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오는 7월 아동초기보호센터 시범사업을 시작하는 가운데, 학계에서 시설 중심으로 역행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 게티이미지뱅크
보건복지부가 오는 7월 아동초기보호센터 시범사업을 시작하는 가운데, 학계에서 시설 중심으로 역행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 게티이미지뱅크

시사위크|혜화=이민지 기자  보건복지부가 오는 7월 아동초기보호센터 시범사업을 시작하는 가운데, 아동복지 학계에서 가정이 아닌 시설 중심으로 역행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아동초기보호센터는 학대‧부모의 사망 등으로 보호대상아동이 발생한 경우, 해당 시군구 사례결정위원회의 최종 보호결정 전 일시보호단계에서 국가와 시도가 아동을 책임지고 보호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사업이다. 

정부는 지난 4월 아동초기보호센터 시범사업 공모 신청을 진행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통해 “사업의 주요 내용은 아동의 건강한 성장을 위한 적기의 조기 개입 서비스(검진‧치료)와 아동의 필요와 의사가 존중된 보호조치가 시군구 사례결정위원회에서 폭넓게 고려되도록 하는 시도의 총괄 기능 부여 등”이라고 밝힌 바 있다. 

◇ “특수욕구아동을 위한 사업? 국제 기준에 역행하는 사업”

정부가 아동초기보호센터 시범사업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특수욕구아동’이 있다. 저출생으로 인해 아동의 수는 줄어드는 반면, 정기검진·조기개입·지속치료·사후관리 등이 필요한 특수욕구아동의 비중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수욕구아동이란 유기·학대 등을 경험하거나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경계선 지능 등 행동·심리·정서적 어려움으로 전문적 도움이 필요한 아동을 말한다. 

지난해 보건복지부는 ‘아동복지시설 내 특수욕구아동 현황조사’를 통해 전체아동복지시설 아동 중 특수욕구아동이 41.9%에 달한다는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 23일 진행된 한국아동복지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발표하고 있는 한국교통대학교 김선숙 교수의 모습. / 사진=이민지 기자
지난 23일 진행된 한국아동복지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발표하고 있는 한국교통대학교 김선숙 교수의 모습. / 사진=이민지 기자

하지만 학계에서는 아동초기보호센터의 도입은 시설보호를 최소화하려는 시대의 흐름에 역행한다고 말한다. 지난 23일 서울 성균관대학교에서 진행된 한국아동복지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한국교통대학교 김선숙 교수는 “보호 초기부터 시설 분리 보호를 전제로 하는 운영방식은 ‘가정환경보호를 우선으로 하고, 시설 보호는 최후의 수단으로 한다’는 유엔아동권리협약 등 국제 기준과 상충되는 지점”이라고 지적했다.

계속해서 “신규 보호대상 아동의 수가 2020년 5,503명인 반면, 2023년 2,796명으로 감소했다. 아동양육시설 입소 아동 역시 1.131명(2020년)에서 524명(2023년)으로 감소”했다며 “양육 시설에 입소하는 아동이 절반 이하로 감소하고 있음에도 시설 중심의 보호 환경을 확대하는 것은 정책의 필요성 등을 논리적으로 생각해 봤을 때 정당한 가에 의구심이 드는 지점”이라고 말했다.  

한국교통대학교 김선숙 교수는
한국교통대학교 김선숙 교수는 "보호 초기부터 시설 분리 보호를 전제로 하는 운영방식은 '가정환경보호를 우선으로 하고, 시설 보호는 최후의 수단으로 한다'는 유엔아동권리협약 등 국제기준과 상충되는 지점"이라고 지적했다. 사진은 시설 중심 보호와 가정형 보호의 차이를 비교한 것이다. / 그래픽= 이주희 디자이너

김선숙 교수는 아동 보호체계 설계는 단순한 행정적 효율을 고려하는 것이 아닌, ‘아동 권리 실현’을 중심에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아동의 양육자와의 관계, 애착 형성, 발달 지원 등의 측면에서 보았을 때 우리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명확히 알고 있다”며 “유엔 아동권리협약 제20조에 가정환경 보호 우선을 명시하고 있으며, 국내 아동복지법 제4조에도 가정환경에서의 보호 우선 원칙을 명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가정 보호의 기본 원칙은 단기보호다. 반드시 일정 기간 이후에는 원가정으로 돌아가거나 대체할 수 있는 가정에 배치되는 영구 보호가 이뤄져야 한다”며 “초기단계에서 장기시설보호는 아동의 원가정 복귀 골든타임(6~8개월)을 상실하게 할 위험이 있다”고 꼬집었다.

끝으로 그는 “기초 지자체의 아동 보호 체계는 건드리지 않고 지금처럼 유지하되, 아동들이 학교, 친구 등의 관계가 단절되지 않도록 광역 또는 국가단위 자원을 배분해 지역 간의 격차를 줄이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이날 현장에 참석한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가정 위탁이 가장 우선 고려되어야 하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일시 가정 위탁 부모를 늘리려고 하지만 사실 쉽지는 않다. 또 현장에서 위탁을 맡겼을 때 위탁 부모들이 아동을 데리고 병원을 다녀야 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에 국가 차원에서 조기검진과 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또 “모든 아이들을 대상으로 시설에 보호하는 것은 예산을 확보할 수도 없어서 할 수도 없는 일”이라며 “초기보호센터가 시도에서 일시 보호 과정을 관할하는 허브 센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만들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학계의 우려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 가운데, 보건복지부는 오는 6월 2일 아동초기보호센터 시범사업을 운영할 1개의 지자체를 최종 선정하고 7월 1일부터 시범사업을 개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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