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는 사업내용이나 재무상황, 영업실적 등 기업의 경영 내용을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에게 알리는 제도로, 공평할 공(公)에 보일 시(示)를 씁니다. 모두가 공평하게 알아야 할 정보라는 의미죠. 하지만 하루에도 수십 개씩 발표되는 공시를 보면 낯설고 어려운 용어로 가득할 뿐 아니라 어떠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공시가 보다 공평한 정보가 될 수 있도록 시사위크가 나서봅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중견기업이자 코스피상장사인 광동제약과 금비, 삼화왕관은 지난 29일 나란히 ‘주요사항 보고서’를 공시했습니다. 모두 자사주 처분 결정을 알린 공시입니다. 업종은 다르지만 밀접한 관계에 있는 기업들이 광동제약을 중심으로 자사주를 주고받는 결정을 내린 건데요. 자사주가 화두로 떠오른 시점에 발표된 공시라는 점에서 특히 눈길을 끕니다.
이들 기업들은 어떠한 자사주 처분 결정을 내렸을까요?
우선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광동제약의 자사주 처분 결정부터 살펴보겠습니다. 광동제약은 보유 중이던 자사주 1,314만239주 중 373만4,956주를 금비와 삼화왕관, 그리고 삼양패키징에 블록딜 방식으로 처분합니다. 지분 기준으로는 7.12%입니다. 주당 5,900원으로, 총 220억원 규모죠. 금비는 66만1,016주, 삼화왕관은 71만5,000주, 삼양패키징은 235만8,940주를 매입합니다.
금비는 보유 중이던 자사주 18만1,500주 중 6만5,000주를 역시 블록딜 방식으로 광동제약에 처분합니다. 지분 기준 6.5%, 주당 6만원씩 총 39억원 규모입니다. 삼화왕관 또한 보유 중이던 자사주 35만6,296주 중 11만8,000주를 같은 방식으로 광동제약에 처분하죠. 지분 기준으로는 5.48%이고, 총 규모는 주당 3만5,750원씩 42억원입니다.
가장 많은 139억원을 들여 광동제약 자사주 4.5%를 사들이는 삼양패키징은 자사주 처분은 하지 않습니다. 애초에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지 않죠.
이들 기업들은 어떤 관계이고,
왜 이러한 결정을 내렸을까요?
이번 자사주 처분 결정을 함께하는 광동제약과 금비, 삼화왕관, 삼양패키징은 각기 다른 업종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광동제약은 제약사이고, 금비는 유리병과 병마개, 삼화왕관은 병마개 제조를 주력으로 삼고 있죠. 삼양패키징은 페트병 제조업체로 ‘국내 최초’ 타이틀을 갖고 있기도 합니다.
광동제약과 나머지 3사의 관계는 돈독합니다. 광동제약의 제품들이 금비와 삼화왕관, 삼양패키징이 제조한 유리병과 병마개, 페트병에 담겨 판매되기 때문이죠. 특히 광동제약은 제약사이지만 F&B부문이 상당히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비타500, 옥수수수염차, 헛개차, 삼다수 등이 대표 제품이죠. 그만큼 금비, 삼화왕관, 삼양패키징과의 거래도 많죠.
이들이 밝힌 자사주 처분목적은 동일합니다. ‘지속적인 사업 협력관계 구축’이죠. 상호간 지분 보유를 통해 관계를 더욱 돈독히 다지겠다는 겁니다.
이 같은 결정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기업들이 전략적 협력 관계를 구축하면서 상호간에 지분을 보유 하는 건 종종 있는 일입니다. 협력 관계를 맺는데 있어 실질적인 구속력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죠. 다만, 광동제약과 금비, 삼화왕관, 삼양패키징의 경우엔 이번에 새롭게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건 아닙니다. 오랜 기간 협력관계를 유지해왔죠.
주목할 점은 최근 ‘자사주’가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이러한 결정이 내려졌다는 건데요. 정부·여당은 최근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본격 추진하고 나선 상태입니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주식시장 활성화’ 방안 중 하나로 공약한 사안이죠.
자사주는 주주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데요. 통상 자사주를 매입하는 건 주주가치 측면에서 호재로 여겨집니다. 다만, 단순히 보유에 그치지 않고 소각 등이 이뤄져야 주주가치가 실질적으로 향상될 수 있죠. 기업가치는 그대로인 가운데 발행주식총수가 줄어 주당 가치가 오르게 되기 때문입니다.
반면, 회사 자금으로 자사주를 사들여 최대주주의 경영권 방어나 승계에 활용하는 경우엔 오히려 주주가치를 훼손할 수도 있습니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추진되는 이유죠.
광동제약은 이러한 흐름과 맞물려 주목을 받은 기업 중 하나입니다. 자사주 보유 비율이 25.1%로 제약업계 최고 수준이었기 때문인데요. 또한 광동제약은 최대주주 측 보유 지분이 18.19%에 그쳐 자사주가 경영권 방어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 추진은 까다로운 현안이 아닐 수 없었죠. 여기에 금비와 삼화왕관도 각각 자사주 보유 비율이 18.15%, 16.54%로 제도 개선이 이뤄지기 전에 어떤 식으로든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때문에 이번 자사주 처분은 단순히 ‘지속적인 협력관계 구축’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이해관계가 일치한데 따른 결정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제도 개선에 앞서 자사주를 처분해 소각을 피하고, 이에 따른 경영권 방어 공백도 해결하는 방안인거죠.
하지만 정부·여당의 제도 개선 취지를 거스르고, 무엇보다 주주가치 제고라는 본질적인 문제와 배치되는 결정이라는 점에서 씁쓸함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또 하나 눈길을 끄는 건 이번 자사주 처분 이후에도 광동제약의 보유 자사주가 17.94%에 달한다는 점인데요. 광동제약이 자사주와 관련해 또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지 주목됩니다.
| 광동제약 ‘주요사항 보고서’ 공시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509290004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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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 9. 29.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
| 금비 ‘주요사항 보고서’ 공시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509290004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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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 9. 29.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
| 삼화왕관 ‘주요사항 보고서’ 공시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509290004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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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 9. 29.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