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혁 회장이 이끄는 현대코퍼레이션은 지난해 사명까지 변경하며 사업다각화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코퍼레이션
정몽혁 회장이 이끄는 현대코퍼레이션은 지난해 사명까지 변경하며 사업다각화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코퍼레이션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범 현대가 일원인 정몽혁 현대코퍼레이션 회장의 사업다각화 추진이 녹록지 않은 모습이다. 사명까지 변경하며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으나, 첫 사례로 주목을 끌었던 M&A가 다소 허무하게 무산됐다. 또한 예상치 못했던 러시아발 변수까지 마주하고 있다. 갈 길 바쁜 정몽혁 회장의 발걸음이 출발부터 삐걱거리게 됐다.

◇ 사명까지 바꾼 현대코퍼레이션의 사업다각화 의지

정몽혁 회장이 이끄는 현대코퍼레이션(옛 현대종합상사)은 지난해 3월 사명 변경을 전격 단행했다. 이는 창립 45년만의 큰 변화였다. 특히 현대코퍼레이션의 정체성과 역사를 상징하는 ‘종합상사’를 사명에서 떼어낸 점은 의미하는 바가 컸다. 기존의 울타리를 넘어 사업다각화에 나서겠다는 의지가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현대코퍼레이션 측은 “‘종합상사’라는 명칭에 갇혀있던 트레이딩 중심의 이미지와 사업 모델에서 탈피해 ‘글로벌 종합 비즈니스 파트너 기업’으로 변신, 도약하기 위한 것”이라고 사명 변경 이유를 밝혔다.

이후 현대코퍼레이션은 사업다각화를 위한 잰걸음을 이어갔다. 먼저, 지난해와 올해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잇따라 사업목적을 추가했다. 지난해에는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 제조와 판매업’을 비롯해 4개를, 올해는 ‘신기술사업회사 및 벤처캐피탈 등에 대한 투자 및 관련사업’ 등 2개를 추가한 현대코퍼레이션이다.

이후 현대코퍼레이션은 M&A를 적극 추진하고 나섰다. 지난해 5월엔 현대자동차 1차 협력사인 자동차 부품업체 신기인터모빌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고, 지난해 12월엔 한 기계부품소재회사를 인수하기 위해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공시하기도 했다. 다만, 해당 기업의 사명은 양사 합의 하에 공개하지 않았다. 

아울러 현대코퍼레이션은 지난해 설립한 합작법인을 통해 러시아에 자동차 부품공장을 짓고 있기도 하다. 자동차 부품용 플라스틱 사출공장은 이미 가동에 들어갔고, 도장공장은 상반기 내에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 같은 행보는 올해도 분주하게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사업목적 추가한 뒤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프롤로그 벤처스’를 이달 초 설립했으며, 현재 관계당국의 승인 절차를 진행 중이다. 또한 ‘폐자원을 활용한 친환경 리사이클 사업 및 관련사업’도 사업목적에 추가하고, 합작법인을 통해 캐나다에 친환경 제설제 공장 건립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 무산된 M&A에 러시아 전쟁까지… 순조롭지 않은 출발

하지만 정몽혁 회장의 이러한 새로운 도전이 순탄치만은 않은 모습이다. 현대코퍼레이션은 지난 21일 신기인터모빌 인수 추진을 백지화한다고 공시했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약 1년 가까이 인수를 위한 작업을 이어왔으나, 결국 무산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 현대코퍼레이션 관계자는 “비밀유지의무 조항이 있어 구체적인 무산 배경은 밝힐 수 없다”며 “M&A 자체가 워낙 중대하고 복잡한 사안이고, 변수 또한 많다보니 항상 성사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신기인터모빌 인수가 무산됐다고 해서 큰 타격이 있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코퍼레이션은 러시아발 변수 또한 마주하고 있다. 현지 자동차 부품공장 사업을 추진 중인 러시아에서 전쟁을 일으킨 것이다. 현대코퍼레이션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해당 공장이 위치한 칼리닌그라드는 전쟁이 벌어지는 지역과 거리가 있고, 부품현지화 차원에서 진행한 것이어서 러시아 제재에 따른 영향도 크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야심차게 사업다각화를 추진하고 나선 정몽혁 회장의 발걸음은 출발부터 순탄치 않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사업다각화 추진 및 사명 변경을 단행한 이후 처음으로 추진한 M&A가 다소 허무하게 무산됐고, 러시아에서의 사업 역시 향후 전쟁 상황 및 제재 강화 여부 등에 촉각을 곤두세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한 현대코퍼레이션은 이에 앞서 지난 1일 모 기계부품소재회사 인수와 관련해 당초 4월 3일까지였던 공시 유보기한을 8월 4일까지 4개월 연장하기도 했다. 물론 이 같은 연장이 난항을 의미한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인수를 추진하는 기업의 사명조차 공개하지 않을 정도로 조심스럽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이 역시 성사를 장담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현대코퍼레이션 관계자는 “향후에도 사업다각화 추진 기조는 계속해서 이어나갈 것”이라며 “특히 CVC 사업이 시작을 앞두고 있는 만큼 스타트업이나 신기술에 대한 투자도 본격화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현대코퍼레이션은 과거 범 현대그룹의 수출 창구 역할을 하며 입지를 다져왔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다섯째 동생 고(故) 장신영 씨의 장남인 정몽혁 회장은 어린 나이에 부친을 여의었으며, 한때 현대정유(현 현대오일뱅크)를 이끌기도 했으나 외환위기 당시 위기를 넘지 못하고 물러난 바 있다.

이후 현대종합상사를 발판 삼아 재기에 나선 그는 2016년 현대중공업그룹으로부터 계열분리하며 독자행보를 시작했다. 그러나 2010년대 초중반 5조원을 넘겼던 연간 매출액이 이후 4조원대로 하락했고, 2020년 이후엔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아 실적이 더욱 크게 추락한 상태다. 

하지만 이런 가운데 추진한 사업다각화가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지 못하면서 정몽혁 회장의 발걸음은 더욱 무거워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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