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우 청해에탄올의 장녀인 임지선 보해양조 대표가 최근 회사 주식 5만주를 매입하며 주요 주주에 등극했다. / 보해양조
임성우 청해에탄올의 장녀인 임지선 보해양조 대표가 최근 회사 주식 5만주를 매입하며 주요 주주에 등극했다. / 보해양조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전남권을 전진 기지로 삼고 있는 향토 주류기업 보해양조의 지분 구조에 변화가 생겨 업계 이목이 집중된다. 오너 3세이자 대표이사로서 보해양조의 전반적인 살림살이를 맡고 있는 임지선 대표가 주요 주주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사측은 “어려운 시기 직원들에게 회사의 방향성을 보여주기 위한 퍼포먼스”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지만, 업계에선 본격적인 경영 승계를 위한 전초 작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 단숨에 6대 주주 올라선 보해 3세

보해 3세 임지선 대표가 보해양조 주요 주주에 등극했다. 7일 보해양조는 공시를 통해 임 대표가 장내매수를 통해 보통주식 5만주를 획득했다며 개인별 세부 변동사항에 대해 알렸다. 임 대표의 주식 매수로 인해 보해양조 최대주주(청해에탄올) 및 특수관계인들이 보유한 보유주식은 전체의 총 28.77%에 해당하는 3,398만472주가 됐다.

지금까지 단 한주의 주식도 보유하지 않고 있던 임 대표는 단숨에 6대 주주로 뛰어올랐다. 비록 지분율(0.04%)은 미약한 수준이지만, 임성우 회장의 자녀 중 유일하게 회사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임 대표가 지분에 참여했다는 점에서 본격적인 승계 작업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읽힌다.

한때 좌천설에 휩싸인 임 대표는 지난해 3월 단독 대표이사직에 오르며 승계 적임자임을 재확인시켰다. 이로부터 1년 5개월 만에 주식 매입을 통해 주총 의결권자 자격을 얻으며 ‘형식과 내용’이라는 두 조건을 충족시키게 됐다. 이와 관련 보해양조 관계자는 “그동안 (임 대표의) 지분이 없다 보니 외부에서 경영상 책임도 없는 게 아니냐는 시선이 있었다”면서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서 주식을 매입해 직원들의 사기를 올리고 방향성을 보여주기 위한 퍼포먼스 정도로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분 추가 매입 계획에 관해서는 “(임 대표가) 상황을 봐가며 추가 구매를 고려할 것이라고 답했다”고 밝혔다.

◇ 향토 주류기업의 우울한 현주소

또 보해양조 2대 주주인 임성우 창해에탄올 회장이 올해 67세로 고령에 접어들었다는 점도 경영 승계가 임박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반대로 장녀 임 대표는 35세로 어느 정도 사회 경험이 쌓인 나이대에 접어들었다. 또 2013년 영업총괄본부장으로 입사해 어느덧 6년째를 맞아 내부 사정에 대한 파악이 끝났을 것으로 짐작된다.

임 대표가 앞으로 원활한 승계를 위해선 스스로 경영 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공교롭게도 임 대표가 보해양조에 승선한 후 사세가 크게 기울며 우려를 키우고 있다. 2015년 내놓은 ‘부라더소다’의 반짝 흥행 후 히트작을 내놓지 못해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 1,200억원이 넘던 연매출은 지난해 820억원으로 떨어졌다. 2016년과 지난해는 각각 60억원과 110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었다. 1분기 기준 자본금 대비 자본총계는 145% 정도로 재무여력도 허약한 편이다.

야심차게 추진해 온 수도권 진출 전략은 독이 돼 돌아왔다. 안방 관리가 느슨해진 사이 전국구 브랜드인 ‘참이슬’이 지역 공략에 박차를 가하면서 70~80%에 이르던 ‘잎새주’의 전남권 MS(점유율)가 40% 중반까지 떨어졌다. 400명에 육박하던 직원 규모는 불과 4년 사이 구조조정으로 인해 현재 200명 남짓하는 등 안팎으로 어려움에 처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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