장편6편)이다. 독립영화 화제작을 만날 수 있는 페스티벌 초이스 상영작은 36편(단편 21편, 장편15편)이고, 지역 영화 활성화와 독립영화 저변 확대 기여를 위한 섹션인 로컬시네마 부문은 13편이 상영된다. 

영화 팬 커뮤니티를 표방하는 MMZ와 공동 기획으로 마련한 해외초청 프로그램 ‘우리가 사랑한 21세기 시네아티스트’, 초기 독립애니메이션을 주제로 한 ‘독립영화 아카이브전: 한국 독립애니메이션, 시대의 소묘’도 눈여겨볼 만한 프로그램이다. 특히 아카이브전을 통해 최초의 독립애니메이션 ‘방충망’ ‘상흔’ ‘그날이 오면’이 최초 극장 상영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김영우 프로그래머는 “팬데믹이 지나면서 생태계에 변화가 생겼고 독립영화계도 마찬가지”라며 “그럼에도 서울독립영화제를 통해 여전히 독립영화의 미덕과 매력, 장점을 가진 작품을 소개하고자 노력했다”고 상영작들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서울독립영화제 기자회견에 참석한 (왼쪽부터) 김동현 집행위원장‧연상호 감독‧권해효‧김영우 프로그래머. / 서울독립영화제 사무국
서울독립영화제 기자회견에 참석한 (왼쪽부터) 김동현 집행위원장‧연상호 감독‧권해효‧김영우 프로그래머. / 서울독립영화제 사무국

본선 경쟁부문 심사위원은 장편 연상호 감독‧배우 예수정‧최재원 영화 제작자, 단편 김보라 감독‧이랑 감독‧이정흥 감독이 위촉됐다. 연상호 감독은 “2003년 ‘지옥’이라는 애니메이션이 본선 단편경쟁 부문에 오르면서 영화제와 첫 인연을 맺었는데 심사를 맡게 돼 감회가 새롭다”며 “어려운 여건 속에서 계속해서 작품을 만들고 있는 모든 감독들에게 응원을 보내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심사 기준에 대해서는 “기성 작가들이 어떻게 자기 세계를 이어오고 있는지, 신진 작가가 어떤 비전을 보여주고 있는지를 중심으로 심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더니 “‘지옥’으로 영화제에 초청됐을 때 수상에 실패하고 뒤풀이 자리에서 왜 내 작품에 상을 주지 않았냐고 심사위원과 언쟁이 있었다”며 “그런 언쟁이 일어나지 않게, 난동 피우는 일 없도록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결과를 가져오도록 하겠다”고 덧붙여 웃음을 안겼다. 

독립영화의 새로운 얼굴을 발굴하는 ‘배우프로젝트- 60초 독백 페스티벌’은 올해 6회차를 맞이했다. 배우 권해효, 조윤희의 제안으로 2018년에 시작돼 창작자와 배우 간 활발한 교류의 장을 마련해 온 ‘배우프로젝트’는 올해 지원자 수가 2,940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 뜨거운 관심을 입증했다. 

기획자인 권해효와 조윤희를 비롯, 배우 김종수‧류현경, 변영주 감독‧장건재 감독이 심사위원으로 나서 독립영화의 새로운 얼굴 발굴과 지원에 적극 힘을 실을 예정이다. 권해효는 “경쟁하고 평가하는 자리가 아니라 연기자로서 살아가는 것이 기다리고 부딪혀야 하는 일인데, 그런 분들에게 괜찮다, 멋있다고 용기를 주고 응원을 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개막작 ‘신생대의 삶’ 스틸. / 서울독립영화제 사무국
개막작 ‘신생대의 삶’ 스틸. / 서울독립영화제 사무국

개막작은 ‘신생대의 삶’이 선정됐다. 제43회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특별상 수상작 ‘국경의 왕’을 연출한 임정환 감독의 세 번째 장편 연출작이다. ‘신생대의 삶’은 지난해 서울독립영화제의 후반제작지원을 받은 작품으로, 실종된 남편을 찾아 리투아니아에 온 주인공 김민주(김새벽 분)가 남편의 흔적을 찾으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실종된 남편을 찾아 리투아니아에 온 주인공 김민주는 영화 ‘소피의 세계’ ‘벌새’, 넷플릭스 시리즈 ‘퀸메이커’ 등 다수의 작품에서 다양한 연기를 선보인 김새벽이 분하고, 디즈니+ ‘무빙’, 드라마 ‘악귀’,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말아’ 등 종횡무진 활약 중인 심달기가 민주의 대학 후배 김오영을 연기한다. 실종된 남편 역은 매년 다양한 작품으로 서울독립영화제를 찾는 박종환이 맡았다.

김동현 집행위원장은 코로나19 이후 여전히 회복되지 않고 있는 한국 영화계에 서울독립영화제가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것이라고 했다. 김동현 집행위원장은 “올해 영화제를 준비하면서  한국 영화산업 전체가 상당한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서울독립영화제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많은 고민을 했다”며 “그런 위기 속에서도 여전히 많은 독립영화들이 제작되고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할 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영화산업의 동력이야 상업영화겠지만 누구도 상업영화에 한국영화의 미래가 있다고 이야기하지 않는다”면서 “언제나 독립영화에 미래가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독립영화에 주목해야 한다. 연상호‧봉준호‧김성수‧강제규‧류승완‧임순례 감독 등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감독의 처음 시작은 독립영화 단편이라는 것을 기억하고 주목해 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또 “관객이 극장에 오지 않는다고 하지만 올해 치러진 영화제에 많은 관객이 찾아줬고 이번 서울독립영화제도 뜨거운 호응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항상 어려움이 있었지만 서울독립영화제는 늘 연말에 열리는 축제였다. 그 축제의 자리에서 창작자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얻어갔다. 올해도 그런 자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서울독립영화제2023은 오는 30일부터 내달 8일까지 CGV압구정 5개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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