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2019 정기국회 대비 의원 연찬회에서 손학규 대표와 오신환 원내대표가 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9월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2019 정기국회 대비 의원 연찬회에서 손학규 대표와 오신환 원내대표가 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512조 3,000억원에 달하는 내년도 예산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바른미래당이 탈당 및 창당을 앞둔 당내 비당권파 '변화와 혁신'(가칭)과의 엇박자로 골머리를 앓는 모습이다. 예산안 통과를 놓고 당권파와 비당권파의 입장이 정반대로 치달으면서다.

양측의 결별은 이미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변화와 혁신 측이 아직 당적을 정리하지 않았기에 당권파는 당내에서 이같은 불협화음이 이어지는 데 대해 불편한 기색이다.

지난 10일 저녁 10시경, 예산안 통과 직후 바른미래당 공보실 카카오톡 알림방에선 이례적 장면이 연출됐다. 같은 사안에 최도자 수석대변인과 김수민 원내대변인의 논평 내용이 정반대로 엇갈린 것이다. 최 수석대변인의 논평은 저녁 9시 54분에, 김 원내대변인의 논평은 26분 뒤인 10시 20분에 공지됐다.

최도자 수석대변인은 이날 구두논평에서 "정기국회 마지막날을 넘겨 예산안을 방치할 수 없음에 국민을 위한 고육지책으로 예산안을 통과시킬 수밖에 없었다"며 "국민들이 바라는 정치개혁 법안들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 한국당은 법안들을 진지하게 논의할 수 있도록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김수민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민주당이 주도하고 이중대 세력이 합작한 불법 협의체에서 마련한 짬짜미 예산이 날치기 통과됐다. 오늘 국회 본회의 의사 진행은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폭거였다"며 "밀실 국회, 합의정신이 실종된 국회 모습이 부끄럽지도 않은가"라고 전했다.

김 원내대변인이 거론한 '불법 협의체'는 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 그리고 대안신당으로 구성된 '4+1 협의체'를 뜻한다. 당 대변인이 논평에서 소속 정당을 '민주당 이중대 세력'이라고 지칭한 것이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김관영 바른미래당 전 원내대표·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평화당 조배숙 원내대표·대안신당 유성엽 창당준비위원장 등 4+1 협의체의 주도로 예산안 수정안이 마련됐고, 전날(10일)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등은 이를 '날치기'로 규정, 강력 반발하고 나선 상황이다.

이와 관련, 김 원내대변인은 11일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4+1 협의체에 들어간 김관영 전 원내대표는 원내에서 협의되지 않은 분"이라며 "협의체도 어떠한 권한을 갖지 못한 의사조직이라는 점을 지적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 원내대변인은 신당 추진체인 변화와 혁신에는 참여하고 있지 않으나, 당내 비당권파 모임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에선 활동하고 있다. 실제 김 원내대변인의 논평은 9시 53분 변혁의 알림방에 선공지됐다.

당시 정황을 잘 아는 복수 관계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당시 김 원내대변인 측은 예산안 통과 직후 작성된 논평을 당 공보실에 보냈다. 그러나 당 공보실의 논평 게시가 늦어지자, 김 원내대변인 측은 변혁 관계자에게 연락해 "논평을 게시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우리 당이 4+1 협의체에 참여했는데, 당 대변인이 변화와 혁신의 입장을 낸 것은 유감"이라고 전했다. 이는 바른미래당이 결국 최 수석대변인의 논평을 먼저 게시한 후, 김 원내대변인의 논평을 뒤늦게 올린 이유로 읽힌다.

바른미래당의 이같은 엇박자는 '대변인 논평'을 넘어 지도부 회의에서도 연일 가중되고 있다.

당권파 손학규 대표가 주도하는 최고위원회의는 매주 월·수·금에 열리고, 비당권파 오신환 원내대표 겸 변혁 대표가 주도하는 원내회의는 매주 화·목에 열린다. 당대표와 원내대표가 하루 건너 같은 사안에 대해 다른 입장을 말하는 '한 지붕 두 가족' 상태가 결별 직전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변화와 혁신 측은 단계적 탈당을 시사한 상태다. 지난 8일 하태경 변화와 혁신 창당준비위원장 발언에 따르면, 이들은 원외 지역위원장이 탈당하는 1단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이 처리되는 시점에서 지역구 의원이 탈당하는 2단계, 마지막으로 비례대표 의원들이 탈당하는 3단계 등이다.

바른미래당 당권파는 변화와 혁신을 향해 "창당을 결심했다면 당적부터 정리하는 것이 정치적 도의"라며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변화와 혁신의 창당이 마무리되는 시점까지 당권파와 비당권파의 감정 섞인 동상이몽은 계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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