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올해 초부터 태영그룹 지원 아래 유동성 확보 집중
한신평, 차입금 및 PF우발채무 감소되지 않는 점 부담으로 지적

태영건설이 지난 4일 그룹 창업주인 윤세영 회장의 경영 복귀를 발표했다. / 태영건설
태영건설이 지난 4일 그룹 창업주인 윤세영 회장의 경영 복귀를 발표했다. / 태영건설

시사위크=김필주 기자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던 태영그룹 창업주 윤세영 회장이 5년 만에 경영 복귀를 선언함에 따라 건설업계의 시선이 태영건설에게 쏠리고 있다.

업계는 윤세영 회장의 경영 복귀 결정이 단순 경영 참여가 아닌 태영건설 살리기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로 해석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 악화 및 PF발 자금 경색 등으로 여러 건설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PF우발채무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태영건설 역시 어려운 경기 여건이 장기화된다면 향후 유동성 위기를 겪을 수 있어서다.

실제 지난 9월말 태영건설은 일각에서 제기된 ‘유동성 위기설’로 인해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당시 태영건설은 “그룹 차원의 지원까지 포함해 4,000억원 이상의 현금을 보유 중인 상황이며 (유동성 위기설)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후 태영그룹은 이같은 우려를 종식시키기 위해 회사채 발행, 계열사 매각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태영건설 유동성 지원에 나서고 있다.

따라서 윤세영 회장 경영 복귀 이후 태영그룹이 태영건설 지원을 위해 어떤 사업전략을 구사할지가 업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 태영그룹, 태영건설 유동성 확보 위해 총력

태영그룹과 태영건설은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올해 초부터 적극적인 유동성 확보에 나서는 중이다. 올해 1월 태영건설은 그룹 지주회사 TY홀딩스로부터 4,000억원의 자금을 차입한데 이어 올 3월에는 한국투자증권과 함께 각각 800억원, 2,000억원을 납입해 PF사업장의 자금조달을 위한 2,8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했다. 이와 함께 올 1분기 중 3회에 걸쳐 총 1,6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하반기에도 유동성 확보를 위한 노력은 계속됐다. 9월 태영건설은 본사 사옥을 담보로 금융기관으로부터 1,900억원을 단기차입했다. 10월 TY홀딩스는 물류계열사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추진을 발표하고 이로 인해 확보한 자금 전액을 태영건설에 지원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또 TY홀딩스는 지난 11월 SBS미디어넷 지분 70%를 담보로 760억원을 대출받았는데 이를 두고 업계는 태영건설 지원 등 그룹 차원의 유동성 확보를 위한 조치로 풀이했다.

이외에도 태영그룹 및 태영건설은 올 연말까지도 꾸준히 유동성 확보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 태영건설, 줄지 않는 ‘PF보증 및 차입금‘ 불안 요인

신용평가기관은 쉽사리 줄지 않는 차입금과 PF보증이 향후 태영건설에게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신용평가(한신평)는 지난 9월말 ‘건설 : 끝나지 않은 PF Risk, 유동성 역경에서 살아남기’ 보고서를 통해 태영건설에 대해 “사업장 구성에서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지방 분양시장의 회복이 늦어짐에 따라 자체 차입규모나 PF우발채무가 쉽게 줄어들지 못하는 점은 재무적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PF보증 구성 중 미착공 사업장 비중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지만 착공 PF 가운데 아직 분양이 진행되지 않은 현장이나 산업단지, 물류센터 등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점도 부담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한신평에 따르면 태영건설의 연결기준 도급사업 PF보증규모는 지난 2020년말 기준 1조3,000억원에서 올해 8월말 기준 2조8,000억원으로 2년 8개월만에 1조5,000억원 가량 급증했다. 자체사업인 자회사 차입금에 대한 PF보증을 포함한 별도기준 PF보증 규모는 올 8월말 기준 3조4,000억원 규모다.

연결기준 2021년말 기준 9,470억원 수준이었던 순차입금은 작년말 1조6,159억원까지 증가한 뒤 올해 6월말에는 1조7,466억원까지 늘어났다. 같은시기 총차입금은 1조5,498억원, 1조9,995억원, 2조3,104억원으로 계속 불어났다.

한신평은 “9월 중 본사 사옥 담보 차입(1,900억원) 등을 바탕으로 4,000억원 내외 현금성자산(별도기준)을 확보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단기적인 유동성 대응은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면서도 “다만 지금과 같은 비우호적인 자금조달 여건이 지속된다면 재무적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달 태영건설이 공시한 3분기보고서 등에 따르면 올 3분기 연결기준 태영건설의 PF보증규모는 2조5,960억원으로 이는 작년 같은 기간 2조2,614억원보다 3,000억원 가량 증가한 규모다. PF보증 상당수는 김해대동첨단산업단지(1,800억원), 신경주역세권공영개발(2,000억원), 전주 에코시티(1,184억원), 구미 지엠파크(1,540억원), 강릉 엘엔디(1,120억원) 등 지방 사업장에 몰려있다.

업계는 최근 경영에 복귀한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주가 태영건설 구원투수 역할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 태영그룹
업계는 최근 경영에 복귀한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주가 태영건설 구원투수 역할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 태영그룹

◇ ‘구원투수’ 윤세영 회장, 향후 행보에 업계 이목 집중

그룹 차원의 지속적인 지원 속에서도 태영건설에 대한 불확실성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자 지난 4일 태영그룹은 윤세영 회장의 경영 복귀 소식을 전격 발표했다. 

당시 태영그룹 측은 “건설업계 전체가 PF 우발채무 등으로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 속에서 태영건설의 사회적 책무를 완수하고자 그룹 창업주인 윤세영 회장이 경영 일선 복귀를 결정했다”며 “윤세영 회장은 50년 전 태영건설을 창업할 때의 정신과 창업 초심으로 돌아가 모든 걸 다 바친다는 각오로 계열사를 포함한 그룹 전체를 지휘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고 전했다.

1933년 강원도 철원에서 태어난 윤세영 회장은 서울대 법과대학 행정학과 졸업 후 지난 1973년 태영건설을 창업했다. 1988년 태영그룹 회장에 오른 그는 1990년 민영방송사인 SBS를 창립한 데 이어 태영그룹을 자산규모 10조원대 회사로 성장시켰다. 

윤세영 회장은 지난 2019년 3월 아들인 윤석민 회장에게 태영그룹 회장직을 물려주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바 있다. 이번 경영 복귀 결정은 5년만에 이뤄진 조치다.

태영그룹은 조만간 이사회 및 주주총회를 열고 윤세영 회장을 지주회사인 TY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할 방침이다.

업계는 윤세영 회장이 본격적으로 태영건설 구원투수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태영건설의 PF 우발채무 관련 불확실성을 어떻게 해소할지에 업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창업주가 직접 경영 일선 복귀에 나섰다는 것은 그만큼 현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젊은시절 직접 손으로 일뤄낸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태영건설을 포함해 그룹 전반에 걸쳐 대대적인 조직개편 및 혁신 방안 등이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며 “최근 알짜배기 계열사 매각을 결정하고 고금리로 자금을 단기차입했던 태영그룹·태영건설이 지금보다 더 적극적인 방식으로 유동성 확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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