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월, 렉서스·링컨·캐딜락 등 새로운 대형 SUV 투입… 소비자 눈길
전 세계 SUV 수요 증가세, 제조사들 분주… 초대형 SUV도 출시 예정

제네시스의 첫 SUV GV80이 출시된 후 해외 자동차 브랜드들도 GV80과 동급의 SUV를 한국 시장에 속속 출시하고 있다. / 제네시스
제네시스의 첫 SUV GV80이 출시된 후 해외 자동차 브랜드들도 GV80과 동급의 SUV를 한국 시장에 속속 출시하고 있다. / 제네시스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국내 프리미엄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에 지각변동이 감지되고 있다. 그간 한국 시장에 대형 SUV를 출시하지 않고 있던 해외 자동차 브랜드도 자사의 대형 SUV를 속속 투입하는 모습이다. 이는 현대자동차의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가 지난 1월 첫 번째 SUV인 GV80을 시장에 내놓은 직후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이기도 한다.

해외브랜드의 대형 SUV 한국 시장 출시는 이전부터 계획된 것이며, GV80 때문은 아니라는 것이 다수의 해외브랜드 관계자들의 설명이지만 공교롭게도 시기가 맞물리면서 이러한 모습을 보이게 됐다.

올해 국내에는 다양한 대형 SUV가 출시됐다. 국내에서는 제네시스가 있으며, 해외 프리미엄 브랜드는 △렉서스 △링컨 △캐딜락 등이 있다. 이들이 내놓은 신차는 외관 크기와 축거(휠베이스), 부가세를 포함한 판매가격 등이 제네시스 GV80과 비슷한 수준을 보여 대형 SUV 시장에서 직접적인 경쟁모델로 손꼽힌다.

렉서스는 지난 2월 기존에 국내 판매를 이어오던 RX 모델을 부분변경 및 롱바디 트림을 추가해 상품성을 강화했다. RX450h 롱바디 모델은 전장이 5,000mm에 달하며 기존에는 없던 3열을 추가해 최대 6명이 탑승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RX450h 모델은 타사 대형 SUV와 다르게 하이브리드 엔진을 탑재해 연료효율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이 장점으로 부각된다.

각 사
해외 자동차 브랜드들이 GV80과 동급의 새로운 SUV 차량을 속속 국내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렉서스 RX450h, 링컨 에비에이터, 캐딜락 XT6. / 각 사

미국 자동차 브랜드 중 고급 브랜드인 링컨과 캐딜락은 신차를 선보였다. 링컨은 지난 2005년 단종 된 후 한국 시장에서 MKT라는 이름으로 판매되던 에비에이터를 부활시켰다. 이 차량은 약 15년 만에 에비에이터라는 이름으로 다시 돌아왔으며, 출시 직전까지 사전예약 대수가 1,000대를 넘어서는 등 소비자들 사이에서 반응이 뜨겁다. 5,000mm가 넘는 전장, 3,000mm가 넘는 휠베이스로 넓은 실내공간, 새롭게 다듬은 외관 디자인 등이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 잡은 것으로 보인다. 또 경쟁 차종 대비 상대적으로 작은 사이즈의 엔진을 가졌음에도 출력과 토크가 높은 점도 눈에 띤다.

캐딜락은 GV80과 비슷한 체급의 차량인 XT6을 새롭게 선보였다. XT6는 중형 SUV XT5와 초대형 SUV 에스컬레이드의 중간에 위치해 SUV 라인업을 더욱 탄탄히 했다. XT6가 경쟁 차종과 다른 점은 유일하게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을 사용한 점이다. 자연흡기 엔진은 터보엔진과 다른 특유의 부드러운 주행감이 장점으로 꼽힌다. 이와 함께 복합 공인연비가 8.3km/L로 경쟁 모델 대비 준수하다. 이는 자연흡기 엔진과 2,150kg이라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공차중량으로 인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외 자동차 브랜드가 SUV 시장을 확장하는 이유는 전 세계적으로 SUV 판매량이 꾸준히 증가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계 자동차 전문 시장조사업체 카세일즈베이스에 따르면 GV80이 속한 유럽 프리미엄 대형 SUV시장은 2019년 1분기 성장세로 돌아선 뒤 꾸준히 판매가 늘고 있다. 2019년 유럽에서 대형 SUV는 2018년보다 12% 증가한 33만4,000대가 판매됐다.

중국에서도 SUV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CAAM)에 따르면 2020년 4월 중국에서 승용차 판매량은 2018년 4월보다 2.6% 줄어든 반면, SUV 판매량은 같은 기간 7.6% 증가했다.

한국도 비슷한 상황이다.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의 ‘2019년 신차등록 외형별 대수’에 따르면 2019년 한국에 새롭게 등록된 전체 승용차(버스·트럭·특장 제외) 154만889대 중 SUV는 61만3,508대로 39.8%를 차지했다. 레저용차량(RV) 9만9,449대와 픽업트럭 4만2,834대를 합치면 전체 등록 대수의 절반에 달하는 49%에 이른다.

해외자동차 브랜드의 한 관계자는 “한국을 포함, 세계적으로 라이프 사이클이 가족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더 실용적인 차량을 찾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이제 자동차는 단순히 출퇴근용도가 아닌 여가활동을 즐기는 수단 중 하나로 자리 잡은 만큼 이러한 현상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여 대부분의 자동차 브랜드에서 SUV 개발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앞서 소개한 해당 차량들의 판매가격은 8,000∼9,000만원대에 형성됐다. 제네시스 GV80의 판매가격은 6,000만원대부터 시작되지만, RX450h·에비에이터·XT6와 비슷한 수준으로 옵션을 장착한다면 GV80 역시 8,000만원대 전후로 판매가격이 훌쩍 뛰어올라 비슷한 가격대에 위치하게 된다.

체급과 판매가격이 비슷한 만큼 대형 SUV 구매를 고려하는 소비자들은 다양한 부분에서 GV80과 해외 브랜드 차량을 비교할 것으로 보인다. 차량 부품수급, 정비 편의성 등 유지관리 측면에서는 국내 프리미엄 브랜드인 GV80이 단연 앞서지만 현재 GV80의 인기가 뜨거워 특정 색상·옵션 등에 따라 출고 대기 기간이 1∼6개월로 천차만별이다. 사전예약 고객 및 구매 대기자들이 많아지는 가운데 국내에 새롭게 선보인 동급의 수입 SUV는 GV80의 파이를 일부 뺏어올 수도 있어 보인다.

뿐만 아니라 이 같은 시장 변화에 링컨과 캐딜락은 자사의 초대형 SUV를 새롭게 가다듬어 시장 확장을 꾀하고 있다. 링컨은 에비에이터보다 큰 내비게이터를 현재 미국 시장에서 판매중이며, 캐딜락은 에스컬레이드 풀체인지 모델을 내년부터 미국시장을 시작으로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내비게이터와 에스컬레이드 두 차종의 롱바디 버전은 전장이 각각 5,636mm, 5,700mm에 달해 ‘도로 위의 탱크’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한다.

일부 초대형 SUV를 원하는 소비자들은 아직 국내에 정식으로 출시되지 않은 링컨 내비게이터를 직수입하는 업체를 통해 구입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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