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과 중흥건설이 웃으며 손을 맞잡을 수 있을까. /뉴시스
대우건설과 중흥건설이 웃으며 손을 맞잡을 수 있을까. /뉴시스

시사위크=송대성 기자  대우건설 매각 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재입찰 끝에 중흥건설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됐지만 그 과정에서 공정성 결여와 특혜 의혹이 불거지며 여전히 잡음이 새어 나오고 있어 중흥건설 정창선 회장이 이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우선 대우건설 노조의 반대가 생각보다 심하다. 지난 19일 노조는 ‘2021년 임금협상 및 불공정 매각반대’ 쟁의행위 투표 결과 조합원 85.3%가 참여해 찬성률 95.9%로 가결됐다면서 총파업을 예고했다.

이들은 KDBI가 정상적인 절차를 위반하고 재입찰을 진행해 회사에 약 2,000억원의 손실을 입혔고 부당하게 입찰가격을 낮춰준 불법행위는 명백한 배임에 해당한다며 단체 행동에 나서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우선협상자에 오른 중흥건설을 향해서도 경고의 메시지를 던졌다. 노조는 “경쟁입찰 원칙을 무시했다. 입찰방해죄로 고발하고 실사 저지와 인수 반대 투쟁을 진행할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생각보다 거센 반발을 마주하게 된 중흥건설. 심지어 정 회장이 대우건설을 살리기 위해 인수를 결정했다는 발언에도 사태는 좀처럼 안정세를 찾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앞서 정 회장은 지난 14일 “대우건설이 좋은 기업이라 생각하고 오랜 세월 지켜봤다”면서 “기술력이나 인재, 회사 자체는 좋은데 주인이 없는 회사가 돼서 경영상태가 좋지 않았고 그런 회사를 살리기 위해 인수하기로 결심했다”고 인수에 참여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항간에 제기된 두 기업의 통합 또한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정 회장은 “중흥그룹과 대우건설을 통합하지 않겠냐 그러는데 그런 건 전혀 없다”며 “대우는 대우대로 잘 성장하도록 우리가 뒷받침하고 중흥은 중흥대로 지금 잘 나가고 있어 그럴 필요가 없다”고 전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 회장이 과거 대우건설을 무리하게 인수했다가 오히려 경영악화 사태만 불러온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박 전 회장은 지난 2006년 6조원이 넘는 금액을 들여 대우건설을 인수하면서 2010년 재계 5대 그룹에 진입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세계금융위기와 더불어 인수대금의 절반가량이 빚이었던 터라 불어나는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2009년 대우건설을 시장에 내놓게 됐다. 

물론 중흥건설의 사정과 당시의 금호아시아나와는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는 기대감도 공존한다. 

중흥그룹은 시공 능력평가 15위인 중흥토건과 35위 중흥건설 등 30여개 주택·건설·토목업체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자산총액 9조2,070억원 규모에 현금성 자산은 7,000억원대다. 사실상 거액의 빚을 들여 대우건설을 품었던 금호아시아나와 비교하면 사정은 분명 나은 상황이다. 

정 회장도 “인수과정에서 자본이 부족해 펀드에서 가져다 쓴다거나 그런 것이 있어야 어려움이 있다고 하는데 우리는 그런 어려움 없다”며 “일시적으로 조금 부족한 것은 금방 차입했다가 쓰고 내년도에 회사에 유입된 돈으로 충당하게 돼 있다. 그렇기 때문에 대우를 인수해도 애로사항은 없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사실상 노조와의 갈등만 해소한다면 큰 걸림돌은 사라지는 셈이다.

하지만 정 회장이 “인수가 마무리되면 노조는 물론 임원과도 만나 진심을 전할 것”이라며 “나의 성실과 정직함을 알면 노조도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말한 것이 오히려 노조와의 관계를 불편하게 만들고 말았다. 

해당 발언 이후 대우건설 노조는 “매각 절차가 마무리된 이후 대화를 진행하겠다는 것은 중흥이 처음부터 노조를 비롯한 내부 구성원들을 철저히 무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갈등이 풀어내지 못한다면 인수가 마무리되더라도 한 지붕 아래에서 계속 불편한 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과연 중흥건설과 정 회장은 이 문제 속에서 어떠한 돌파구를 마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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