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용 국가정보원장 후보자가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 뉴시스
조태용 국가정보원장 후보자가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로비일까 우연일까. 조태용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여야는 조 후보자와 엑손모빌 측과의 임대차 계약에 집중했다. 퇴직 이후 경제적 필요에 의한 계약이었을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조 후보자의 해명과 달리 야당에서는 고위공직자들과 외국계 기업의 석연찮은 계약이 반복되고 있다며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고위공직자들에 대한 전수조사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 특혜 의심한 민주당 

국회 정보위원회는 11일 조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고 자질 검증에 돌입했다. 국정원장이라는 특수성에 따라 이날 청문회는 신상 검증 부분만 공개로 진행됐다. 조 후보자의 과거 음주운전 전과와 자녀 병역 문제, 배우자의 증여세 문제 등을 두고 시작부터 첨예했다. 이 과정에서 회의가 잠시 정회되기도 했다. 야당이 조 후보자의 자료제출 미흡을 지적했기 때문이다. 이후 관련 자료들이 제출되면서 회의는 다시 진행됐다.

이날 청문회에서 가장 뜨거웠던 사안은 조 후보자의 ‘임대차 계약’ 문제였다. 정치권에 따르면 미국계 정유회사인 엑손모빌 자회사는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조 후보자의 자택을 지난 2017년 9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3억2,000만원 근저당 설정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JTBC 보도에 따르면 임대 수입이 월 1,200만원에 가까운데 인근 시세인 700~800만원에 비해서도 훨씬 높다”고 했다. 보편적이지 않다는 의심을 드러낸 것이다.

통상적 월세 계약의 형식이 아닌 근저당을 설정하는 형태로 계약이 이뤄졌다는 점도 야당은 미심쩍어했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인사청문회에서 “보통 외국에서 월세 계약을 하면 3개월, 6개월 치를 보증금처럼 주고 매달 월세를 준다”며 “이상하게 한국에서 외국계 거대기업들이 고위관료들하고 (계약을) 할 때는 자기 나라에 없는 방식으로 몇년치를 준다”고 지적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도 이 자리에서 “이태원에서 사전 임대료를 미리 받는 관행을 들어선 알고 있지만 사실 굉장히 이례적 관행”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의구심은 해당 계약이 사실상 특혜일 수 있다는 의혹으로 이어졌다. 홍 원내대표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권영세 전 통일부 장관 등 유사한 사례가 많다고 지적하며 “외교안보, 경제통상 관료들을 중심으로 주택에 대한 외국계 기업의 임대가 상대적으로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이날 질의 과정에서 조 후보자가 ANZ 은행(오스트레일리아 앤드 뉴질랜드 뱅킹그룹)에 집을 임대한 사실도 밝혀졌는데, 이 역시 의구심을 더하는 대목이 됐다. 김의겸 민주당 의원은 “2014년도 (조 후보자는) 오스트레일리아 대사를 하셨다”며 “우연의 일치인가”라고 했다.

조 후보자는 반박했다. 일단 이러한 임대 형식은 오래 전부터 지속돼 온 ‘관행’이었기에 따랐다는 것이다. 뿐만아니라 공직에서 퇴직한 이후였기에 이와 관련해 어떠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위치였다고도 항변했다. 조 후보자는 “퇴직한 동안 법무법인, 외국회사든 한국회사든 사외이사도 일체 해본 적이 없다”며 “임대는 경제적으로 필요해서 한 일이고 정상적인 거래일 뿐 그 이상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거래 과정에서 이들과의 직·간접적 소통이 없었다는 점도 강조했다. 조 후보자는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임대하기 전도 그렇고 다음도 그렇고 엑슨모빌에 있는 어떤 사람하고도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 의원들도 이에 대한 지원사격에 나섰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거래 과정을) 보니까 임대인 측 공인중개사와 임차인 측 공인중개사 두 곳이 연계돼 거래를 성사시킨 것 같다”고 했다. 아울러 조 후보자는 ANZ 은행과의 계약에 대해서도 “그야말로 우연의 일치”라고 말했다.

하지만 야당은 이같은 현상이 반복되는 만큼,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후보자 개인은 그런 의도가 없다더라도 어떤 형태든 외국계 기업이 의도성을 갖고 우리 고위 관료들에게 일종의 로비 형태로 접근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다”며 “저는 충분히 합리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필요하다면 전수조사를 해서 이러한 사례를 제도적으로 막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조 후보자는 최근 논란이 됐던 국방부 정신전력교육 기본 교재에서 독도를 영토분쟁 지역으로 기술한 것과 관련해 “정신전력 강화에 대한 회의를 주재한 적 있다”면서도 “세부 내용에 대해 이야기한 적은 없고 본적도 없다”고 했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부활과 관련해서도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며 “대공수사권은 우리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 국정원이 가지고 있는 쪽이 간첩을 잘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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