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5-18 04:13
벽산그룹, ‘승계 동력’ 내부거래 ‘꿋꿋’
벽산그룹, ‘승계 동력’ 내부거래 ‘꿋꿋’
  • 권정두 기자
  • 승인 2020.08.21 16: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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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산그룹 3세 승계작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은 벽산엘티씨엔터프라이즈의 올해 상반기 내부거래 규모가 지난해 대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벽산그룹 오너일가 3세 김성식 대표. /벽산 홈페이지
벽산그룹 3세 승계작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은 벽산엘티씨엔터프라이즈의 올해 상반기 내부거래 규모가 지난해 대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벽산그룹 오너일가 3세 김성식 대표. /벽산 홈페이지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벽산그룹의 올 상반기 내부거래 규모가 전년 대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내부거래는 승계작업과 밀접하게 연결돼있다는 점에서 더욱 싸늘한 시선을 받고 있지만,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 설립 이후 줄곧 높은 내부거래 비중… 지난해엔 ‘93%’

벽산그룹 내부거래의 중심에 있는 것은 벽산LTC엔터프라이즈(벽산엘티씨엔터프라이즈)다. 비상장사인 벽산엘티씨엔터프라이즈의 지분은 오너일가 3세 경영인 김성식 벽산 대표이사와 그의 동생 김찬식 벽산 부사장, 그리고 김성식 대표의 세 자녀가 나란히 20%씩 나눠 갖고 있다.

이처럼 100% 오너일가 개인회사인 벽산엘티씨엔터프라이즈는 건축자재, 철물 및 난방장치 도매업을 영위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매출의 상당부분이 그룹 내부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벽산엘티씨엔터프라이즈는 지난해 341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는데, 이 중 벽산, 하츠, 벽산페인트 등 3개 계열사를 통해 올린 매출액은 319억원에 달했다. 내부거래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93%다.

이 같은 실태는 2010년 벽산엘티씨엔터프라이즈 설립 직후부터 쭉 이어져오고 있다. 2011년 94%를 시작으로 2012년 77%, 2013년 83%, 2014년 94%, 2015년 96%, 2016년 95%, 2017년 90%, 2018년 97%, 2019년 93%의 내부거래 비중을 기록 중이다.

올해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벽산엘티씨엔터프라이즈는 올해 상반기 벽산, 하츠, 벽산페인트 등 3개 계열사로부터 총 17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 157억원에 비해 8.6% 증가한 수치다.

◇ 벽산 최대주주 등극한 벽산엘티씨엔터프라이즈

벽산엘티씨엔터프라이즈의 내부거래 실태가 더욱 주목을 끄는 이유는 벽산그룹 승계작업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벽산그룹은 오너일가 2세 김희철 회장이 2014년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고, 이후 오너일가 3세 김성식 대표가 경영 전반을 이끌며 경영승계를 완료했다.

벽산엘티씨엔터프라이즈가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지분승계에 있어서다. 벽산엘티씨엔터프라이즈는 2010년 설립 직후 그룹 지배구조 중심에 있던 벽산 지분 4.96%를 확보하며 2대주주로 자리매김한 바 있다.

그런데 지난 3월 벽산엘티씨엔터프라이즈는 대물변제 수령이란 방식으로 벽산 주식 320만주를 추가 확보하며 지분율을 9.63%까지 끌어올렸다. 이는 기존 최대주주였던 김희철 회장을 넘어서는 것으로, 벽산엘씨티엔터프라이즈는 새로운 벽산 최대주주가 됐다. 김성식 대표 역시 같은 방식으로 기존 2.58%였던 벽산 지분을 5.20%로 끌어올렸다.

이후 벽산엘티씨엔터프라이즈는 담보권 실행과 장내매수, 벽산의 자사주 처분 등을 거치며 벽산 지분을 12.42%까지 높인 상태다. 김성식 대표의 지분도 6.55%가 됐다. 반면, 김희철 회장은 지분을 모두 정리했다.

벽산엘티씨엔터프라이즈의 지분을 오너일가 3~4세가 보유하고 있는 점, 특히 김성식 대표와 그 자녀가 80%의 지분을 보유 중인 점을 고려하면 김성식 대표는 사실상 벽산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벽산엘티씨엔터프라이즈를 중심으로 지분승계 또한 마무리된 셈이다.

결국 벽산그룹의 3세 승계는 벽산엔터프라이즈의 내부거래를 핵심 동력으로 완성됐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벽산그룹 측은 “해당 사안에 대해 별도로 밝힐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벽산엔터프라이즈를 통해 벽산그룹의 3세 지분승계도 마무리된 가운데, 내부거래 실태가 앞으로도 지속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