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신구 기자  벼랑 끝으로 내몰렸던 야권 단일화가 극적으로 타결되자 정치권은 대선 판세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야권에서는 단일화에 대한 ‘상당한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단일화를 ′야합′이라며 효과 차단에 부심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 좋은 정권교체를 위한 뜻을 모으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국민통합정부’를 내세우며 대선 후 성공적인 정부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대선 후 두 당의 합당도 빠르게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요원해 보였던 이들의 단일화 논의는 급작스럽게 진행됐다. 앞서 단일화 협상에 나섰던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과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이 전날(2일) 물밑 협상을 이어갔고, 결국 TV 토론 후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대표의 만남으로 이어졌다. 이 자리에서 윤 후보와 안 대표는 단일화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며 그간의 오해를 풀고 접점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인사들은 이날 단일화를 성사시킨 두사람에 대해 찬사를 보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조건없는 우리 후보에 대한 지지선언과 합당을 결심한 용기에 감사하다”며 안 대표를 치켜세웠다.

정권 교체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권영세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장은 “후보 단일화로 인해 국민적 염원인 정권교체가 성큼 가까워졌다”고 환호했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온라인 청년 플랫폼 ‘청년의꿈’에 “이제 마음 편하게 완승하겠다”고 반색했다.

◇ 민주당, ′야합′ 비판하며 단일화 평가절하

국민의힘의 고무된 분위기와는 달리 민주당은 깜짝 단일화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안 대표까지 끌어들인 ‘통합 정부론’으로 중도 표심을 끌어오겠다는 전략이 깨진 데다,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선후보와 단일화 효과도 상쇄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민주당은 즉각 대응태세에 돌입했다. 야권 단일화를 ‘정치적 야합’으로 규정하고 이를 평가절하하겠다는 전략이다. 야권 단일화에 부정적인 중도층을 적극적으로 공략해 단일화 효과를 반감시키겠다는 의도인 셈이다.

우상호 민주당 총괄선대본부장은 이날 본부장단 긴급회의 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새벽에 갑자기 이뤄진 두 후보의 단일화는 자리 나눠 먹기형 야합으로 규정한다”고 비판했다. 박광온 선대위 공보단장도 이날 논평에서 이들의 단일화를 ‘밀실 협상’이라며 “국민을 배신했다”고 비난했다.

오히려 위기감을 동력 삼아 지지층 결집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는 이날 서울 중구 천주교 서울대교구청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생 경제와 평화 통합의 길을 꿋꿋하게 걸어가겠다”며 “역사와 국민을 믿는다”고 강조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이날 전남 고흥군 유세현장에서 “오늘 단일화를 보면 확실히 이겼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단일화라는 돌발 변수가 작용하면서 대선 국면은 더욱 예측이 어려워진 상황이다. 물론 ‘정권 교체’라는 가치를 접점으로 이뤄진 단일화인 만큼 윤 후보에게 상당한 이득이 될 것이라는게 정치권의 일반적인 평가다. 국민의힘 역시 이러한 부분에서 단일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안 대표를 지지하는 분들도 정권 교체를 원하고 있으니 안 대표를 지지했던 것”이라며 “분산이 되더라도 윤 후보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단일화 무산으로 결집됐던 (윤 후보의) 표는 진영 내 결집”이라며 “(단일화는) 정권 교체를 원하지 않지만 윤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중도층까지 외연 확장을 통한 결집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야권 단일화가 오히려 여권 지지층 결집을 촉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실상 민주당이 대응 전략으로 내세운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여당의 지지층 결집과 떠나간 중도층이 얼마나 돌아올 것인지가 중요한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1주일 전까지 투표 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사람들이 10% 정도로 나타나는데, 윤 후보와 안 대표가 (함께) 유세하는 모습을 보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반대로 이것을 ‘야합’이라고 유권자가 판단할 경우는 그것을 상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