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평 “악성루머, 유동성 리스크 실제화 및 확대 가능성 있어 ”
한신평 “지방 분양시장 부진으로 재무부담 해소 상당기간 걸려”

최근 신용등급평가기관들이 잇달아 태영건설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 태영건설
최근 신용등급평가기관들이 잇달아 태영건설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 태영건설

시사위크=김필주 기자  신용평가기관들이 태영건설의 신용등급을 잇달아 하향조정했다. 이에 따라 업계 내에서는 그간 나돌던 태영건설에 대한 ‘유동성 위기설’이 내년에 실제 현실화되는 것이 아니냐며 우려를 표했다.

◇ 한기평 “한투증권과의 펀드 차환 여부가 리스크 분기점”

지난 21일 한국기업평가(한기평)은 태영건설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기존 ‘A-(안정적)’에서 ‘A-(부정적)’으로 조정했다. 한기평은 △자금시장 경색에 따른 PF유동화증권 매입으로 재무부담 확대 △과중한 PF우발채무 수준 △자금시장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유동성 관리 필요 등을 등급 조정 근거로 제시했다. 

태영건설은 올해 9월말 누적기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2.4% 증가한 2조3,891억원을, 영업이익은 311% 급증한 977억원을 각각 기록한 바 있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부터 PF유동화증권 직접 매입이 재개되며 올 9월말 연결기준 순차입금은 작년말 대비 2,299억원 증가한 1조8,176억원으로 집계됐다. 아울러 한기평이 파악한 태영건설의 PF유동화증권(21일 기준) 규모는 약 3,548억원 수준이다.

또 한기평에 따르면 올해 11월말 연결재무제표상 태영건설의 차입금으로 포함돼 있는 PF차입금5,680억원과 연결실체가 보유한 개발사업 PF우발채무 2조3,000억원을 더하면 태영건설의 PF 관련 차입금 총액은 2조9,000억원 규모다. 

태영건설 계열사가 직접 매입한 PF유동화증권을 제외하면 차환이 필요한 PF차입금 잔액은 2조3,000억원 정도다. 이 가운데 분양률 양호 사업장, 준공 완료로 담보가치를 가지는 자산에 대한 PF차입금 등을 제외하면 현재 분양이 진행되지 않은 착공·미착공 사업장, 태영건설이 사업철수를 진행 중인 사업장과 관련해 차환이 필요한 PF우발채무 규모는 1조2,565억원으로 집계됐다. 

한기평은 착공사업 중 지자체 관련 청년주택 등을 제외하면 리스크가 실제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은 태영건설의 PF우발채무 규모는 약 1조원이 될 것으로 추산했다. 이 중 1,900억원 가량은 올해 12월부터 내년 2월에 걸쳐 만기도래한다.

김현 한기평 책임연구원은 “연내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등이 유입될 예정임을 감안하면 2올해말 태영건설이 보유한 현금성자산은 약 3,000억원 정도로 예상한다”며 “월별 회수 예정인 공사대금 등을 감안할 경우 단기 유동성 대응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기평에 의하면 현재 태영건설이 진행 중인 분양사업들의 올해 9월말 기준 분양률은 99.4%로 대금회수 리스크는 낮은 편이다.

다만 김현 책임연구원은 “내년 3월 태영건설이 지난 2022년에 한국투자증권과 공동 조성한 펀드의 만기가 도래한다”면서 “해당 펀드의 차환 여부 등이 태영건설 유동성 리스크와 관련해 주요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3월 초 태영건설은 PF사업 자금조달을 위해 한국투자증권과 2,800억원 규모의 금융조달 상품인 ‘태영건설·한국투자증권 투자 파트너십 프로젝트’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당시 태영건설은 800억원을, 한국투자증권은 2,000억원을 해당 상품(펀드)에 납입했다. 

이와 함께 김현 책임연구원은 시장에 나돌고 있는 태영건설에 대한 여러 악성루머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그는 “최근 들어 태영건설과 관련한 시장의 부정적인 시각에 따른 지속·반복적인 출처 불명의 정보들은 회사의 유동성 리스크를 확대하고 실제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특정 업체의 유동성 리스크 확대가 업종 전체의 자금조달로 이어지는 건설업 특성상 이러한 출처 불명 정보들의 무분별한 확대는 차환 가능성이 높은 채무의 차환 가능성마저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해 업종 전반의 유동성 리스크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신용평가기관들은 향후 태영건설의 PF유동화증권 차환 여부 등을 집중 모니터링하기로 했다. / 뉴시스
신용평가기관들은 향후 태영건설의 PF유동화증권 차환 여부 등을 집중 모니터링하기로 했다. / 뉴시스

◇ 한신평 “PF우발채무 감축 늦어지면 재무부담 확대될 것”

또 다른 신용평가기관인 한국신용평가(한신평)는 지난 20일 태영건설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안정적’에서 ‘A-/하향검토’로, 기업어음 신용등급은 ‘A2-’에서 ‘A2-/하향검토’로 각각 조정했다.

한신평 역시 지속 중인 과중한 PF우발채무 부담과 PF유동화증권 등의 차환부담 확대를 등급조정 원인으로 꼽았다. 

한신평은 태영건설이 늘어난 재무부담을 단기간 해소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회사의 분양예정 및 PF보증 사업장에서 상당 비중인 지방 분양시장과 비주택 시장의 부진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더불어 작년 이후 늘어난 공사원가와 영업자산 누적으로 저하된 현금흐름도 태영건설의 재무부담 해소에 어려움을 줄 것으로 봤다.

전지훈 한신평 연구위원은 “계열사의 재무적 지원 방안과 태영건설의 자구계획 등이 원활히 진행되면 단기적인 유동성 대응과 PF우발채무 부담 완화에 기여할 것으로 판단된다”면서도 “단 PF시장 전반의 불확실성과 함께 비우호적인 자금조달 여건이 지속되거나 본PF 전환 등을 통한 PF우발채무 감축이 지연될 시 높은 수준의 재무적 변동성이 상당기간 이어질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한신평은 향후 태영건설을 상대로 △PF유동화증권 등의 원활한 차환 여부 △자구안 실행 등을 통한 보증 감축규모 △실질적인 유동성 대응 수준 등을 집중 모니터링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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