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광주=정호영 기자 안철수 바른미래당 전 대표는 20일 "호남에 기반한 국민의당이 먼저 손을 내밀어 역사의 물줄기를 바로잡는 역할을 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안 전 대표는 이날 정계 복귀 후 첫 지방 일정으로 광주 북구 5·18 국립묘역을 택했다. 그가 광주를 찾은 것은 지난 2018년 1월 이후 2년 만이다. 안 전 대표가 과거 국민의당의 정치적 기반인 호남을 중심으로 제3세력 구축에 나서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안 전 대표는 묘역 참배 직후 기자들과 만나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영호남 화합, 국민통합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그동안 국민의당을 지지하는 많은 분들의 마음을 미처 헤아리지 못해 서운하셨을 것"이라며 "늦었지만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했다.

그는 방명록에 "독재의 벽을 부수고 민주화를 이루기 위해 고귀한 생명을 바치신 님들을 추모하며 그 뜻을 가슴 깊이 새기겠다. 평화와 인권이 살아숨쉬는 나라, 공정한 사회, 반칙과 특권이 없는 세상을 만들어 진정한 진짜 민주주의를 실현하겠다"고 썼다.

안 전 대표는 전날(19일) 입국 기자회견에서 언급했던 '실용적 중도정당 창당'과 관련한 질문을 집중적으로 받았다. 안 전 대표는 "당내 많은 분들을 만나뵙고 말씀드리는 것이 순서"라며 "동의를 구하고 함께 결정해서 우리나라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하다 생각했던 정당을 만드는 데 온 힘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날 안 전 대표의 묘역 참배 일정은 당내 호남 중진 김동철·박주선·주승용 의원도 동행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바른미래당을 중심으로 민주평화당·대안신당 등과 연합세력을 구축하는 '제3지대 빅텐트'를 구상하고 있다. 민주평화당·대안신당과의 통합 가능성에 대해 안 전 대표는 "노선과 방향이 제일 중요하다"며 "노선이 맞다면 많은 분들의 힘을 구하겠다"고 했다.

묘역 입구에는 안 전 대표 측이 도착하기 전부터 일부 광주시민들이 '선거장사 이용하는 영혼없는 묘역참배' 등의 현수막을 들고 진을 치고 있었다. 안 전 대표가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또다시 호남을 찾았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보고 흥분한 안 전 대표의 지지자들이 이들에게 다가가 "뭐하는 짓이냐"고 윽박지르면서 마찰을 빚기도 했다.

안 전 대표는 마찰에 대해 "(저를) 지지해주셨던 분들께 감사드리고, 그 과정에서 부족했던 제가 사과드리러 온 것"이라며 "(호남을 찾은 것은) 그 목적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안 전 대표는 5·18 묘역을 방문하기 전 백양사휴게소에서 기자단과 오찬간담회를 가졌다.

안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관련해 "원래 취지보다 많이 훼손됐다고 본다"며 "그렇더라도 정치에서 한걸음 내딛어야 하는데, 그게 안 될 때는 다음 단계에서 내딛으면 된다. 원래 취지에 맞게 바꾸는 게 맞다고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