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국민의힘이 ‘조속한 비대위 체제 전환’에 의견을 모았다. 현재 당 상황을 ‘비상’으로 규정하고 발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당헌·당규 해석을 비롯해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에 대한 ‘사퇴론’까지 쏟아지며 당내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당장 이로 인한 후폭풍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1일 의원총회를 열고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는 데 의견을 모았다. 양금희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의원총회 후 기자들을 만나 “최고위원들의 사퇴로 인해 당이 비상 상황인지 이 부분에 대해 우리 의원님들의 의견을 모았다”며 “비상 상황이라고 하는 의견에 극소수 의원님 제외하고 모두 동의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비대위 전환 움직임은 지난달 27일 배현진 의원의 최고위원직 사퇴로 수면 위에 떠 올랐다. 여기에 조수진·윤영석 의원이 전날(31일) 최고위원 사퇴 의사를 표한 데다가, 성일종 정책위의장도 ″직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며 본격화 됐다. 권 원내대표 역시 같은 날 페이스북에 “당이 엄중한 위기에 직면했다. 당 대표 직무대행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조속한 비대위 체제 전환을 공언했다.

국민의힘이 이날 의원총회에서 비대위 전환에 한 목소리를 낸 명분은 이들의 연이은 사퇴로 사실상 지도부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다는 점이다. 최고위원회 구성원 9명 중 5명이 공석이 된 만큼 더 이상 최고위가 지도부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앞서 배현진·조수진·윤영석 의원 외에도 지난 6·1 보궐선거 출마를 위해 사퇴한 김재원 전 최고위원과 사퇴 가능성을 내비친 성일종 정책위의장을 짚은 것이다.

이를 근거로 당 지도부는 당헌 제96조가 적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당헌 96조에는 당 대표가 궐위되거나 최고위 기능이 상실되는 등 비상 상황이 발생했을 땐 비대위를 둘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박형수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현재 당 대표 궐위 상태가 아니고 사고상태에 최고위원께서 사퇴 의사를 계속 표명하고 있다. 사실상 몇 분 안 남아서 기능이 제대로 작동될 수 없다”며 “이건 비상 상황으로 봐야 한다는 걸 의총에서 총의를 모았다”고 설명했다.

◇ 총의 모았다지만, 당내 반발 ‘여전’

국민의힘이 일단 비대위 전환이라는 급류에 몸을 실었지만, 과정이 순조로울 지는 미지수다. 앞서 비대위 전환 의견이 새어 나올 무렵부터 계속돼 온 ‘당헌·당규’의 해석은 여전히 비대위 체제를 둘러싼 갈등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 반대론자들은 지도부 과반 공석이 아닌 전원 사퇴일 때 비대위 전환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대위 전환이 사실상 이준석 대표를 겨냥한 것이라는 시선이 더해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비대위 전환을 반대하는 김용태·정미경 최고위원 모두 이 대표와 가까운 인사들로, 이들은 이러한 의구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정 최고위원은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지금 와서 보니 이 대표를 내쫓으려고 하는 거였구나 라는 게 드러났다는 생각”이라고 날을 세운 것도 이 때문이다.

당헌을 둘러싼 논란도 논란이지만, 권 원내대표를 향한 ‘책임론’이 분출되고 있다는 점도 당내 갈등의 또 다른 불씨다. 권 원내대표가 ‘직무대행직’ 사퇴를 언급하면서 ‘원내대표직’에는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은 것은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이어지는 게 대표적이다.

김 최고위원은 앞선 라디오에서 “원내대표이기 때문에 직무대행을 하는 건데 원내대표는 유지하고 당 대표 직무대행을 내려놓겠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페이스북에 “직무대행을 사퇴하면 원내대표도 사퇴하는 것이 법리상 맞는 것”이라며 “자동승계 된 대표 직무대행만 사퇴하겠다는 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라고 꼬집었다.

국민의힘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모은 총의를 상임전국위원회·전국위원회를 거쳐 최종 의결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속전속결′ 비대위 전환에 대한 당내 잡음도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의원총회 결과를 두고 이미 당내 반발도 시작됐다. 김웅 의원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유일하게 ‘반대’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 졌고, 김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정치를 이렇게 부끄럽게 만든 선배 정치인들처럼 잠시 살기 위해 영원히 죽는 길을 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결과를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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