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1년 9개월 만에 열린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은 사실상 그간의 입장을 되풀이하는 수준에 그쳤다. 야당이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채상병 특검 등에 대해 수사가 먼저라는 인식을 드러냈고, 정권 심판론에 불을 붙인 이종섭 전 주호주대사 임명 건에 대해선 방산 수출을 위한 적임자였다는 점을 설명하는 데 머물렀다. 그나마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의 각종 의혹에 대해서 처음으로 사과를 했다는 점이 의미가 있어 보인다.

◇ 김건희 여사 의혹에 처음으로 ‘사과’

윤 대통령은 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을 열고 각종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지난 2022년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마지막으로 언론과의 직접적 소통을 자제해 왔던 만큼, 이번 기자회견은 시작 전부터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됐다. 총선 패배 이후 국정 기조 변화 요구에 직면해 왔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대통령의 직접적인 메시지가 나올 것인지도 관심사였다.

약 70여분 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총 20개의 질문이 나왔다. 총선 패배의 원인 분석에서부터 연금 개혁, 의료 개혁 등에 대한 질문도 포함됐다. 윤 대통령은 총선 패인과 관련해 “제가 국정을 운영해 온 것에 대해 국민들의 평가가 좀 많이 부족했다 이런 것이 담긴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국정 기조 전환에 대한 질문에 대해선 “더욱 소통하는 정부, 민생과 관련해서 국민 목소리를 더 경청하는 정부로 바뀌어야 한다는 그런 기조의 변화는 맞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과 관련해 윤 대통령이 처음으로 ‘사과’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은 “제 아내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께 걱정을 끼쳐드린 부분에 대해 사과드리고 있다”고 했다. 다만 검찰 수사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 직접적인 언급은 피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영부인과 관련해서도 직접 사과했다”며 “오늘 기자회견은 여러모로 과거보다는 국민의 눈높이에 다가가려는 의지가 분명했다”고 평가했다.

지난 신년 방송 대담에서의 입장표명보다 진전이 됐다는 평가지만, 큰 틀에서의 변화는 미미해 보인다. 김 여사 관련 특검에 대해 ‘정치 공세’라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윤 대통령은 “(도이치 등) 특검 문제도 지난 정부 2년 반 정도 저를 타깃으로 해서 검찰에서 특수부까지 동원해 치열하게 수사를 했다”며 “여전히 할 만큼 해놓고 또 하자는 것은 특검의 본질이나 제도, 취지와 맞지 않는, 어떤 면에서는 정치 공세, 정치 행위 아닌가”라고 했다. 이어 “진상을 가리기 위한 것은 아니지 않냐는 그런 생각은 여전히 가지고 있다”고 답했다.

특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김 여사 특검뿐만이 아니었다. 윤 대통령은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뒤 정부로 이송된 채상병 특검에 대해서도 “(수사 결과를 보고) 만약 국민들이 봐주기 의혹이 있다, 납득이 안된다 하시면 그때는 제가 특검하자고 먼저 주장할 것”이라며 “특검 취지를 보더라도 진행 중인 수사와 사법 절차를 일단 지켜보고, 수사관계자들의 마음가짐과 자세를 일단 믿고 더 지켜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총선 국면에서 여당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던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주호주대사 임명과 관련해서도 “이 전 장관은 재직 중 방산 수출을 위해 굉장히 많은 노력을 해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실질적인 수사가 이뤄져 소환이나 조사가 진행됐다면 사법 리스크를 검토해 인사 발령을 낼 때까지 재고할 순 있겠지만, 공수처나 검찰·경찰에 고발됐다는 것만으로 인사를 하지 않는다면 공직 인사를 하기가 대단히 어렵다”고 말했다.

기존의 입장과 큰 변화가 없는 기자회견 내용에 야당은 즉각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긴급 입장 발표를 통해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지켜봤지만, 결과는 역시나”라며 “정부가 책임져야 할 사안은 국회로 떠넘기고 본인이 책임져야 할 사안은 회피했다”고 했다. 주이삭 개혁신당 대변인도 논평에서 “내용의 대부분은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는 수준이라 더 새로운 평가를 내리긴 어렵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과 야권이 주요 쟁점에 대한 인식을 달리하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정국의 대치가 심화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다만 윤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야권과의 협치에 대한 굳건한 의지를 내비쳤다. 윤 대통령은 “협치를 한다고 이재명 대표를 만났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분위기가 확 바뀌고 협치가 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면서 “국민을 위한 협치를 위해 노력하는 자세 또 절대 협치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자세 이런 것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아울러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등과의 만남 가능성도 열어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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