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한국타이어그룹의 부당지원 및 사익편취 행위를 적발해 제재를 내렸다. /그래픽=권정두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한국타이어그룹의 부당지원 및 사익편취 행위를 적발해 제재를 내렸다. /그래픽=권정두 기자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한국타이어그룹의 부당지원 및 사익편취 행위를 적발하고 시정명령과 과징금, 고발 등의 조치를 내렸다. ‘친기업’을 표방하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공정위가 대기업 오너일가의 사익편취에 제재를 내린 첫 사례라는 점에서 특히 주목된다.

◇ 인수한 부품 회사에 높은 원가 적용… 이익은 오너일가 주머니로

공정위는 지난 8일 한국타이어그룹 계열사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한국프리시전웍스로부터 타이어몰드를 고가로 구매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하고 고발 조치했다고 발표했다.

공정위가 포착한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법 위반 행위 기간은 2014년 2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약 4년이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이 기간 동안 한국프리시전웍스로부터 타이어몰드를 구매하면서 원가가 실제보다 높게 계상된 가격산정방식인 ‘신단가 정책’을 적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프리시전웍스는 타이어의 패턴·디자인·로고 등을 구현하기 위한 틀인 타이어몰드를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에 오래 전부터 납품해온 곳이다. 한국타이어그룹은 2009년 7월부터 한국프리시전웍스의 인수를 추진하고 나섰고, 2011년 10월 말 인수를 마무리했다. 인수는 MKT홀딩스를 설립해 약 450억원을 차입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인수 이후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기존의 단가 체제를 유지하며 한국프리시전웍스와의 거래 물량을 늘렸다. 그러자 거래 물량이 줄어든 다른 업체들의 불만이 커졌고, 이에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2014년 2월부터 문제의 ‘신단가 정책’을 수립해 적용하기 시작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 ‘신단가 정책’은 판관비 10%, 이윤 15% 등 외형상 매출이익률 25%를 보장했는데 이는 동종업계는 물론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조차도 기존에 활용하지 않았던 이례적인 방식이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제조원가를 실제보다 30% 이상 부풀려 반영하는 등 목표 매출이익률인 40% 이상을 실현하도록 수차례 시뮬레이션을 거쳐 신단가표를 설계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 측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신단가표 적용으로 가격 인상폭이 큰 유형의 몰드는 주로 한국프리시전웍스에 발주하고 상대적으로 가격 인상 효과가 작은 몰드는 비계열사에 발주하는 발주정책도 함께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덕분에 한국프리시전웍스는 실적이 크게 개선됐음은 물론, 국내 몰드 제조시장에서의 경쟁상 지위도 유지·강화될 수 있었다. 반면, 타이어몰드 시장의 가격경쟁이 훼손되는 등 공정거래는 저해됐다.

한국프리시전웍스가 이렇게 취한 이익은 한국타이어그룹이 한국프리시전웍스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차입금 상환의 원천이 됐다. 회사를 인수하기 위해 빌린 돈을 인수 이후 부당지원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갚은 셈이다.

뿐만 아니다. 한국프리시전웍스는 배당을 통해 한국타이어그룹 오너일가에게 쏠쏠한 현금을 안겨주기도 했다. 2016년과 2017년, 오너일가 2세인 조현범 회장과 조현식 고문에게 총 108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한 것이다. 한국프리시전웍스의 주주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50.1%, 조현범 회장 29.9%, 조현식 고문 20%로 구성돼있었다.

이에 공정위는 향후 이러한 행위를 하지 않도록 시정명령을 내리는 한편 총 80억3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과징금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에 48억1,300만원, 한국프리시전웍스에 31억9,000만원이 부과됐다. 아울러 공정위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에 대해 고발 조치도 내렸다.

한편, 공정위의 이번 조치는 ‘친기업’을 표방하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대기업 오너일가의 사익편취 문제를 적발해 제재를 가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공정위는 “이 사건은 특히 가격산정방식을 면밀히 조사해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부품 가격 인상 및 계열사 이익 보전 수단으로 원가를 과다계상하는 방법 등을 활용했음을 입증했다”며 “앞으로도 공정위는 수직계열화를 명분으로 한 부당내부거래를 통해 계열회사를 지원하고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하게 이익을 귀속시키는 행위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위반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대처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근거자료 및 출처
부품사 수직계열화 과정에서의 부당지원·사익편취 제재 발표자료
2022. 11. 8. 공정거래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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