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조그룹이 계열사 간 지분 보유를 꾸준히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그 목적이 소액주주 권익 보호 및 제고를 위한 '3%룰'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것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 그래픽=권정두 기자
사조그룹이 계열사 간 지분 보유를 꾸준히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그 목적이 소액주주 권익 보호 및 제고를 위한 '3%룰'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것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 그래픽=권정두 기자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정기주주총회 시즌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앞서 주주행동을 마주했던 사조그룹의 꾸준한 행보가 눈길을 끈다. 그룹 계열사 간 상호 지분 보유량을 거듭 늘리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지배력 강화를 넘어 주주행동의 핵심 기반인 ‘3%룰’을 무력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주가치 제고는 외면한 채 방어벽 쌓기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 계열사 간 지분 보유 꾸준히 확대… ‘3%룰’ 방어 목적

지난 11일, 사조그룹 계열사 사조오양은 최대주주 지분 변동을 공시를 통해 알렸다. 이에 따르면, 또 다른 계열사인 사조동아원은 지난해 10월부터 최근까지 3개월에 걸쳐 사조오양 지분 1.02%를 추가 장내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사조동아원의 사조오양 지분은 1.4%로 늘어나게 됐다. 사조오양의 최대주주인 사조대림의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지분 역시 67.35%에서 68.37%로 증가했다.

이 같은 계열사 지분 취득 및 확대, 그리고 이동은 사조그룹 전반에서 전방위적으로 꾸준히 포착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사조씨푸드 최대주주인 사조산업이 0.67%의 지분을 시간외매매로 사조 아메리카에 매각했다. 이에 따라 사조 아메리카의 사조씨푸드 지분은 2%에서 2.67%로 늘었다. 사조 아메리카는 지난해 9월 사조산업으로부터 2%의 지분을 사들이며 사조씨푸드 지분을 처음 보유한 바 있는데, 이번에도 사조산업과의 거래를 통해 지분을 늘렸다.

또한 지난해 9월부터 사조씨푸드 지분을 보유하기 시작한 삼아벤처도 꾸준한 장내매수를 통해 지난해 말 기준 지분이 1.86%까지 늘었다.

사조산업의 최대주주인 사조시스템즈 역시 지난해 말 보유 중인 지분 일부를 계열사인 캐슬렉스제주와 사조농산에 각각 넘겼다. 캐슬렉스제주와 사조농산은 장내매수를 통해서도 지분을 늘렸으며, 현재 각각 1.04%, 2.99%의 사조산업 지분을 보유 중이다.

보다 넓은 기간을 살펴보면, 변화의 공통적인 방향성이 뚜렷하다. 

2019년 말 기준 사조산업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은 △사조시스템즈(26.12%), 사조대림(3.9%), 캐슬렉스제주(3%), 사조비앤앰(0.3%), 주진우 회장(14.94%), 주진우 회장 부인(0.96%), 주지홍 부회장(6.03%) 등으로 구성돼있었다. 

그런데 가장 최근 기준으로는 △사조시스템즈(29.08%), 사조오양(3.98%), 사조랜더텍(3.01%), 삼아벤처(3%), 사조농산(2.99%), 캐슬렉스제주(1.04%), 주진우 회장(14.24%), 주진우 회장 부인(1.85%), 주지홍 부회장(6.8%) 등으로 바뀌었다.

마찬가지로 2019년 말 기준 △사조대림(54.85%), 주진우 회장(0.54%), 주지홍 부회장(5.14%) 등으로 이뤄져있던 사조오양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은 △사조대림(57.97%), 사조산업(3%), 캐슬렉스서울(3%), 사조 아메리카(3%), 사조동아원(1.4%)으로 달라졌다.

사조씨푸드의 경우에도 2019년 말 기준엔 △사조산업(62.1%), 사조시스템즈(0.01%)로 단순했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구성이 현재는 △사조산업(54.76%), 사조시스템즈(0.27%), 사조오양(4%), 사조농산(1.05%), 사조 아메리카(2.67%), 삼아벤처(1.88%), 사조렌더텍(0.86%)으로 변했다.

전반적으로 계열사 간 지분 보유가 증가했을 뿐 아니라, 3% 안팎의 보유가 특히 늘어난 모습이다.

이는 사조그룹이 앞서 마주했던 주주행동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사조그룹은 2021년 무렵부터 사조산업 소액주주들의 주주행동에 직면했으며, 이로 인해 캐슬렉스서울과 캐슬렉스제주의 합병을 철회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사조산업 소액주주들은 주주제안을 통해 주진우 회장 해임을 추진하는 등 공세를 이어나갔다. 다만, 이러한 공세는 이사 선임 등의 성과로 이어지진 못했다.

이 과정에서 사조그룹은 ‘3%’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지분 쪼개기와 정관 변경 등으로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3%룰’이란 소액주주들의 권익 보호 및 제고 차원에서 대주주의 의결권을 최대 3%까지만 인정하는 제도다.

하지만 사조산업을 향한 소액주주들의 행동을 철저히 봉쇄했던 사조그룹은 뜻밖의 일격을 당하고 말았다. 2022년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사조오양을 향한 주주행동이 전개됐는데, 주주제안으로 추천된 후보자가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에 선임된 것이다. 여기엔 ‘3%룰’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사조그룹이 계열사 간 지분 보유를 더욱 적극적으로 확대하기 시작한 건 이때부터다. 특히 특정 한 계열사가 지분을 대거 보유하기보단 여러 계열사가 3%의 안팎의 지분을 분산 보유하는 양상이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하면, ‘3%룰’ 적용 시 인정되는 의결권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3%룰’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문제는 사조그룹의 이러한 행보가 최근 강조되고 있는 주주가치 제고 및 ESG경영과 거리가 멀다는 점이다. 소액주주 권익 보호 및 제고를 위한 제도를 ‘꼼수’로 차단하는데 주력하는 모습은 시대정신과 배치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