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국정브리핑에서 연금·의료·교육·노동개혁 등 ‘4대 개혁’의 완수 의지를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이러한 개혁과제가 “대한민국의 생존과 미래가 걸린 절체절명의 과제들”이라며 “반드시 이뤄낼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정작 개혁과제 추진을 위해 필수적인 국회와의 관계에는 부정적 시선을 드러냈다. 정국의 먹구름이 가시지 않는 형국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을 가졌다. 지난 5월 ‘취임 2주년 기자회견’ 이후 110일 만에 기자들을 만난 자리다. 윤 대통령은 우선 집무실에서 약 40여 분가량 국정 성과 및 향후 추진 과제 등을 설명했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이 힘을 준 대목은 ‘4대 개혁’ 부분이다. 윤 대통령은 “개혁은 필연적으로 저항을 불러온다”면서도 “저는 쉬운 길을 가지 않겠다. 국민께 약속드린 대로 4대 개혁을 반드시 이뤄낼 것”이라고 했다.
가장 먼저 연금개혁에 대해 언급한 윤 대통령은 “장기간 지속 가능한 개혁으로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했다. 의료개혁에 대해선 “의대 증원이 마무리된 만큼 개혁의 본질인 ‘지역, 필수 의료 살리기’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교육개혁 부분에선 △‘퍼블릭 케어’ 안착과 △미래 인재 양성 기반 마련 등을 공언했다. 노동개혁에선 ‘노사법치 성과’를 강조하며 “노동시장을 유연화하며 공정한 보상을 통해 일터를 확장하고 근로 여건도 향상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가겠다”고 다짐했다.
이후 브리핑룸으로 이동해 기자들의 질문을 받은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도 개혁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특히 전공의 집단행동이 장기화되면서 ‘의료 붕괴’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에서도 “비상진료 체제가 원활히 가동되고 있다”며 “이것 때문에 멈출 순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의료계의 행동을 지탄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의료계에) 답을 내놓으면 열린 마음으로 검토하겠다고 여러 번 말해왔다. (의료계는) 무조건 안 된다는 거다, 오히려 줄이라고 한다”며 “국민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 국가와 정부가 어떻게 해야 하겠나”라고 했다.
◇ “살아오면서 처음 경험하는 상황”… 국회 비판한 윤석열 대통령
윤 대통령은 이날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 4대 개혁의 의지를 불태웠지만, 정작 이를 뒷받침할 국회와의 관계에 대해선 유의미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연금개혁을 비롯해 4대 개혁 과제 중 상당 부분이 국회의 입법이 필요한 상황임에도 경색된 여야 관계를 풀어나갈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한 셈이다. 오히려 윤 대통령은 “지금의 국회 상황이 정치를 시작하면서부터가 아니라 제가 살아오면서 처음 경험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인식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영수회담’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서도 오롯이 드러났다. 윤 대통령은 “영수회담을 해서 이런 문제가 금방 풀릴 수 있다면 열 번이고 왜 못 하겠나”라며 “그런데 일단 여야 간 더 활발하게 소통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도 대통령이지만 국민들과 같이 국회를 바라볼 때 잘하고 못하고는 둘째고 정상적 기능을 해야 하지 않겠나”라며 “해야 할 본연의 일을 해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야당이 공세의 고삐를 죄고 있는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김건희 여사 특혜 조사 논란’ 등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답변을 내놨다. ‘채상병 특검법’과 관련해선 “수사가 미흡하면 제가 먼저 특검을 하자고 하겠다고 했다”며 “저는 수사가 잘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 여사 특혜 조사 논란과 관련해선 “저도 검사 시절 전직 영부인에 대해 자택을 찾아가 조사한 일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즉각 “대통령의 궁색한 모습에서 특검의 필요성만 다시 확인된다”며 날을 세웠다.
비단 야당과의 관계뿐만이 아니다. 최근 의과대학 증원 유예 문제로 피어난 ‘당정 갈등’ 논란도 윤 대통령의 개혁과제 추진에 어려움을 더하는 대목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다양한 채널을 통해 원활히 소통하고 있다”며 “당정 간에는 문제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 5월 기자회견 당시 “20년 넘도록 교분을 맺어온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언제든 만날 것”이라고 직접 언급을 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한 대표를 거론하지 않으며 사뭇 달라진 기류를 보였다.
이날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에 대해 야권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불통과 독선, 오기만 재확인됐다”며 “대통령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는지 암담하기만 하다”고 했다. 김보협 조국혁신당 수석대변인도 논평에서 “윤 대통령은 혼자만 딴 세상에 사는 듯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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