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영상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영상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을 예방하는 데 협상과 조건이 필요했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회동을 촉구했다. 임기 말 인사권 등을 두고 윤 당선인 측이 대통령을 압박하는 모양새를 내는 것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낸 셈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참모회의에서 “답답해서 한 번 더 말씀드린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문 대통령은 “나는 곧 물러날 대통령이고, 윤 당선인은 새 대통령이 되실 분”이라며 “두 사람이 만나 인사하고 덕담 나누고 혹시 참고될 만한 말을 나누는 데 무슨 협상이 필요한가. 무슨 회담을 하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윤 당선인을 향해 “다른 이들의 말을 듣지 마시고 당선인께서 직접 판단해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대통령과 당선인의 회동은 당선인께서도 아주 스스로 기분이 좋으신 일이고, 대통령과 당선인께서 그냥 만나서 환한 얼굴로 손을 잡는 모습만 보셔도 국민 스스로 입가에 미소가 돌아야 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지난 18일 당초 16일로 예정됐던 회동 날짜가 급작스레 연기된 데 대해 “윤 당선인과 빠른 시일 내 격의 없이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는 자리를 갖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라며 “무슨 조율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청와대의 문은 늘 열려있다”고 촉구한 바 있다.

그러나 윤 당선인 측이 용산 국방부 청사로의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발표한 것을 두고 청와대가 사실상 반대 의사를 밝히고, 한국은행 총재 및 감사위원 인선으로 양측이 갈등을 빚으면서 회동이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다른 이들의 말을 듣지 말아 달라’고 당부한 것에 대해 “(당선인 측) 내부 소통 의사구조가 어떤지는 알 수가 없다”면서도 “그동안 이철희 정무수석이나 장제원 비서실장 간 협상 라인 외에도 서로 많은 분들이 여기저기서 (회동과) 관련한 말씀을 많이 하신 것을 염두에 두신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청와대도 이 회동에 대해 자꾸 말씀드리고 싶지 않지만, 이런 상황이 발생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인사 자체가 회동의 의제가 돼서 대통령의 인사가 마치 당선인 측과 합의가 이뤄져야 되는 것처럼 인식되고 있는 상황들을 염두에 두신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윤 당선인이 이날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의 이창용 한은 총재 후보 지명 등을 겨냥해 ‘정부 마지막 인사조치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발고 발언한 데 대해서는 “당선인의 말씀에 대해 직접 코멘트를 다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도 “분명한 것은 인사는 대통령 임기까지 대통령의 몫이다. 당선인께서도 대통령이 되셔서 임기 말까지 차기 대통령으로서의 인사권한을 임기까지 행사하면 되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2016년 황교안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 공공기관 인사권을 강행한 것을 언급하며 “대통령 권한대행께서도 마지막까지 인사를 하시는 것은 그만큼 임기 안에 주어진 법적 권한이기도 하지만 그것을 반드시 해야 하는 법적 의무이기도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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