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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계류법안
[범죄의사면허취소 논란④] 의정(醫政) 소통이 해결 실마리
2021. 04. 29 by 서예진 기자 syj.0210@sisaweek.com
지난달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29일 코로나19의 여파로 개최가 불투명했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렸지만 금고 이상 형을 받은 의료인의 면허를 취소하는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상정되지 못했다. 사진은 지난달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는 모습. /공동취재사진-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29일 코로나19의 여파로 개최가 불투명했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렸다. 이번 전체회의에서 통과된 안건들은 이후 본회의에 상정된다. 그러나 이번 법사위 전체회의에 금고 이상 형을 받은 의료인의 면허를 취소하는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개정안)은 올라가지 못했다. 

의사 면허 관리를 강화하는 의료법은 개정안이 수차례 발의됐지만, 한 번도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의료계의 강력한 반발 때문이었다. 이번 역시 의사들은 물론, 야당인 국민의힘에서도 반대 기류가 강했다. 매번 팽팽한 논쟁을 일으킨 의료법의 해결책은 없는 걸까.

◇ 의료법 개정안, 법사위 전체회의에 상정 못해

지난 2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통과한 의료법 개정안은 교통사고·강도·살인·성폭력 같은 강력범죄로 금고 이상 형이 선고된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는 내용이 담겼다. 면허 재교부도 형 집행 종료 후 5년, 집행유예 기간만료 후 2년, 선고 유예 등 결격기간을 규정하고 있다.

다만 직업적 특수성을 고려해 의료행위 도중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로 인한 금고 이상 형을 받았을 경우에는 면허 취소가 되지 않도록 했다. 조원준 더불어민주당 보건전문위원은 이에 대해 “업무상 관련 의료사고는 특수하고, 다른 법률에서 다뤄야 할 부분이라 제외한 것이고 전문가, 법률가, 환자단체 등에서 대체로 이견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의료 행위의 특수성을 반영한 수정안은 법사위에 발목 잡혀 있다. 지난 2월 26일 열린 법사위에서는 양당 간사 협의 끝에 계류 후 조문을 수정해 다음 상임위에서 처리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그러나 29일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도 의료법 개정안은 포함되지 않았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선출된 대한의사협회 집행부가 강경 일변도였던 전임자들과는 달리 논의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보이는 만큼, 소통을 충분히 한 뒤 처리할 계획이다. 

이에 내달부터 임기를 시작하는 이필수 의협 회장 당선인은 법안 계류 혹은 법안 수정을 염두에 두고 법사위와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협이 제안할 수정안의 골자는 의사면허 결격사유 및 재교부 금지 대상을 ‘모든 범죄’에서 ‘중대 범죄’로 축소하는 것이다. 국민의힘 법사위원들도 이같은 방향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 유럽 사례, 한국에 적용키 어려워

그렇다면 해외에서는 범죄를 저지른 의료인의 면허를 어떻게 관리하고 있을까. 의료법 개정안에 대한 복지위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독일, 영국, 프랑스는 일률적 제한 없이 직무수행의 직간접적 관련성 등을 고려해 면허 취소 및 직업활동 제한 조치를 내린다. 또 영국은 의료인 재판소, 프랑스는 국가의사위원회에서 면허 관리를 한다. 다만 성범죄, 운전 관련 범죄, 폭행 관련 범죄 등을 저질렀을 경우 직업금지 명령을 내리기도 한다. 

그러나 유럽의 사례는 우리나라에 적용하기 힘들어 보인다. 조원준 전문위원은 “(유럽 등) 몇몇 나라가 그런 선택을 한 이유는 법체계 안에 의료사고(처벌)도 들어가 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복지위)통과된 의료법은 업무상 과실치사상죄가 빠지지 않았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료법 개정안은) 복지위에서 (의료계) 의견을 반영하고 여야 합의로 통과한 것이다. 복지위 차원에서는 모든 부분을 검토하고 정리한 것”이라며 복지위를 통과한 수정안은 당사자 간 의견을 반영하고, 여야가 합의한 최선의 결과라고 주장했다. 

금고 이상 형이 확정된 의료인의 면허를 취소하는 내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이들은 해당 법안이 ‘과잉 금지 원칙’ 위반과 헌법상 기본권인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래픽=김상석 기자
의료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찬반 의견이 팽팽한 상황, 결국 전문가들이 제시한 해결책은 의료계와 정계의 충분한 소통 뿐이다. /그래픽=김상석 기자

◇ 의료계와 정계의 평행선

결국 의료계와 정계의 충분한 소통 및 토론이 필요한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찬반 양측 모두 주장과 반박이 반복되는 등 각각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소관 상임위에서 법안이 통과된 상황이므로, 법사위와 의료법 개정안의 당사자들 간의 합의가 필요해 보인다. 전문가들 역시 의정(醫政) 간 소통을 강조했다.

의사 출신인 신현영 민주당 의원은 전문기자협의회 간담회에서 “법 제·개정에는 관련 단체와 협업시스템이 매우 중요하다. 해당 법안이 왜 문제가 있는지, 모든 범죄에 대해 면허취소를 하고 재교부 금지를 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며 "법안 심사 과정에서 의료계가 국회 및 관련단체와 소통하고 대안을 제시했는지 자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의료법 개정안은 이미 복지위를 통과했지만, 법사위에서 어디까지 수정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의협이 얼마나 수용 가능한, 좋은 대안을 제안하느냐가 관건이다. 다만 대안에 국민의 시각도 반영해야 법사위원들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의료계의 의견을 어느 정도 반영하는 모습이 필요하지만, 의료계의 자정능력도 제고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김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의료사고 부분을 제외했기 때문에 복지위에서 통과한 안이 합리적인 안이라 생각되지만, 의사들이 우려하는 바가 있으면 일부 그런 의견을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수용하면서 통과시켜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김 교수는 “현실적으로 코로나 상황에서 작년처럼 의협 파업이 또 있으면 사회적인 손실이 클 테니 그런 부분에 대한 우려가 한편으로 있다”고 했다.

이어 “다른 한편으로는 의사들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전문가로서 윤리를 갖추는 것, 자정활동을 강화하는 게 필요한데 그런 부분에서 부족한 상황”이라며 “국민들의 기대에 못 미치는 자정 능력을 현재 의사 집단이 갖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