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은 계약 상대방인 한앤코를 상대로 주식매매계약 해제를 통보했다고 법률대리인인 LKB앤파트너스를 통해 1일 밝혔다. 사진은 5월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최근 자사 불가리스 제품 코로나19 과장 홍보 논란과 대국민 사과를 발표하고 있는 모습./ 공동취재사진)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남양유업 매각 협상이 결국 결렬 수순을 밟게 됐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은 계약 상대방인 한앤컴퍼니(한앤코)를 상대로 주식매매계약 해제를 통보했다고 법률대리인인 LKB앤파트너스를 통해 1일 밝혔다. 

◇ 홍원식 회장 “매수인 측 약정 불이행, 신뢰 무너져” 

홍원식 회장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경영 정상화를 위한 매각 노력이 결실을 맺지 못해 매우 안타깝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남양유업 경영권 이전을 포함한 지분 매매계약을 5월 27일 체결한 후 계약 이행기간까지 계약 종결을 위해 노력했지만 매수인 측의 약정 불이행으로 부득이하게 매매계약 해제를 통보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매수자 측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계약 이행만을 강행하기 위해 비밀유지의무 사항들도 위배했다”고 말했다. 또한 “상대방의 대한 배려 없이 매도인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 등을 통해 기본적인 신뢰 관계마저 무너뜨렸다”며 “특히 거래종결 이전부터 인사 개입 등 남양유업의 주인 행세를 하며 부당하게 경영에 간섭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홍 회장 측은 주식매매계약에 대한 해제 통보를 한앤코 측에 전달했다는 입장이다. 또한 홍 회장은 이번 분쟁이 종결되는 즉시 남양유업 재매각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 회장은 지난 5월 27일 남양유업 지분 53.08%를 사모펀드인 한앤코에 3,100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 같은 경영권 매각 결정은 불가리스 논란의 후폭풍으로 해석됐다. 홍 회장은 자사 유제품인 불가리스 제품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효과가 있다는 내용을 발표했다가 사회적 논란을 빚자 5월 4일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하고 회장직 사퇴를 결정했다. 당시 자식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지난 7월 30일 신규 임원 선임과 경영권 매각 등을 위한 임시주주총회를 돌연 연기되면서 매각 작업에 이상기류가 감지됐다. 한앤코 측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주총 연기 통보를 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후 안팎에선 매각 결렬설이 부상했다. 

이에 홍 회장 측은 지난달 17일 입장문을 통해 “한앤컴퍼니와의 매각을 결렬시키려고 한 것이 전혀 아니다”며 “상호 당사자 간 거래를 종결할 준비가 미비한 상태에서 주총 결의를 할 수 없었기에 주주총회를 연기·속행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이어졌다.

이후 양측의 갈등은 최근 소송전으로 번졌다. 한앤코는 지난달 23일 홍 회장 등 매도인을 상대로 거래종결 의무의 조속한 이행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한앤코 측은 “지난 몇 주간 협의와 설득을 통해 원만하게 거래종결이 이루어지도록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매도인 측의 이유 없는 이행지연, 무리한 요구 남발, 계약해제 가능성 시사로 인해 당사의 선의만으로는 거래종결이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돼 소송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앤코 측은 “매도인 측은 당사의 계속된 문의와 설득에도 2주 이상이나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더니, 결국 매도인 일가 개인들을 위해 남양유업이 부담해 주기를 희망하는 무리한 사항들을 새롭게 ‘선결조건’이라 내세워 협상을 제안해왔다”며 “8월 31일까지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주식매매계약의 해제를 시도해 볼 가능성까지 시사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선결조건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 

◇ 남양유업 vs 한앤코 입장차 첨예… 양측 갈등 소송전 비화  

이 같은 한앤코의 주장에 대해 홍 회장은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홍 회장은 이날 계약해지 통보 관련 입장문을 통해 “남양유업에 무슨 결정적 장애가 될 수도 있을 만큼의 무리한 것들을 요구하고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나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모두 쌍방의 합의가 됐었던 사항임에도 이를 침소봉대하여 발표한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오히려 M&A 거래에서는 이례적일 만큼 이번 계약에서 계약금도 한 푼 받지 아니했고 계약의 내용 또한 매수인에게만 일방적으로 유리한, 불평등한 계약이었다”며 “그럼에도 남양유업 경영 정상화를 위한 경영권 교체라는 대의를 이행하고자 주식 매각 계약을 묵묵히 추진했는데, 한앤코 측은 거래종결 이전부터 남양유업의 주인 행세를 하며 부당하게 경영에 간섭하기도 하고 저와 사전에 했던 약속마저 지키지 않은 채 서둘러 거래를 종결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어 양측의 분쟁도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남양유업 매각 무산 이슈는 주식시장에도 적잖은 충격을 줄 전망이다. 남양유업은 한앤코 측과 주식매매계약을 맺은 후, 주가가 급등세를 보여 왔다. 하지만 지난 7월말부터 매각 결렬설이 부상하면서 주가가 불안정한 흐름을 이어오며 약세를 보였다. 홍 회장 측의 계약해지 통보 소식이 전해진 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남양유업 주가는 장 초반부터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