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벽산그룹에 대한 고강도 세무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목이 쏠리고 있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국세청이 벽산그룹에 대한 고강도 세무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선 이번 세무조사에서 일감아주기 논란이 타깃이 될 지 주목하는 모양새다.

◇ 국세청 조사4국 투입?… 특별세무조사 가능성에 들썩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은 지난달 말 서울 중구 벽산에 조사국 인력을 투입해 회계 관련 자료를 확보하는 등 세무조사를 벌였다. 

이번 세무조사는 특별 세무조사로 관측된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이번 세무조사에 투입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서다. 조사4국은 정기 세무조사가 아닌, 비정기 또는 심층세무조사를 전담하는 부서다. 

조사4국은 주로 기업의 구체적인 탈세 혐의 등이 포착됐을 때 사전 예고 없이 투입되는 특성을 갖고 있다. 대기업에 대한 기획세무조사를 전담해 ‘국세청의 중수부’ 또는 ‘재계의 저승사자’로 불리기도 한다. 

이번 세무조사에 대해 벽산 측은 조심스런 입장을 보였다. 벽산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전화통화에서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것은 맞다”며 “5년만의 세무조사인 만큼 정기 세무조사가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 성실히 조사를 받을 방침”이라고 전했다. 조사4국이 이번 세무조사에 투입된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선 “자세히 알고 있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벽산그룹은 1951년 설립된 동양물산을 모태로 출발해 한때 18개 계열사를 거느리며 30대 재벌그룹으로 명성을 떨쳤던 곳이다. 하지만 외환위기 등을 겪으면서 그룹 외형이 대폭 축소됐다. 2010년대 중반엔 벽산건설 파산하면서 그룹 사세가 더 쪼그라들었다. 현재는 건자재 전문기업인 벽산을 주축으로 벽산페인트, 하츠, 아이버티, 다솔유알 등의 계열사를 두고 있다. 벽산의 대표이사는 창업주 3세인 김성식 대표가 맡고 있다. 김성식 대표는 고(故) 김인득 창업주의 손자이자 김희철 벽산그룹 회장의 장남이다.

이런 가운데 국세청이 돌연 벽산그룹 세무조사에 나서면서 그 배경을 놓고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각에선 ‘내부거래’ 이슈에 대해 세정당국이 들여다보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벽산그룹은 벽산엘티씨엔터프라이즈와의 내부거래 이슈로 꾸준히 도마 위에 올랐던 바 있다. 벽산엘티씨엔터프라이즈는 오너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곳이다. 김성식 벽산 대표와 그의 세 자녀, 김 대표의 동생인 김찬식 부사장이 각각 지분 20%씩을 나눠 갖고 있다. 

건축자재, 철물 및 난방장치 도매업을 영위하고 있는 벽산엘티씨엔터프라이즈는 그룹 계열사와의 내부거래 비중이 90%를 훌쩍 넘기고 있다. 지난해 벽산엘티씨엔터프라이즈 매출액 381억원 가운데 97.4%인 371억원은 벽산, 하츠, 벽산페인트 등과의 내부거래를 통해 올렸다. 

◇ 오너일가 회사, 일감몰아주기 논란 도마 위

벽산엘티씨엔터프라이즈는 2010년 설립 이후 줄곧 높은 내부거래율을 보여 왔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내부거래 비중은 모두 90%를 넘겼다. 이를 놓고 오너일가 회사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잇따랐지만 최근까지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 왔다.  

이 뿐만이 아니었다. 재계에선 벽산이 벽산엘티씨엔터프라이즈를 지분승계 수단으로 활용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도 잇따른 바 있다. 

벽산엘티씨엔터프라이즈는 설립 직후, 벽산의 주요 주주로 등장했다. 2010년 말 기준 벽산엘티씨엔터프라이즈의 보유 지분은 4.96%로, 김희철 회장(8.8%)에 이어 두 번째로 보유 지분이 많았다. 당시 유력 후계자였던 김성식 대표의 보유 지분율은 2.57%에 불과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벽산엘티씨엔터프라이즈를 통해 우회적인 후계지분을 확보하면서 영향력을 확대했다. 

그러던 중, 2020년 벽산엘티씨엔터프라이즈는 대물변제 수령이란 방식으로 벽산 주식 320만주를 추가 확보하며 지분율을 대폭 늘려 벽산의 최대주주까지 올랐다. 올해 6월 말 기준 벽산엘티씨엔터프라이즈의 벽산 보유 지분율은 12.42%다. 김 대표는 6.55% 지분 만을 확보한 상태이지만 벽산엘티씨엔터프라이즈를 통해 사실상 승계 작업을 완료했을 것으로 평가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세무당국이 벽산그룹의 내부거래와 경영 승계 작업을 면밀히 살펴보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벽산그룹 측은 “세무조사 배경에 대해선 아는 바가 없다”며 조심스런 입장을 보였다.  
 

근거자료 및 출처 

- 벽산 반기보고서(2020.06)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 벽산엘티씨엔터프라이즈 감사보고서(2021.12)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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