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당 혼란 수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당 내에서는 ′직무 대행′ 체제에 불만이 여전한 모습이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불씨를 끄려고 했는데 불씨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보고 있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렇게 말했다. 당 윤리위원회가 지난 8일 이준석 대표에 대한 ‘당원권 정지 6개월’ 처분을 내린 후 ‘권성동 원톱’ 체제가 굳어지며 외견상으로 갈등 봉합 수순에 접어들었지만, 이면에는 여전한 갈등의 불씨가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의식한 듯 권 원내대표도 불만을 관리하는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11일 의원총회를 열고 이준석 대표의 징계로 인한 ‘직무 공백’을 권 원내대표가 대행하기로 결정했다. 윤석열 정부의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해 여당으로서 혼란을 빠르게 수습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권 원내대표는 전날(12일)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내 혼란 상황을 조기 종식하기 위해서 직무 대행 체제를 빠른 시간 인정해주신 거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당 안정화를 위한 발걸음도 빨라졌다. 전날 당 혁신위원회에 참석, 이를 격려한 것이 대표적인 장면이다. 혁신위는 이 대표의 ‘의중’이 강하게 깃들었던 기구인 만큼, 이 대표의 징계와 맞물려 운영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새어 나온 바 있다. 그러나 권 원내대표는 “혁신위는 최고위원회 의결을 거친 공식기구”라며 “현재 당내 상황에 위축될 필요 없다”고 힘을 실어줬다.

권 원내대표가 혼란 수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여전히 당내에선 ‘불만 기류’가 꿈틀대고 있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13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당 대표가 중징계를 받은 상황이면 특정 개인에게만 책임을 돌릴 것이 아니라, 이렇게까지 오게 된 부분에 대해 지도부가 공동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도부 총사퇴를 통해 조기 전당대회를 열자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직무 대행 체제가 ‘임시 처방’에 불가하다는 데서 출발한다. 집권당으로서 정부의 원활한 국정운영을 뒷받침해야 하는데, ‘당 대표’와 ‘원내대표’의 권한이 한 사람에게 쏠리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도 더해지고 있다.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이 전날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원내도 살펴야 되지, 당도 살펴야 되지 정부하고 당정협력도 해야 하는 데 이걸 한 사람이 과연 할 수 있겠나”라고 지적한 것도 이 때문이다.

◇ 장제원과 ′불화설′도 솔솔

다만 표면상의 이유보다 속내는 더 복잡하다. 차기 당권을 둘러싼 주자들 간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권 원내대표가 ‘직무 대행’ 체제를 주장한 것 역시 임기가 끝난 후인 내년 4월 전당대회를 열기 위함이라는 해석이 무성하다. 당의 ‘총의’를 모으면서 이러한 권 원내대표의 주장이 관철됐지만, 결과적으론 차기 당권에 이해관계가 얽힌 이들의 불만을 고조시킨 꼴이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당장 장제원 의원과의 불화설이 불거진 것도 이러한 이유다. 장 의원은 앞서 당 중진의원 모임은 물론 의원총회에도 참석하지 않은데다, 전날에는 ‘전략적 연대’를 맺었다고 알려진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공부모임 ‘민‧당‧정 토론회’에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아울러 지난 10일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 의원들이 서울 모처에서 만찬을 한 자리에도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기 전당대회’를 주장한 장 의원과 권 원내대표 간 의견 충돌이 있던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여진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권 원내대표 역시 ‘갈등 확산’을 막는데 힘을 쏟는 모습이다. 그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열린 ‘2022 아시안 리더십 컨퍼런스’에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장 의원과 나의 관계에 대해 지나치게 추측이 난무하는 것 같다”며 “잘 지내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지역구 일이 있어서 불참한다는 전화를 받았다”며 이러한 해석이 ‘억측’이라고 말했다.

당내서 여전히 ‘조기 전당대회’ 목소리가 분출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경청하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권 원내대표는 “당내에서는 항상 다양한 목소리가 있다”며 “그것이 민주주의를 성숙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의원 총회를 통해 직무대행 체제로 추인을 받았다”며 “그러한 목소리도 경청을 하면서 당을 잘 운영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