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GI가 DB하이텍에 대해 회계장부 열람 등을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며 공세를 본격화한 가운데, DB하이텍도 대응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 그래픽=권정두 기자
KCGI가 DB하이텍에 대해 회계장부 열람 등을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며 공세를 본격화한 가운데, DB하이텍도 대응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 그래픽=권정두 기자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국내 주주행동의 대표주자인 KCGI와 DB그룹 핵심 계열사인 DB하이텍 사이에 분쟁의 서막이 올랐다. 앞서 주주행동을 본격화하고 나섰던 KCGI가 법적 조치를 실행에 옮기며 공세의 수위를 높인 것이다. 이에 맞선 DB하이텍 역시 자문사를 선정하고 IR을 강화하며 대응에 나선 모습이다.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질 것으로 보여 이목이 집중된다.

◇ 공세 수위 높이는 KCGI… DB하이텍은 ‘방어태세’ 구축

KCGI와 DB하이텍의 분쟁이 본격적인 국면에 돌입했다.

지난 3월 공시 의무가 발생함에 따라 DB하이텍 지분 7.05%를 보유 중이라고 공시한 KCGI는 보유목적을 ‘경영권 영향’으로 명시했다. 이는 앞서 상당수 기업들을 상대로 주주행동을 전개하며 존재감을 각인시켜온 바 있는 KCGI가 DB하이텍을 새롭게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KCGI가 공개적으로 발톱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6월 들어서다. KCGI는 이달 초 DB하이텍이 지닌 여러 문제점에 대한 지적과 개선 요구를 담은 주주서한을 공개하는 한편, 그동안 DB하이텍 측이 주주협의를 통한 대화를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13일엔 “주주서한 공개 후 DB하이텍이 뒤늦게 자료 요청에 응했지만 구태의연한 경영행태에 대한 형식적인 변명뿐이었고 주요사항에 대한 응답은 회피했다”고 지적하며 회계장부 열람 및 이사회 의사록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KCGI는 특히 이러한 조치와 관련해 “DB하이텍이 무엇인가 감추거나 숨기기 위한 방편으로 미온적이고 회피적인 대처를 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DB하이텍의 협조를 마냥 기다리며 현상을 그대로 방치하기에는 현재와 같은 경영 행태를 더 부추길 우려가 있을 뿐 아니라 자료를 폐기하거나 은닉할 시간적 여유를 주는 결과가 돼 사실관계 관련 자료를 확보할 적기를 놓칠 위험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후 DB하이텍 측 역시 지난 20일 ‘소송 등의 제기·신청’ 공시를 통해 KCGI 측으로부터 회계장부 등의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신청이 제기됐다고 알렸다.

KCGI의 이 같은 가처분 신청 제기는 본격적인 공세를 위한 시작 단계에 해당한다. 회계장부 및 이사회 의사록을 확보한 뒤 면밀히 검토해 문제가 발견될 경우 법적 대응 등 보다 실질적인 공세에 나설 전망이다. 실제 KCGI 측은 “향후 주주권 보호를 위해 어떠한 형태의 법적 대응도 불사할 것”이라고 예고한 상태다.

이에 맞선 DB하이텍 측 행보도 눈길을 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DB하이텍은 KCGI가 자료를 요구하는 등 물밑 행동에 나선 직후 삼성증권을 경영권 방어 자문사로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증권은 과거 한진그룹이 KCGI와 경영권 분쟁에 휩싸였을 당시에도 자문사로서 대응을 도운 바 있다.

뿐만 아니다. IR 활동 측면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DB하이텍은 지난 19일부터 23일까지 국내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일대일 미팅 방식의 IR을 진행하고 주요 경영현황을 설명했다. 특히 DB하이텍은 이러한 IR 개최 계획을 지난 15일 공시를 통해 이례적으로 알리고, 홈페이지를 통해 IR 자료를 공개하기도 했다. DB하이텍이 이처럼 공개적인 IR 활동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처럼 KCGI가 공세를 본격화하고, DB하이텍이 타협이 아닌 방어 의지를 내비치면서 양측의 분쟁은 향후 치열한 공방전을 예고하고 있다. KCGI의 행동이 DB하이텍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근거자료 및 출처
DB하이텍 ‘소송 등의 제기·신청‘ 공시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30620800110
2023. 6. 20.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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