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종현 대표가 이끄는 대명에너지는 지난 16일 우여곡절 끝에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그래픽=권정두 기자
서종현 대표가 이끄는 대명에너지는 지난 16일 우여곡절 끝에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그래픽=권정두 기자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재수 끝에 몸값을 낮춰 상장에 성공한 대명에너지의 주가가 초기 부진을 딛고 탄력을 받은 모습이다. 하지만 상장 과정에서 상속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서종현 대표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 상속세·증여세 숙제 남은 서종현 대표

중견 신재생에너지기업 대명에너지는 지난 16일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지난 2월 상장을 철회하는 우여곡절을 딛고 재수 끝에 상장에 성공한 것이다.

다만, 상장을 둘러싼 여건이 악화되면서 대명에너지는 당초 기대만큼 기업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 첫 상장 추진 당시 5,000억원 안팎이었던 시가총액 규모는 두 번째 상장 추진에서 40% 가량 낮게 책정됐다. 그마저도 공모가가 희망공모가 최하단(1만5,000원)으로 확정되면서 시가총액 또한 2,550억원에 그치게 됐다.

공모가에서 알 수 있듯, 흥행 성적 역시 아쉬웠다. 기관 대상 수요예측 경쟁률은 254.7대 1, 일반투자자 대상 청약 경쟁률은 151.6대 1을 기록했다. 규모의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IPO 열풍이 이어지던 시절에 비해 초라한 수준이다.

이 같은 우여곡절을 겪은 대명에너지는 상장 직후 주가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애초에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형성돼 상한가를 기록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시초가는 공모가 대비 3% 높은 1만5,450원에 형성됐으나, 내내 공모가를 하회한 끝에 시초가 대비 9.7% 감소한 1만3,950원으로 장을 마쳤다. 이어 이튿날엔 소폭의 회복세를 보였지만 다음날 다시 1만3,700원에 장을 마감하며 3거래일 연속 공모가를 밑돌았다.

반전이 찾아온 것은 상장 4일차인 지난 19일이다. 이날 대명에너지는 상한가로 장을 마감하며 단숨에 공모가를 뛰어넘었다. 이어 지난 20일에도 장중 한때 전일 대비 23.5%의 상승세를 기록하는 등 고공행진을 이어갔고, 종가는 2만원을 돌파했다. 이후 약 일주일 간 소강상태에 접어든 대명에너지 주가는 현재 공모가 대비 30% 이상 오른 2만원 안팎에 형성돼있다. 

대명에너지의 이러한 주가 흐름은 러시아 관련 국제정세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업계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상장 과정에서 여러모로 시기적인 아쉬움이 컸던 대명에너지가 모처럼 좋은 타이밍을 마주한 것이다.

하지만 대명에너지를 이끌고 있는 1985년생의 젊은 수장 서종현 대표는 마냥 웃을 수 없는 상황이다. 서종현 대표는 창업주 고(故) 서기섭 회장의 장남으로, 2014년 전무로 입사해 2016년 대표이사에 오른 바 있다. 이후 지난해 고 서기섭 회장이 별세하면서 대명에너지 전반을 이끌고 있다.

그런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상장이란 숙제를 마친 서종현 대표는 상속세 및 증여세라는 또 다른 현안을 짊어지고 있다. 

서종현 대표는 대명에너지에 합류한 2014년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32%의 지분을 취득했으며, 2018년 4월 동생으로부터 11%의 지분을 증여받아 최대주주에 오른 바 있다. 또한 지난해 10월엔 부친이 보유 중이던 15% 지분도 상속받았다.

관련 법규에 따르면, 주식을 상속 또는 증여 받은 이후 5년 이내에 해당 기업이 상장할 경우 상장이익에 대한 세금이 부과된다. 따라서 서종현 대표는 이번 상장으로 수백억원대의 세금 부담을 마주하게 됐다. 2014년 유상증자를 통해 취득한 지분에 대한 세금이 부과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에 서종현 대표는 대명에너지가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하기 전인 지난해 9월 보유 지분 중 10.67%를 전략적 파트너인 삼천리자산운용 측에 매각해 427억원을 현금화한 바 있다. 또한 첫 상장 당시 자신이 보유 중인 주식을 내놓는 구주매출의 비중을 높게 설정했다. 전체 공모주식의 38.5%가 구주매출로 이뤄졌고, 이 중 60%가 서종현 대표의 주식이었다. 이는 모두 세금 부담 충당을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서종현 대표는 결과적으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상장을 둘러싼 여건이 악화된 가운데, 높은 구주매출 비중까지 부정적으로 작용하면서 첫 번째 상장 추진이 무위에 그친 것이다. 결국 두 번째 상장 추진에선 서종현 대표의 구주매출이 포함되지 않았다. 서종현 대표가 상속세 및 증여세 숙제를 남겨둔 배경이다.

우여곡절 끝에 코스닥 시장에 입성해 주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대명에너지의 서종현 대표가 상속세 및 증여세 숙제를 언제, 어떻게 해결하게 될지 주목된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