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정두 기자 478만원. 서울시가 지난해 말 발표한 시내 민간 산후조리원 일반실 평균 이용요금(2주)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7~9월 소비자단체인 한국여성소비자연합과 함께 시내 민간 산후조리원 110곳을 대상으로 요금 실태 등을 조사했다.
입이 떡 벌어지는 금액이 아닐 수 없다. 2018년생, 2020년생, 2022년생 세 아이를 둔 입장에서 보면 더욱 놀랍다. 첫째 때 이용했던 비교적 저렴한 산후조리원의 3배 수준이다. 셋째 때보다도 훨씬 많다. 물가가 오르고, 산후조리원 시설 및 비용이 전반적으로 상향되고, 일부 초고액 산후조리원이 평균치를 끌어올린 점을 감안하더라도 금액과 인상 속도가 상당하다.
우리나라에서 산후조리원은 임신·출산·육아 과정의 필수코스로 여겨지고 있다. 산모의 충분한 회복과 휴식을 돕고, 갓 태어난 신생아를 능숙하고 철저하게 돌봐준다. 같은 시기에 아이를 낳은 부모들이 소중한 인연을 맺는 커뮤니티 공간 역할도 한다.
문제는 시설과 비용이 다소 과도하게 상향되는 흐름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저출생시대 극복을 위해 확대되고 있는 출산 관련 지원 정책과 고생한 산모를 향한 가족들의 마음을 등에 업고 비용이 거침없이 오르고 있다. 한편으론, 불가피한 측면도 없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가뜩이나 출생아수가 줄어드는 가운데, 경쟁력이 뒤쳐지면 사업 유지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더 좋은 시설과 서비스를 제공하며 많은 비용을 받는 것이 수익성을 높이는 방법일 거다.
그렇다보니 비용이 부담스러워 저렴한 산후조리원을 이용하고 싶거나, 적정한 수준의 산후조리원을 이용하고 싶은 이들은 선택권을 잃고 있다. 출산 과정에서 드는 비용과 저출생시대 극복을 위한 예산이 적재적소에 쓰이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공공부문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민간 산후조리원에 대한 철저한 관리와 제재도 필요하지만, 시장논리를 고려했을 때 민간에만 맡겨둬서는 해결될 수 없다. 시장 상황을 보완하는 역할이 필요하다.
좋은 사례도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서울 서대문구는 2023년 12월부터 공공산후조리원을 운영하기 시작해 1년여가 지났는데, 아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 공공산후조리원의 이용금액은 서울 평균의 절반 수준인 250만원이다. 여기에 서대문구에 1년 이상 거주한 취약계층에겐 50%, 일반 주민에겐 20%를 감면해줬다. 각각 125만원, 200만원에 이용할 수 있었던 거다.
올해부터는 혜택이 더욱 파격적으로 확대된다. 서대문구에 거주한지 1년 이상 된 주민은 기본이용료의 90%를 감면해준다. 2주에 겨우 25만원이면 이용 가능한 것이다. 치열한 경쟁률의 추첨을 거쳐야 하지만 말이다.
아이 셋을 낳는다고 가정해보자. 현재 서울 평균 금액으로 계산하면 산후조리원 비용만 1,400만원이 넘게 든다. 반면, 서대문구 공공산후조리원을 이용하면 75만원이다.
현금성 지원도 필요하지만, 이러한 노력도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적재적소에서 뚜렷한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를 낳은, 아이를 낳고자 하는 국민들이 확실하게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이 중요하다. 잊지 말아야 한다. 지난해 출생아수는 모처럼 증가했지만, 우리 사회의 저출생문제는 여전히 너무나도 심각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