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8일 오전 전남 순천시 연향동 거리에서 열린 '약무호남 시무국가' 순천 유세에 참석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8일 오전 전남 순천시 연향동 거리에서 열린 '약무호남 시무국가' 순천 유세에 참석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20대 대선 공식 선거운동 4일차, 주말을 앞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각각 ‘텃밭’인 호남과 영남을 찾았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 중 첫 주말인 만큼 여야 모두 ‘집토끼’ 잡기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이 후보는 전남 목포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DJ)을 언급했고, 윤 후보는 경북 구미의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했다. 

◇ 이재명, DJ 수차례 언급한 이유

이 후보는 이날 공식 선거운동 개시 후 처음으로 호남을 찾았다. 이 후보는 이날 전남 순천·목포·나주와 광주를 방문했다. 호남을 찾은 만큼 이 후보는 DJ를 수차례 언급했다. 일각에서 이전 선거에 비해 호남에서 이 후보의 지지율이 압도적으로 높지 않다는 우려가 나오는 만큼, 자신이 민주당의 후보이며 ‘김대중 정신’을 이어갈 후보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날 한국갤럽이 지난 15~17일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 광주·전라에서 이 후보는 68%, 윤 후보는 18%로 집계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번 대선과 마찬가지로 양강 대결 구도인 18대 대통령 선거와 비교해보면,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전북·전남·광주 등지에서 86%~92%의 득표율을 얻은 것에 비해 지지율이 높지 않다. 

또 이 후보가 이날 처음으로 민주당의 상징색인 파란 점퍼를 입은 점도 눈길을 끈다. 이 후보는 그간 양복 차림을 고수해왔다. 정권교체 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당을 강조하기 보다는 ‘인물론’을 내세우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텃밭인 호남에서는 인물론보다는 당을 강조하기 위해 파란 점퍼를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리고 이번 유세에는 이낙연 선대위 총괄선대위원장도 함께했다. 전남 영광이 고향인 이 위원장은 김 전 대통령을 필두로 민주당 정권의 성과를 강조하며 이 후보를 지원사격했다. 

이 후보는 우선 전남 순천에서 “김 전 대통령을 정말 존경하는데 삶의 지침으로 삼는 말이 있다. 서생의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감각이라는 말”이라며 “이상이 높으면 뭐하냐. 지금 당장 반발자국 갈 수 있다면 거기를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실용에 중점을 둔 자신의 행보가 DJ와 유사점이 있다고 강조한 셈이다. 

그러면서 김 전 대통령이 준비된 대통령이었기 때문에 IMF 위기를 신속히 극복했다며 “국정에 대해 아는 것도 없이 모르는 게 당연한 것처럼 자랑하듯 하는 리더로는 엄혹한 환경을 이겨낼 수 없다. 유능한 리더가 있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새로운 나라, 민주주의가 활짝 핀 나라, 김대중 전 대통령이 꿈꿨던 세상 제가 반드시 완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전남 목포에서는 윤 후보의 정치보복 발언을 겨냥해 “김 전 대통령께서는 평생 핍박당하면서도 한 번도 정치보복을 입에 올린 일이 없고, 통합의 정신을 실천했다”며 “그런데 어떻게 대통령 후보가 선거운동하면서 정치보복을 공언할 수가 있느냐”고 질타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8일 경북 구미 고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차량으로 이동하며 지지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8일 경북 구미 고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차량으로 이동하며 지지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 구미 박정희 생가 다시 찾은 윤석열

윤 후보는 이날 대구·경북(TK) 지역을 주로 공략했다. 경북 지역은 국민의힘이 절대 강세를 보이는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윤 후보는 이날 경북 상주·김천·구미·칠곡과 대구를 들렀다. 특히 구미에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를 방문했다. 대선 공식 선거운동 첫날이었던 지난 15일 대구와 부산을 찾은 데 이어 3일 만에 다시 TK를 찾은 것은 집토끼를 공고히 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특히 윤 후보가 정치에 입문한 뒤 비공개 일정을 포함해 호남 지역만 일곱 차례를 찾는 ‘서진(西進) 정책’에 집중하면서, 전통적인 지지층인 영남권을 홀대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온 바 있다. 아울러 TK 출신인 이 후보(경북 안동)가 TK와 PK(부산·경남)를 챙기는 동진(東進) 정책을 펼치면서, 주말 동안 텃밭에 집중하기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언급된 한국갤럽 여론조사(15~17일 조사)를 살펴보면 TK에서 이 후보가 21%, 윤 후보는 60%, PK에선 이 후보가 27%, 윤 후보는 48%로 나타났다. TK가 지역기반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18대 대선에서 80% 이상 얻었던 점을 감안하면, 국민의힘으로선 표밭 다지기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셈이다. 

윤 후보의 이날 일정 중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방문이다. 윤 후보는 지난해 9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를 방문했다가 일부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저항에 부딪혀 황급히 자리를 떠난 바 있다. 그러나 이날은 달랐다. 이번 방문엔 윤 후보의 지지자들이 대거 몰려 환영을 받았다. 

윤 후보는 지지자들의 환영을 받으며 참배를 마쳤고, 방명록에 “박정희 대통령의 경제·사회 혁명을 다시 제대로 배우겠습니다”라고 적었다. 박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판넬 앞에서 기념촬영을 한 윤 후보는 소회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박 전 대통령께서는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실행하시고 농촌 새마을운동을 통해서 우리 대한민국의 경제·사회 혁명을 이뤄내신 분이라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은 미래를 준비하셨고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 투자했다. 지금은 세계적인 대전환기고 코로나로 인해 우리가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고 개척해야 한다”며 “제가 오늘 방명록에 쓴 것과 같이 박 전 대통령의 경제사회 혁명을 지금의 시대에 맞춰서 다시 꼼꼼하게 제대로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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