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신임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이 의원은 이날 원내대표 경선 결과 42표를 얻어 낙선했다. /뉴시스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신임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이 의원은 이날 원내대표 경선 결과 42표를 얻어 낙선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이변이 아니다. 바닥에 깔려 있는 민심, 또 의원들의 마음은 이미 그렇게 자리매김하고 있었다고 보고 있다”

19일 의원총회 후 이용호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새 원내대표를 낙점했다. 사실 시작 전부터 결과는 상당히 기울어져 있었다. ‘추대론’까지 불이 붙었던 주호영 의원의 ‘압도적 승리’를 점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이 의원 역시 이날 정견 발표에서 “사실 오늘 선거는 주 의원님이 될 가능성이 조금 높다”며 이러한 분위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개표 결과가 공개되면서 이러한 예측은 무색해졌다. 주 의원이 원내대표에 당선됐지만, 이 의원의 ‘선전’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이날 투표에 참여한 106명의 의원 중 42명은 이 의원의 손을 들어줬다. 61표를 받은 주 의원과 불과 19표 차이였다. 이러한 결과에 주 의원은 “이 의원이 선전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지난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원내대표 출마를 공식화했다. 당내에서는 이른바 ‘친윤’의 힘을 빌려 주 의원의 ‘추대론’이 강하게 몰아치던 상황이었다. 당의 혼란을 수습하고 안정시키기 위해선 중진의 ‘무게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더해졌다. 이렇다 보니 잠재적 후보군의 출마 소식은 전무했다.

이런 상황에서 그의 출마 선언은 ‘기류’를 흔드는 효과를 냈다. 그는 출마 선언에서 “제가 먼저 경쟁의 판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이날 그의 정견 발표 역시도 이러한 메시지를 내는 데 집중했다. 특히 경선 내내 무성했던 ‘윤심(尹心) 마케팅’을 정조준했다. 이 의원은 “윤심 때문에 상당히 헷갈렸을 것 같다. 저는 윤심인지 권심인지도 잘 모르겠다”며 “그런 게 있어선 안 되고 있을 수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윤심’에 반발감 터졌나

결과적으로 이러한 이 의원의 ‘호소’는 효과를 거뒀다. 정치권에서는 이 의원의 선전을 두고 당내 복합적 문제에 대한 ‘반발감’이 고개를 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원내대표 경선 과정 내내 당을 뒤흔든 ‘윤심 논란’에 대한 피로감은 물론 이른바 ‘윤핵관’ 세력이 당내 의견을 주도하려는 데 대한 불만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분석이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이날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담긴 결과가 나온 것”이라며 “그만큼 당이 살아 있다는 건강한 모습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지나치게 가까운 당정 간 거리가 오히려 ‘건전한 관계’를 해칠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이 의원의 선전에 담긴 함의다.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이날 통화에서 “윤핵관들이 원내대표까지도 한 사람으로 추대하는 식으로 몰고 가는 것이 맞는가에 대한 반감과 주 의원이 원내대표를 맡게 되면 당이 대통령실의 ‘하청업체’로 보이지 않을까 하는 의원들의 반감이 복합적으로 결합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이 의원은 이날 정견 발표에서 “요즘 초등학교 반장선거도 선생님의 의중을 따라서 가지 않는다”며 “더구나 집권여당이 대통령실만 보고 간다면 뭐가 되겠나”라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대통령실의 해바라기를 해서는 안 된다”며 “너무 가까운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의 관계는 자칫 실수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물론 주 의원에 대한 개인적인 반감도 이번 결과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주 의원이 이미 원내대표직을 경험했던 만큼 다시 원내대표를 맡는다는 것에 대한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4일 TBS 라디오에 출연해 “정치 관례상 원내대표를 한번 한 사람이 또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실제로 주 의원도 이날 당선 후 기자들을 만나 예상 밖 결과에 대해 “(원내대표를) 두 번째 맡는 데 대한 그런 것(불만)이 반영된 결과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새 원내대표로 선출된 주 의원은 가장 최우선 과제로 당의 정상화를 천명했다. 그는 “당이 안정돼야 한다”며 “약자와의 동행, 호남 동행, 청년 정치 참여, 빈부격차 해소 등을 통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해 당의 지지율을 높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근거자료 및 출처 

- 조경태 국민의힘 라디오방송 인터뷰 /  TBS라디오 ‘신장식의 신장개업’, 2022년 9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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