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국회의원들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회의에 앞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기리며 묵념을 하고 있다./뉴시스
여야 국회의원들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회의에 앞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기리며 묵념을 하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기본소득당 등 야3당이 제출한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가 10일 국회 본회의에 보고됐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서 결사반대를 예고한만큼 오는 24일 본회의에서 국정조사 계획서 채택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정명호 의사국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9일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등 181인으로부터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가 제출됐다”고 밝혔다.

이에 김진표 국회의장은 “의사국장 보고와 같이 국정조사 요구서가 제출됐다”며 “각 교섭단체 대표들은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이에 관한 사항을 협의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야권이 요구하는 국정조사 조사 범위는 △ 이태원 참사의 원인과 대규모 인명피해 발생의 직·간접적 원인 및 책임소재 규명 △ 참사 발생 전후 서울시·용산구 등 지방자치단체 및 소방청·경찰청·행정안전부·보건복지부·국무총리실·대통령실 등 정부의 상황 대응 등 재난안전관리체계의 작동 실태 조사 등이다.

이처럼 지자체와 중앙부처 뿐 아니라 ‘대통령실’ 대응까지 살펴본다는 계획을 담고 있어 여당의 협조를 얻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 참사에 대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사실관계 은폐·축소·왜곡 의혹 규명 △ 희생자와 피해자 및 그 가족, 현장 수습 공무원, 언론인, 시민, 피해지역에 대한 정부 지원대책의 적절성 및 후속대책 점검도 포함됐다.

조사 시행위원회는 교섭단체 및 비교섭단체의 의석 비율대로 위원 18인이 참여하는 특별위원회를 꾸릴 예정이다. 하지만 국정조사 참여를 거부하는 교섭단체는 특위에서 제외할 수 있으므로 여당이 협조하지 않을 경우 야당 의원들로만 구성된 조사위원회를 발족시킬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힘, 국정조사에 참여할까

오는 24일 범야권이 단독으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구성안을 표결한다면 여당은 조사위원회에 들어가지도 못하게 될 수 있다. 야당이 단독으로 특위를 구성했을 때 여당과 야당에 각각 리스크가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여당의 리스크가 더 크지 않냐는 시각이 우세하다.

야당이 국정조사의 강행을 예고하면서 조사를 막을 명분이 없는 국민의힘은 다소 난처한 상황이다. 야당만의 국정조사가 시작되고 정부가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자료제출을 거부하는 등 비협조적인 모습을 보이면 참사 진상 규명에 집권여당이 발목 잡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정부에 대한 최소한의 방어를 위해 여당이 특위에 참여해야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지난 9일 기자들과 만나 “현재로서 국정조사는 불가하다는 게 우리의 입장”이라면서도 “야당 단독으로 하게 둘 것인지, 우리도 참여할지는 그때 가서 의원들의 의견을 들어봐야 한다”고 참여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는 않았다.

민주당 입장에서도 여당의 협조 없는 국정조사가 힘든 것은 마찬가지다. 여당의 협조가 없으면 정부의 협조도 얻기 힘들고 증인채택조차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야권은 국정조사를 야당단독으로라도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철저한 진상규명에 국정조사가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오른쪽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 /뉴시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오른쪽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 /뉴시스

 ◇ 민주당, 정치적 도의적 책임 강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0일 오후 정책의원총회에서 “지금 국가적 참사가 벌어진지 많은 시간이 지나고 있음에도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며 “이 참사가 왜 벌어졌는지에 대한 국민들의 의구심은 점점 높아가고 있지만 오히려 이를 축소 은폐하려는 시도들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우리는 국민을 대표하는 국민의 일꾼으로서 우리 국민들이 정부가 없는 상태와 마찬가지로 이런 대참사를 겪은 것에 대해서 당연하게 책임을 묻고 그 원인을 밝혀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어제 특수본은 해밀턴호텔 대표를 추가로 입건했다고 보도됐다. 왜 재난 주무 부처인 행정안전부와 대통령실을 상대로는 어떤 수사도 이루어지지 않느냐”며 “용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가 반드시 추진되어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에 따르면 국정조사로 국민제보, 자료검증, 증인 심문을 통해 국민 앞에 투명하게 진실을 규명할 수 있고, 참사 관계자의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성역 없는 조사를 통해 근본적 원인을 밝힐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한 참사 원인에 기초한 제도를 마련해 예산에 반영함으로써 재발 방지대책을 제대로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원내대표는 이를 설명하며 “필요한 증거와 증언을 확보함으로써 지금처럼 선택적으로 이루어지는 수사에 경종을 울려 수사 진척에 도움이 될 것이다. 말단 실무자들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는 방식이 아닌 국가 책임에 의거해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국민의힘 "국조로 뭘 밝혀내나"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같은 날 비대위원회의에서 “수사권도 없는 국정조사로 뭘 밝혀내겠다는 것인가. 이 사람 저 사람 국회로 불러내서 고래고래 소리 지르고 끝날 국정조사가 훤히 보인다”며 “경찰 수사에 미흡한 점이 있다고 판단되면 그때 가서 국정조사든, 특검이든 논의하자”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박 원내대표는 “경찰, 검찰 수사와 국정조사 그리고 특별검사제가 동시에 추진된 사례는 너무나 많다”며 “자신들이 주장할 때를 벌써 다 잊어먹었는지, 내로남불식으로 이야기하는 정부여당의 태도는 무책임하다. 국민의힘이 야당일 때 동시 추진을 요구했던 전례에 비춰본다면, 작금의 국정조사 반대는 대단히 정략적인 주장일 뿐이다. 결국은 시간 끌어서 하지 말자는 것”이라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배진교 정의당 의원은 본회의 5분 자유발언에서 “여당은 국정조사에 대해 자꾸 경찰 수사를 지켜보고 나서 판단하자고 하는데, 왜 지켜보고만 있어야 하는지 전혀 설명이 되지 않는다”며 “경찰의 잘못이 날마다 드러나는데, 왜 경찰의 수사를 지켜봐야만 하는 것이냐. 경찰의 수사도 필요하다. 그러나 경찰력만으로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국민적 의혹까지 해소하기에는 이 사건이 너무 거대하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에서 국정조사를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은 여당의 국정조사 참여를 강경하게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오는 24일 특위 구성은 상당히 많은 변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24일까지 당내 크고 작은 모임들이 많이 열릴 것”이라며 “의견을 조율해 결정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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