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0일 보도자료에 특정 지역명 붙여 ‘대구 코로나19’ 표기
“명백한 실수” 사과에도… 대구 시민 “대구 편견·혐오 현상, 책임져라”

경북대학교 총학생회가 사진은 대구 북구 산격동에 위치한 경북대학교 본관. /경북대학교 홈페이지 갈무리
경북대학교 총학생회는 정부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를 ‘대구 코로나19’로 표현한 것에 항의하는 의미로 앞으로 ‘우한폐렴’이라고 부르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사진은 대구 북구 산격동에 위치한 경북대학교 본관. /경북대학교 홈페이지 갈무리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경북대학교 총학생회가 최근 정부와 일부 언론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를 ‘대구 코로나19’로 표현한 것에 항의하는 의미로 앞으로 ‘우한폐렴’이라고 명명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경북대 제53대 스케치 총학생회(준) 및 우한 폐렴 대응 비상대책본부(이하 경북대 총학 비대위)는 이 같은 내용의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입제한 알림’ 자료를 지난 21일 재학생들에게 전파했다.

경북대 총학 비대위는 ‘로스쿨 출입제한 알림 안내문’을 통해 “일부 언론에서 ‘코로나19’를 ‘대구 코로나19’로 표현한 것에 항의하는 의미에서 앞으로 저희는 ‘우한폐렴’이라고 명명하겠다”면서 “최근 로스쿨 방문자 중 1인이 우한폐렴 확진자와 접촉한 이력이 있어 바이러스 검사 중에 있다. 해당 방문자는 학생, 교직원 등의 상주인력이 아닌 사람이지만, 검사 결과 양성일 경우를 대비해 법학전문대학원장이 2일간(2월 22일∼2월 23일) 법전원 건물 출입 제한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어 “저희 총학생회 비상대책본부는 우한 폐렴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학교 측과 공조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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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학교 제53대 스케치 총학생회(준)가 학생들에게 전파한 ‘로스쿨 출입제한 알림 안내문’ 전문. /독자 제보

이번 논란은 지난 20일 코로나19와 관련해 중앙사고수습본부와 행정안전부가 합동 배포한 보도자료 제목을 ‘대구 코로나19 대응 범정부특별대책지원단 가동’이라고 명시하면서 발발했다.

앞서 정부는 WHO 권고에 ‘우한폐렴’이라는 병명 대신 ‘코로나19’로 공식 명명했으나, 대구 지역에서 확진자가 급증하자 ‘코로나19’ 앞에 ‘대구’라는 지역명을 붙여 ‘대구 코로나19’로 보도자료 제목을 작성해 배포했다. WHO는 특정 집단을 향한 오해나 혐오감, 지역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로 2015년 병명 표준지침을 통해 지역명이나 사람이름 등이 포함된 병명을 사용하지 말라고 권고하고 있다. 

/행안부 보도자료
정부가 지난 20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배포한 보도자료. /행안부 보도자료

이에 정부는 지난 22일 “명백한 실수이자 잘못”이라며 “상처를 받은 대구 시민 및 국민께 사과를 드린다”고 밝힌 바 있다.

또 행안부 측은 보도자료 제목이 ‘대구 코로나19’로 작성된 것에 대해 “당시 자료를 너무 긴급히 작성하고 제목을 축약하는 과정에서 ‘코로나19 대응 범정부 대구지역 특별대책지원단 가동’이라고 써야할 것을 잘못 오기했다”며 “보도자료는 실무자가 작성 후 결재를 따로 거치지 않고 게시판에 게재한 후 출입기자들에게 배포하기 때문에 상위자가 따로 검토를 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정부의 사과에도 대구 시민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대구 코로나19’라는 표현으로 인해 병명이 오인될 수 있는데다, 이번 사태가 대구에서 발발됐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어서다. 대구 지역에 대해 반감도 우려를 낳고 있는 대목이다.

대구 지역 한 백화점에서 근무하는 오모(33) 씨는 “전문가들 의견을 무시하는 등 정부의 무능으로 인해 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가 수도권을 넘어 대구경북 지역 등 전국에 창궐하게 된 것 아니냐”며 “정부의 신중하지 못한 처사로 인해 ‘대구를 방문하면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다’ 등의 편견이 국민들 사이에 이미 퍼질대로 퍼졌다. 타지에 거주하는 지인들도 대구를 방문하는 것을 꺼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있는 태도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북대 대학원 재학생 이모(28) 씨는 “총학의 대처에 박수를 보낸다”면서 “이번 코로나19의 최초 발원지는 중국 우한 지역인데 이 지역명은 사용 자제를 권고했으면서 대구를 붙이느냐. 실수든 고의든 잘못했다면 책임지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책임지는 사람도 없다”고 말했다.

논란이 일자 행안부는 홈페이지에서 해당 보도자료를 삭제했다. 또한 정부의 사과는 있었으나 공식적인 해명자료는 따로 게재된 것이 없다.

한편, 이번 경북대 총학 측의 입장과 달리 경북대 측은 국가 지정 공식 명칭인 ‘코로나19’로 병명을 지속적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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