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4 대신 삼성리서치 방문… 6G사업 현황 점검
6G, 생성형 AI시대 중요성↑… ‘상호보완적’ 관계 연구도 필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글로벌 가전 전시회 ‘CES 2024’도 참석하지 않은 채 ‘6G통신’ 기술 개발 현황 점검에 나섰다. 차세대 통신 기술 시장 선점을 통한 글로벌 IT시장 영향력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글로벌 가전 전시회 ‘CES 2024’도 참석하지 않은 채 ‘6G통신’ 기술 개발 현황 점검에 나섰다. 차세대 통신 기술 시장 선점을 통한 글로벌 IT시장 영향력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새해 첫 경영 행보에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글로벌 가전 전시회 ‘CES 2024’도 참석하지 않은 채 ‘6G통신’ 기술 개발 현황 점검에 나섰기 때문이다. 차세대 통신 기술 시장 선점을 통한 글로벌 IT시장 영향력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 이재용, ‘라스베이거스’ 거르고 ‘우면동’ 찾은 이유는 ‘6G’

삼성전자는 이재용 회장이 10일 서울 우면동 소재 삼성리서치를 찾아 6G 등 차세대 통신 기술 동향 및 대응방안을 점검했다고 밝혔다. 6G기술 선점 여부가 삼성과 우리나라 기술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이 이재용 회장의 방문 이유다.

삼성리서치는 삼성의 글로벌 R&D 허브다. 차세대 네트워크 통신기술과 인공지능(AI), 로봇, 헬스케어 등 최첨단 분야의 미래 기술을 연구한다. 흔히 삼성의 혁신을 이끄는 ‘외계인’들이 근무하는 곳이 바로 삼성리서치라고 볼 수 있다.

삼성리서치를 방문한 이재용 회장은 6G 통신기술 개발 현황, 국제 기술 표준화 전망, 6G 및 5G어드밴스드 등 차세대 통신기술 트렌드를 살펴봤다. 또 기존 5G보다 운영 효율과 성능을 개선하는 5G 진화기술과 미래 네트워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사업전략에 대해 논의했다.

이재용 회장은 “새로운 기술 확보에 우리의 생존과 미래가 달려있다”며 “어려울 때일수록 선제적 R&D와 흔들림 없는 투자와 더 치열한 도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시장 경쟁 승리를 위한 선제적 투자 및 연구개발 확대도 필요하다”며 “이를 기반으로 한 기반의 초격차 기술 선점 및 미래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재용 회장의 당부처럼 6G는 실제로 4차 산업시대의 ‘혈관’으로 불린다. 고성능 로봇, AI, 자율주행 등 첨단 기술 구현의 밑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관련 산업 규모도 급성장할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은 지난해 기준 6G 관련 산업 규모가 51억달러(약 7조원)에 이른 것으로 분석했다. 오는 2030년엔 이보다 약 660% 증가한 402억달러(약 52조7,826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마켓앤마켓은 “6G기술의 등장으로 제조 산업은 큰 변화를 겪게 될 것”이라며 “6G네트워크는  생산 공장 내 자동화, 고속 데이터 교환 등을 가능케 해 제조 프로세스의 혁신을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10일 서울 우면동 소재 삼성리서치를 찾아 6G등 차세대 통신 기술 동향 및 대응방안을 점검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모습./ 삼성전자
10일 서울 우면동 소재 삼성리서치를 찾아 6G등 차세대 통신 기술 동향 및 대응방안을 점검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모습./ 삼성전자

◇ 6G, 생성형 AI와 ‘상호보완적 관계’… 어느 것도 놓칠 수 없다

최근 ‘생성형 AI’가 주요 산업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초고속 통신 기술은 더욱 중요해졌다. 고성능 생성형 AI의 기반이 되는 것은 ‘초거대 AI’ 모델이다. 때문에 중앙 서버에서 AI모델로 빠르게 데이터를 전송·학습시킬 수 있는 6G통신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흥미로운 것은 생성형 AI기술은 6G통신을 강화시킬 수 있는 ‘상호보완적’ 관계라는 점이다. 현재 4G, 5G 등 일반 통신이 가지고 있는 데이터 지연, 리소스 분배 문제들을 생성형 AI의 뛰어난 데이터 분석·도출 능력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인도의 방갈로르 공대 도시공학과 연구팀은 최근 유럽 화학 학술지 ‘European Chemical Bulletin’에 게재한 논문에서 “AI와 머신러닝 모델은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새로운 파형을 개발해 6G기술의 핵심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생성형 AI는 6G속도를 어떤 방식으로 개선할 수 있을까. 신명기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책임연구원이 지난해 7월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에 게재한 보고서에 따르면 6G에 AI기술을 적용하기 위해선 다음과 같은 조건이 필요하다. 

먼저 종단간 및 무선구간과 네트워크 전체에 걸쳐 포괄적·협력적 방식의 지원이 필요하다. 또  다양한 계층·도메인, 전체 네트워크에 걸쳐 표준화된 데이터 수집 인터페이스가 필요하다. 6G네트워크 관리 AI학습을 위한 데이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강화학습’, ‘분할학습’, ‘전이학습’ 등 AI모델 인터페이스도 6G시스템 표준화를 위해 결합 사용 가능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신명기 책임연구원은 “6G네트워크가 다양한 산업군의 공통 인프라로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선 네트워크를 포함한 시스템 기술, AI와 같은 새로운 소프트웨어 프레임 워크 기술에 대한 통합적 연구가 필요하다”며 “이에 대한 적극적 표준화 대응이 요구된다”고 분석했다.

◇ 6G도 초격차 목표… 삼성리서치 중심으로 표준화·기술주도권 확보

글로벌 기술 트렌드에 맞춰 삼성전자도 세계 최초로 5G통신기술을 상용화한 경험과 역량을 바탕으로 6G 분야에서도 ‘초격차 리더십’을 이어가겠다는 목표다.

연구 중심에는 삼성리서치가 있다. 2019년 삼성리서치는 ‘차세대통신연구센터’를 설립해 6G 글로벌 표준화와 기술 주도권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이재용 회장이 ‘라스베이거스’가 아닌 우면동 연구 사옥에 방문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삼성리서치는 올해 구체적인 6G사업 전략을 밝히진 않았다. 다만 지난 2020년 발간한 ‘6G백서’를 바탕으로 사업 추진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6G백서는 삼성리서치가 6G사업 비전을 담아 발표한 사업 전략서다. 2030년 6G의 대규모 상용화를 목표로 6G기술 연구를 추진한다는 내용이다. 삼성리서치가 현재 추진 중인 핵심 기술 개발 분야는 초고집적·고차원 다중 입출력(MIMO)안테나, 저전력·고효율신호처리기술 등이다.

또한 지난해 2월 삼성전자가 확보한 ‘비지상 네트워크(NTN)’ 표준 기술도 6G경쟁력 강화의 초석이 될 전망이다. NTN이란 사막·바다·산악 지대의 통신 음영지역이나 재해 상황에서도 사각지대 없는 통신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지상 네트워크가 닿지 않는 무인항공기, 플라잉카 등 도심항공교통(Urban Air Mobility, UAM) 등에 폭넓게 활용될 수 있다.

현재 NTN기술은 5G통신을 위해 마련된 것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엑시노스 모뎀을 지속 발전시켜 6G를 기반으로 한 만물인터넷(IoE, Internet of Everything) 시대의 필수 기술을 선제적으로 확보해 나간다는 목표다.

‘표준화 확보’도 삼성리서치의 6G시장 선도 핵심 전략이다. 실제로 최형진 삼성리서치 차세대통신연구센터 연구원 삼성전자는 지난 2021년 3월 ‘국제전기통신연합 전파통신부문(ITU-R) 총회’에서 ‘6G비전 그룹’ 의장으로 선출됐다. ITU-R은 전파통신 규약을 담당하는 국제 의결기구다. 2023년 6G 비전 완성을 목표로 국제 표준화 준비에 나서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