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그룹이 DB하이텍을 둘러싸고 빚어졌던 경영권 분쟁을 일단락시키는데 성공했다. / DB하이텍
DB그룹이 DB하이텍을 둘러싸고 빚어졌던 경영권 분쟁을 일단락시키는데 성공했다. / DB하이텍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핵심 계열사인 DB하이텍을 향한 행동주의펀드 KCGI의 공세를 마주했던 DB그룹이 큰 산을 넘게 됐다. KCGI와 원만한 협의에 성공하며 경영권 위협이란 중대 리스크를 털어낸 것이다. 다만, 향후 풀어나가야 할 까다로운 과제도 여전히 남아있는 모습이다.

◇ DB그룹, KCGI 지분 매입해 DB하이텍 경영권 안정화

DB그룹의 지주사격인 DB아이엔씨(DB Inc)는 지난 28일 ‘주요사항 보고서’ 공시를 통해 행동주의펀드인 KCGI 측과 단행한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을 발표했다. KCGI의 투자목적회사인 캐로피홀딩스가 보유 중인 DB하이텍 지분 7.05% 중 5.26%에 해당하는 250만주를 1,650억원에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이에 따라 DB하이텍의 최대주주인 DB아이엔씨는 보유 지분이 12.39%에서 18%로 늘어날 전망이며,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지분도 23%를 넘기게 된다. 반면, DB아이엔씨와 국민연금에 이어 3대주주 자리를 꿰찼던 KCGI측은 보유 지분이 1.42%로 줄어든다.

이는 DB하이텍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됐음을 의미한다. 국내 행동주의펀드의 대표주자인 KCGI가 DB하이텍을 겨냥해 공세의 신호탄을 쏜 것은 지난 3월이다. 당시 KCGI는 DB하이텍 보유 지분을 확대하면서 공시 의무가 발생했고, 7.05%의 지분보유 현황을 공시하며 보유 목적을 ‘경영권 영향’으로 명시했다.

이후 KCGI의 행동은 6월 들어 본격화했다. 주주협의 등 소통을 수차례 요청했음에도 DB하이텍이 이에 응하지 않았다며 공개 주주서한을 통해 △지배주주의 사적이익 추구 △불투명한 경영 및 내부통제 미비 △무시되고 있는 주주권익 등의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뒤이어 회계장부와 이사회의사록 열람을 요청하는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가뜩이나 앞서 DB글로벌칩을 물적분할 방식으로 분사하는 과정에서 소액주주연대의 불만을 마주한 바 있는 DB그룹에게 KCGI의 공세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었다. 특히 그룹 차원에서 확보 중인 DB하이텍 지분이 18%를 밑도는 가운데, 국민연금과 KCGI의 지분 합계는 16%를 넘어섰다. KCGI의 각종 요구에 국민연금이 동조하고 소액주주들까지 힘을 보탤 경우 경영권이 위협받기 충분한 상황이었다.

이에 DB그룹은 KCGI 측과 보다 적극적인 대화에 나섰으며, 결국 협의에 이르게 됐다. 물론 그에 상응하는 ‘조건’도 있다. DB아이엔씨와 캐로피홀딩스의 블록딜이 공시된 날, DB하이텍은 ‘수시공시 의무 관련사항’ 공시를 통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기업지배구조 개선정책을 내놓았다.

여기엔 △향후 5년간 30%대의 주주환원율을 유지하고, 이를 위해 배당성향은 10%대에서 최대 20%까지 확대 △발행주식총수의 6.14%에서 15%까지 자사주 취득율 점진적 확대를 골자로 하는 주주환원정책과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하고 이사회 의장은 사외이사로 선임 △이사회 산하 내부거래위원회 및 보상위원회 설치 △감사위원회 연 4회 이상 확대 운영 및 위원장과 외부감사인의 독립적 회의 보장 △국내외 신뢰도 있는 기관의 지표 및 가이드라인을 기반으로 한 이사회 평가 정례화 등의 내용을 담은 이사회 운영정책이 담겼다. 이는 KCGI 측 요구를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결과적으로 DB그룹은 정기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핵심 계열사의 경영권 위협이란 중대 리스크를 덜어내며 한숨을 돌리게 된 모습이다.

다만, 여전히 까다로운 과제도 남아있다. 우선 이번에 제시한 주주가치 제고 방안과 이사회 운영정책을 실행에 옮겨나가야 할 뿐 아니라, 지속적인 발전 및 개선을 추구해야 한다. 이와 함께 그룹 차원의 지주사 전환 이슈 대응도 불가피하다.

무엇보다 오너일가를 둘러싼 각종 문제제기는 민감한 과제가 될 전망이다. KCGI 측은 앞서 DB그룹 차원의 복잡한 지배구조와 경영권 보호 목적으로 의심되는 자사주 매입 및 물적분할, 지배주주 개인회사와의 내부거래 및 자산 유출, 거액의 기부금 지출 및 김준기문화재단의 DB하이텍 지분 취득 등을 큰 문제로 지적했다. 또한 KCGI는 과거 성범죄 전력으로 그룹 이미지를 훼손시키기까지 했던 김준기 창업회장이 DB하이텍 미등기임원으로 재직하며 거액의 보수를 수령하고 있는 점도 꼬집은 바 있다.

이는 공정거래위원회 차원에서도 주시하고 있는 사안이다. 공정위는 최근 ‘2023년 공시대상기업집단의 지배구조 현황’을 발표하면서 총수일가의 미등기임원 재직 문제를 거론했다. 총수일가의 미등기임원 재직은 권한만 누리고 책임은 부담하지 않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김준기 DB그룹 창업회장은 현재도 DB하이텍의 미등기임원으로 재직 중이며 올해 상반기에만 17억원의 보수를 수령했다.

 

근거자료 및 출처
DB ‘주요사항 보고서’ 공시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31228000640
2023. 12. 28.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DB하이텍 ‘수시공시 의무 관련 사항’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31228800963
2023. 12. 18.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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