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4월 27일 경기 파주시 판문점 도보다리 위에서 대화 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4월 27일 경기 파주시 판문점 도보다리 위에서 대화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4년 전인 2018년 9월 19일,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군사적 긴장상태 완화를 위해 9.19 군사분야 남북합의를 체결했다. 합의에는 지상,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충돌의 근원이 되는 적대 행위 전면 중지가 포함됐다. 북한의 단거리 탄도 미사일 시험 발사가 합의 위반 논란이 됐으나, 문재인 정부는 합의 이행을 목표로 해왔다.

문 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푸른 도보다리 위 단독 정상회담은 우리나라 국민들에게도 인상적이었던 장면이었고, 문 전 대통령의 임기 내 가장 큰 치적이다. 그런 의미를 반영한 듯 문 전 대통령의 퇴임 후 첫 현안 메시지도 9.19 군사합의 4주년 기념 토론회에서 나왔다.

◇ 퇴임 후 첫 메시지 “평화 합의 이행돼야”

문 전 대통령은 퇴임 후 첫 메시지로 ‘한반도 평화’를 선택했다. 윤건영 의원실에 따르면, 19일 오후 국회에서 이뤄지는 9.19 군사합의 4주년 기념 토론회의 서면 축사를 통해 “대화가 없으면 평화도 없다. 모든 대화의 출발점은 신뢰다. 신뢰는 남북 간에 합의한 약속을 지키는 데서부터 시작된다”며 “정부가 바뀌어도 마땅히 존중하고 이행해야 할 약속이다. 북한 역시 거듭된 합의를 저버려서는 안 된다”고 합의 이행을 촉구했다.

그는 당시 선언에 대해 “4년 전 오늘, 나와 김정은 위원장은 역사적인 평양공동선언에 서명하고 8천만 겨레 앞에 엄숙히 약속했다”며 “반목과 대립, 적대의 역사를 끝내겠다는 의지를 담아 ‘전쟁 없는 한반도의 시작’을 만방에 알렸고, 남북군사합의서를 부속합의서로 채택하여 하늘과 땅, 바다 어디에서든 군사적 위험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실천적 조치들을 합의했다”고 회고했다.

이어 “아쉽게도, 이듬해 2월에 열린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교착되었고 남북과 북미 간 대화에서 더 이상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면서도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는 한순간도 포기할 수 없는 겨레의 숙원”이라고 했다. 지속가능한 평화를 정작시키는 것이 어려운 과제임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평화는 저절로 찾아오지 않으며 그 누구도 대신 만들어 주지 않는다”며 “여전히 불신의 벽이 높고 외교안보 상황이 녹록지 않은 게 지금의 현실이지만, 우리가 상황을 비관하지 않고 주도적 입장에서 극복하고 헤쳐나갈 때 비로소 평화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메시지와 마찬가지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역시 9.19 군사합의 4주년을 맞아 남북 관계에 대한 메시지를 내며 “비싼 평화가 이기는 전쟁보다 낫다”며 “종심이 짧은 한반도 특성상 전쟁은 민족의 공멸을 의미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대북 강경론과 선제 타격론을 주장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의 파고가 급격하게 높아졌다. 최근 정부는 이명박 정부의 ‘비핵, 개방, 3000’을 사실상 재탕한 ‘담대한 구상’을 내놨지만, 북한은 이를 정면 거부하고 지난 8일엔 ‘핵무력정책법’까지 통과시켰다”며 “한반도 평화의 시계가 2018년 이전으로 완벽하게 회귀했다”고 비판했다.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2018년 6월 13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서 북미정상회담을 한 모습을 보도했다. /노동신문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2018년 6월 13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서 북미정상회담을 한 모습을 보도했다. /노동신문

◇ 정부ㆍ여당 “도보다리 미몽 깨라”

첫 메시지를 낸 문 전 대통령과 정부의 ‘북풍’을 지적하는 야권에 대해 여당에서는 예민하게 반응했다. 특히 문 전 대통령을 향해서는 ‘정치쇼’, 9.19 합의에 대해서는 ‘휴지 조각’에 불과하다는 수위 높은 비판까지 나왔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문재인 정부는 김여정, 김정은 남매의 눈치만 본 굴욕적인 대북정책과 탈원전 정책을 강행했다”며 “문 대통령이 9.19 군사합의 등 재임 중 남북 간 합의에 대해서 정부가 바뀌어도 마땅히 존중하고 이행해야 할 약속이라고 주장했는데, 4년 전 오늘 북한 김정은과 문 전 대통령이 체결한 군사합의는 이미 휴지조각이 됐다”고 질타했다.

그는 “문 대통령께 여쭙고 싶다. 북한의 핵보유가 북한 정책의 국책이고 남한을 선제타격하겠다는 것을 법에 명시한 이 마당에, 9.19 군사 합의를 정말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가”라며 “도보다리에서 김정은이 문재인 대통령한테 했다는 비핵화 약속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국민 앞에 밝혀라. 우리 당은 문 정권이 김정은의 비핵화 약속에 속아 넘어가 진행됐던 평화 프로세스 실체를 규명하겠다”고 역공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지금 한반도가 역사상 최악의 북핵 위협에 놓여있는 원인이 무엇인가? 바로 문재인 정권 5년 동안 국민을 현혹한 ‘남북 정치쇼’ 때문”이라며 “문재인 정권은 김정은 정권이 거짓으로 내민 손을 잡으며 임기 동안 ‘대북 굴종 외교’를 자행했다”고 비난했다.

양금희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문 대통령의 메시지를 ‘정치개입’으로 규정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핵과 대량살상무기 위협, 인권탄압 등으로부터 한반도의 안보를 지키기 위해 한미 정상 공동 기자회견, UN기조연설, 한미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회의 등 다각도의 노력을 하고 있는 지금 문 전 대통령의 정치적 발언은 매우 부적절하고 그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직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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