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한라의 ESG 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그래픽=권정두 기자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한라의 ESG 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그래픽=권정두 기자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한라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한라의 ESG 평가등급이 뒷걸음질친 것으로 나타났다. 시대적 흐름에 발맞춰 그룹 차원에서 ESG경영 강화에 공을 들여온 것이 무색해진 모습이다. 지난 3월 연임에 성공한 이석민 한라 대표의 어깨가 무거워지게 됐다.

◇ 한국기업지배구조원, 한라 ESG 등급 하향 조정

국내 대표 ESG평가기관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지난 12일 2022년 3분기 ESG 등급 조정을 실시하고 이를 발표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매년 10월 1,000여개의 주요 상장사 및 비상장사를 대상으로 한 ESG 평가결과를 발표한 뒤 분기별로 조정을 실시하고 있다. 분기별 조정에선 해당 기간 동안 발생한 ESG 위험을 반영해 하향 조정만 이뤄진다.

이번 3분기 조정에선 총 7개 기업이 이름을 올렸다. 그중엔 한라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한라도 포함돼있다. 한라는 당초 A등급이었던 S부문이 B+로 한 단계 하향 조정됐다. 이로써 한라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ESG평가에서 각 부문 및 통합 등급 모두 B+를 기록하게 됐다.

한라의 ESG 평가등급이 이처럼 후퇴한 이유로는 앞서 발생한 사망사고가 꼽힌다. 지난 4월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건립 중인 만도의 미래차 연구소 ‘넥스트엠’ 공사 현장에서 50대 화물차 운전기사가 자재에 깔려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한라는 이 공사 현장의 시공사다.

실제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측은 한라의 ESG등급을 조정한 사유로 ‘건설현장 근로자 사망’을 명시했다. 아울러 근로자 사망사고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한라는 지난해에도 2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된다.

물론 B+ 등급이 ‘낙제점’인 것은 아니다. 다만, ESG 등급 하향 조정 대상으로 이름을 올린 점, 그 이유가 최근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망사고에 따른 것인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더욱이 한라는 그룹차원에서 ESG경영 강화를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해오고 있다. 한라그룹은 지난해 3개 상장사 모두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출간한 바 있으며, 한라그룹 상장사 중 하나인 한라의 경우 지난해 처음으로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출간한 것이었다.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통해 ‘환경적 가치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기업, 사회와 함께 성장해 가는 영속기업’을 목표로 내건 한라는 안전보건경영과 관련해 “사람을 존중하는 가장 안전한 사업장을 만든다”며 “인간존중 정신을 바탕으로 전 사업장에서 안전보건경영을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품질·안전보건·친환경 프로세스를 체계적으로 점검하기 위해 지난해 이석민 대표이사 직속으로 ESG실을 신설했으며, 올해 초에는 ‘CEO 안전보건 경영방침 선포 및 인권선언 결의대회’를 갖기도 했다. 

하지만 잇단 사망사고로 ESG등급까지 후퇴하면서 한라의 ESG경영 강화 행보는 빛이 바라게 됐다. 이에 따라 경영능력을 인정받아 지난 3월 연임에 성공한 이석민 대표는 어깨가 한층 더 무거워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사망사고로 인해 중대재해처벌법 문제를 마주하고 있는 가운데, ESG경영 강화라는 숙제까지 더해진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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