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단일화가 거듭된 진통을 겪는 가운데 야권 내에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책임론′이 연일 제기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야권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가 거듭 진통을 겪는 가운데, 야권에서 ‘김종인 책임론’이 피어나고 있다. 이번 단일화를 어렵게 하는 것이 김 위원장의 ‘몽니’라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갈등이 당내 주도권 싸움이라는 시각도 나오면서 성패 여부와 상관없이 야권의 후유증이 깊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19일 야권에서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한 비판이 터져 나왔다.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야권 단일화 난관은) 안철수 후보가 오세훈 후보와 단일화를 하는 게 아니고, 김 위원장과 단일화 싸움을 하는 것”이라며 “밖에서는 김 위원장은 문재인 정권의 트로이목마가 아닌가, 스파이가 아닌가 이렇게 이야기한다”고 맹비난했다. 

앞서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전날(18일) 장시간 협상에도 불구하고 단일화 합의를 끌어내지 못했다. 쟁점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다. 당장 단일화 협상이 동력을 잃은 상황에서 사실상 단일화가 불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새어 나왔다. 이날 역시도 단일화를 둘러싼 샅바싸움은 지속됐다. 두 후보 모두 양보에 나섰지만, 그 마저도 명분쌓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야권 내에서 김 위원장을 향해 ‘걸림돌’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것은 그간의 행보에서 비롯됐다.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를 향해 거친 발언을 쏟아 내더니 전날에는 ‘정신이상’이란 말도 서슴지 않은 게 대표적이다. 여기에 끊임없이 여론조사 ‘유선전화 방식’을 고집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연일 김 위원장을 향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그 좋던 야당 선거 분위기가 서울은 김종인 위원장의 몽니로 힘들게 진행되고 있다”며 “단일화 협상에 장애가 되는 김 위원장은 제발 좀 빠지고 두 후보에게 맡기라”고 지적했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도 전날 페이스북에 김 위원장이 안 후보를 향해 ‘정신이상’이라고 언급한 것에 대해 “김 위원장의 망언과 단일화 방해를 더 이상 방치하다가는 당을 망치고 선거를 망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수 원로들은 지난 18일 단일화 협상 결렬에 대한 김종인 위원장의 책임을 추궁하며 ′사퇴′를 촉구했다. /뉴시스

◇ 당권 갈등 조짐도

다만 일각에서는 표면적으로 비치는 갈등보다 속내가 더 복잡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당내 주도권 싸움이 기저에 깔려 있다는 평가다. 김 위원장이 자신의 임기를 ‘4·7 보궐선거’까지로 규정했지만, 사실상 향후 대선 국면에서 ‘킹메이커’까지 노리고 있다는 소리가 공공연하게 들리고 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안철수 후보 같은 경우는 김무성 전 의원이 밀고 있고, 오세훈 후보의 경우는 김 위원장이 밀고 있는 상황”이라며 “(단일화가) 치킨게임으로 치닫으면서 한쪽이 다른 쪽을 지지해주고 싶지 않은 상황까지 온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결국 단일화가 되기는 하겠지만, 후유증이 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서 '책임론'은 ′사퇴 논쟁′으로 번지며 당내 갈등을 격화시키는 분위기다. 이재오 상임고문과 김무성 전 의원, 김문수 전 경기지사 등은 전날(18일) 기자회견에서 “단일화 걸림돌이 돼온 김 위원장은 즉각 사퇴하라”고 압박했다. 반면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에 대해 ″보수 원로들은 자중하시라″며 김 위원장에게 힘을 실었다.

문제는 이러한 갈등이 표출될수록 야권은 물론 김 위원장에게도 좋을 것이 없다는 점이다. 당장 이번 선거에서 패할 경우 야권의 존재감은 급속도로 가라앉을 수밖에 없는 탓이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김 위원장의 생각은 시간이 흐르다 보면 시민들의 압박에 의해 안 후보가 중도 포기 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강하게 밀어붙이는 것”이라며 “김 위원장의 몽니로 다 잡은 고기를 놓칠 경우 야당은 공중분해 될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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