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테마주’로 지목되며 주가가 크게 오른 덕성이 자사주 처분에 나섰다. /뉴시스
‘윤석열 테마주’로 지목되며 주가가 크게 오른 덕성이 자사주 처분에 나섰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실체가 불분명한 테마주, 특히 정치인 테마주 현상이 끊임없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이에 편승한 기업들의 행태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이번엔 덕성이 그 바통을 이어받았다.

◇ 실체 없는 ‘윤석열 테마주’ 덕성, 자사주 처분으로 ‘쏠쏠’

덕성은 합성피혁 제조업체이자 지난해 연결기준 1,176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한 중소기업이다. 

덕성의 주가는 올해 8,000원대에서 시작해 지난 2월 말 6,000원까지 내려갔다. 그로부터 불과 3개월이 지난 현재 주가는 2만3,000원대에 형성돼있다. 4월 초엔 3만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그런데 이처럼 주가가 급등한 배경을 덕성에서 찾긴 어렵다. 물론 지난해 실적이 크게 개선되긴 했지만 이는 지난해 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이미 공표된 바 있다. 주가가 단기간에 4~5배 뛸 정도의 실적 증가도 아니었다. 

덕성의 주가가 급등한 이유는 다름 아닌 정치권에 있다. 대선이 성큼 다가온 가운데, 야권에서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유력 대선주자로 부상한 상태다. 덕성은 바로 이 윤석열 전 총장의 ‘테마주’로 지목되며 주가가 급등했다. 

덕성이 ‘윤석열 테마주’로 지목되며 주가가 들썩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그런데 올해는 윤석열 전 총장이 검찰을 떠나 대선주자로서 보다 본격적인 행보를 보이면서 그 정도가 심해졌다. 올해 들어 덕성의 주가가 크게 오르기 시작한 것도 윤석열 전 총장이 사퇴한 시점부터다. 

하지만 덕성이 ‘윤석열 테마주’로 지목되는 이유는 군색하기 짝이 없다. 이봉근 대표이사와 김원일 사외이사가 윤석열 전 총장과 같은 서울대 출신이라는 게 전부다. 윤석열 전 총장의 정치적 행보에 따른 수혜 가능성은 아예 찾아볼 수 없다.

덕성 역시 지난 2월 조회공시요구 답변에서 “당사의 대표이사·사외이사와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학교 동문인 것은 사실이나 과거 및 현재 당사와 사업 관련 내용이 전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덕성은 최근 ‘윤석열 테마주’ 현상의 최대 수혜자를 자처하고 나섰다. 지난 25일, 70만331주의 자사주를 팔아치운 것이다. 처분단가는 주당 2만3,228원으로, 총 162억원가량을 현금화했다. ‘윤석열 테마주’ 현상 덕분에 3~4배 더 많은 현금을 거머쥔 모습이다.

물론 덕성의 이 같은 자사주 처분이 법적으로 문제되는 것은 아니다. 덕성이 사실과 다른 정보로 주가를 띄운 뒤 자사주를 처분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테마주 현상을 해당 기업이 앞장서서 적극 활용한 모습은 곱지 않은 시선을 받을 수밖에 없다. 기업의 신뢰와 비전을 스스로 훼손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주주가치를 보호 및 제고하는 것과도 거리가 멀다. 실제 덕성의 주가는 자사주 처분 발표 이후 3일 연속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봉근 덕성 대표는 홈페이지 인사말을 통해 “당사의 모든 임직원은 항상 고객과 주주를 먼저 생각함과 동시에 민첩한 혁신과 불굴의 도전 정신으로 친환경 글로벌 초우량 기업이란 목표 달성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스스로 “전혀 관계 없다”고 밝힌 테마주 현상에 편승해 자사주를 처분한 모습은 이봉근 대표의 일성에 커다란 물음표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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