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훈 사회수석이 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취학연령 하향 정책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안상훈 사회수석이 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취학연령 하향 정책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추진안이 거센 반발을 받자 대통령실과 정부가 한 발 물러선 모양새다. 심지어 “아무리 좋은 개혁 정책도 국민의 뜻을 거스를 수는 없다”는 발언도 나왔다. 여론의 흐름을 의식하는 분위기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취학연령 하향 문제는 초당적 입법 사안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각계각층 여론 수렴 작업에 속도를 낼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 게다가 박 부총리는 “국민이 원치 않는 정책은 폐기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 대통령실도 적극 해명 나서 

안상훈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2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은 선거 때부터 취임까지 지역아동센터 등 관련 현장을 여러 차례 방문하면서 교육과 돌봄의 통합 문제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절감, (취학연령 하향은)학교 방과 후 돌봄 서비스를 부모 퇴근시까지 하자는 기본 인식에서 출발했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안 수석은 “취학연령 하향 조정 문제는 이러한 정책 방향성 속에서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다"며 “취학연령 하향은 유보통합, 방과 후 돌봄 등 다른 개혁 과제들과 직간접적으로 엮여 있어 뭉친 실타래를 동시에 풀 수 있는 그런 대안이 될 수는 있겠지만 그 자체로 목표인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만 5세 초등학교 입학’은 개혁의 목표가 아니라 에듀케어 시스템으로의 일대 전환, 아동기 보육과 돌봄 및 교육의 통합적 운용에 관한 국가 책임, 이를 통한 아이들의 안전하고 바른 성장과 부모 부담 경감이 개혁의 핵심적 목표라는 것이다. 

안 수석은 “교육개혁은 대통령과 내각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부분이 크다. 국회 입법사항에 해당하는 것”이라며 “필요한 개혁이라도 관계자들 간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부분이 있어 공론화와 숙의가 필요하니 교육부가 신속하게 이에 관한 공론화를 추진하고, 종국적으로는 국회에서 초당적 논의가 가능하도록 촉진자 역할을 해달라는 것이 교육부 업무보고에서의 대통령 지시사항이었다”고 설명했다. 

즉 박 부총리가 지난달 29일 윤 대통령에게 교육부 업무계획을 보고하는 자리에서 취학연령 하향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고, 이에 윤 대통령이 ‘방안을 신속히 강구하라’고 지시한 것은 당장 ‘만 5세 초등학교 입학’을 추진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교육부가 해당 이슈를 공론화해 중지를 모으는 과정을 담당하라는 의미였다는 것이다. 

◇ 박순애 “국민이 원치 않으면 폐기”

이런 입장은 지난달 29일 박 부총리가 분기별로 나누는 등 구체적인 로드맵까지 제시한 것과는 상반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당시 박 부총리가 성급하게 발표한 것은 아니냐는 질문에 안 수석은 “박 부총리의 브리핑 내용도 그것을 공식화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저희가 확인하고 있다”며 “지금부터 하나의 예로써 그런 것들이 있을 수 있다는 것 정도로 얘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반박했다.

안 수석은 대통령실이 한 발 물러난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본인도 업무보고에 배석했다면서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것은 이런 다중 복합적인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회적 공론화, 숙의 과정이 필요하다. 옳은 개혁 방향에 대해서 정부가 넋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으니 이것을 교육부가 공론화를 신속히 추진해 달라는 메시지였다”며 “그것을 오늘 다시 한 번 확인드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발이 심하면 계획을 백지화할 수 있냐는 질문에 “아무리 좋은 개혁 정책의 내용이더라도 국민 뜻을 거스르고 갈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지금 결론이 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공론화를 통해서 그것을 확인해 보자(고 하는), 출발단계에 있다”고 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진 상황에서 무작정 밀고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기는 어렵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이에 대통령실도 ‘숙의 과정을 거치라는 의미’라며 재차 해명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안 수석 브리핑 역시 정부가 여론을 무시하고 정책을 밀어붙이는 게 아니라는 걸 강조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박 부총리도 이날 오후 사교육없는세상 등 학부모 단체와 간담회를 갖고 “어떻게 국민이 원하지 않는 정책을 시행하겠느냐”며 “학제 개편은 더 나은 공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대안 중 하나다. 수단은 목표를 위해 바뀔 수 있다”고 밝혔다. 또 “국민들이 만약에 정말로 아니라고 한다면 폐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 부총리의 이같은 발언 역시 당장 정책 시행이 아니라, 한 발 물러나 여론을 수렴하겠다는 제스처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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