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충남 서산시 대산읍 대산공단 내 LG화학 촉매포장실에서 불이나 소방관계자 등이 현장을 확인하고 있다. //뉴시스·서산시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LG화학이 잇단 사업장 안전사고로 시름에 잠겼다. 인도 공장에서 가스가 누출돼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한 지 2주일 만에 국내 사업장에서 화재사고가 일어났다. 이로 인해 또 다시 인명 피해가 발생하면서 안전 관리 시스템이 도마 위에 올랐다.   

◇ 서산 촉매센터서 화재… 인도공장 이어 또 ‘인명피해 사고’  

지난 19일 오후 2시 20분께 LG화학 대산공장 촉매센터 공정동 내 촉매포장실에서 폭발과 함께 불이 났다. 이날 사고로 촉매 포장실에서 작업 중이던 연구원 1명이 숨지고 근로자 2명이 중화상을 입는 병원으로 이송됐다. 불은 소방차 20여대와 소방관 100여명이 투입돼 이내 진압됐다. 사고 당시 유해 화학 물질은 누출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정확한 사고 원인은 조사 중이다. LG화학 관계자는 “현장에서 작업 종료 후 철수 시점에 파우더가 분출, 자연발화되면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정확한 원인은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LG화학은 사고 직후 사과문도 발표했다. LG화학 측은 “이날 사고로 인해 피해를 입으신 분들께 진심 어린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사고 수습에 만전을 기하며, 모든 조치를 강구하고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철저한 진상 규명과 원인 분석을 통해 이런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고는 인도 현지법인 공장의 가스 누출 사고가 터진 뒤 12일만의 일이다. 앞서 지난 7일(현지시각) 인도 남부 안드라프라데시주 비샤카파트남에 있는 LG폴리머스인디아 공장에선 ‘스타이렌 모노머’ 가스가 누출되며 인근 주민 12명이 사망하고 300명이 부상을 입었다. LG폴리머스인디아는 LG화학이 1996년 인도 시장에 진출하며 인수한 회사다. 

해당 사고로 LG폴리머스인디아 경영진은 독성물질 관리 소홀 등의 혐의로 입건됐다. 아울러 인도환경재판소는 손해배상을 대비해 LG폴리머스 측에 5억루피(약 81억원) 공탁을 명령했다. 인도 환경부의 잠정 조사 결과, LG폴리머스는 설비 확장 승인이 떨어지기 전 공장을 가동해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LG화학은 신학철 부회장을 필두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해당 사고 대응에 힘을 쏟고 있었다. 지난 13일 사고 수습을 위해 노국래 석유화학사업본부장 등 임직원 8명을 현지에 파견하기도 했다. 

◇ 구광모 LG 회장, 현장 찾아 직접 안전관리 대책 주문 

그런데 국내 사업장에서 또 다른 안전사고가 터지면서 LG화학은 당혹스런 심경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잇단 사고로 인해 LG화학의 안전관리 시스템이 도마 위에 오른 상태다. 일각에선 안전관리 시스템 관리에 허점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상황이 심상치 않자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직접 관리에 나섰다. 구 회장은 20일 헬기를 이용해 충남 서산시 LG화학 대산공장을 방문, 사고 현장과 수습 상황을 살펴보고 경영진에 안전사고 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강구할 것을 지시했다. 

구 회장은 유가족과 피해자들에게 사과의 뜻도 밝혔다. 그는 “최근 인도와 국내 사업장에서 잇따라 일어난 사고와 관련해 피해자 및 가족들에 대한 깊은 애도와 위로의 뜻을 표한다”며 “많은 분들께 염려를 끼쳐 매우 송구하다”고 말했다.

또 최근 안전환경 사고와 관련해 “경영진 모두 무거운 책임을 통감해야 하며, 원점에서 근본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것은 경영실적이 나빠져서가 아니라 안전환경, 품질 사고 등 위기 관리에 실패했을 때 한순간에 몰락하는 것”이라고 꼬집으며 강도 높은 대책을 재차 주문했다.  

이번 사고로 LG화학의 최고경영자인 신학철 부회장의 부담은 한층 커졌다. 잇단 안전사고로 경제적 피해는 물론, LG화학의 대외 신뢰도에도 상당할 타격이 예상된다. 신 부회장의 안전관리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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