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ID.4의 외관은 폭스바겐의 패밀리룩을 잘 녹여냈다. / 제갈민 기자
폭스바겐 ID.4의 외관은 폭스바겐의 패밀리룩을 잘 녹여냈다. / 제갈민 기자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폭스바겐의 첫 번째 전기차 ID.4가 국내 시장에서 소비자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그 배경에는 실 구매 가격이 국산 전기차와 큰 차이가 없는 가성비가 있다.

다만 가성비에 충실한 나머지 한국 소비자들이 원하는 옵션들 중 일부가 적용되지 않은 프로(PRO) 트림만 국내에 출시돼 아쉬운 모습이다. 뿐만 아니라 과거 일부 자동차 브랜드에서 채택을 했다가 비판을 받았던 공조기 터치 조작을 그대로 답습해 조작편의성 부분에서 좋지 못한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그나마 4,000만원대에 구매할 수 있는 수입 전기차, 그 중에서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이라는 게 상당한 강점이다.

폭스바겐 ID.4는 기본에 충실한 디자인으로 공기역학과 실내 공간을 모두 잡았지만 2열 헤드룸이 약간 낮은 편이라 장신의 승객이 탑승하는 경우 약간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 1열의 헤드룸은 넉넉하다. / 제갈민 기자
폭스바겐 ID.4는 기본에 충실한 디자인으로 공기역학과 실내 공간을 모두 잡았지만 2열 헤드룸이 약간 낮은 편이라 장신의 승객이 탑승하는 경우 약간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 1열의 헤드룸은 넉넉하다. / 제갈민 기자

◇ 기본에 충실한 디자인, 넓은 실내 공간 확보… 2열 헤드룸은 SUV 중 낮은 편

외관 모습은 전반적으로 공기 저항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는 유선형으로 둥글게 디자인됐다. 그러면서도 폭스바겐의 패밀리룩을 잘 녹여냈다.

전면부를 보고 있으면 폭스바겐 골프 8세대 모델의 앞모습과 비슷한 느낌이 든다. 보닛도 매끈하고 평평하게 디자인하고 좌우 부분에만 굵은 캐릭터라인을 잡아 볼륨감을 약간 더했다.

측면에서 보면 상당히 큰 사이즈의 휠과 타이어를 탑재한 것을 볼 수 있는데 20인치 사이즈를 채택했다. 일반적으로 차량 휠이 커지면 제동력이나 코너링 등 주행 성능에서는 이점이 있지만 연료 효율이나 승차감 부분에서는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 타이어 사이즈도 큰 만큼 교체 시 더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점도 유지비 부분에서 단점으로 꼽힌다.

측면에서 독특한 점은 도어손잡이 부분으로 문을 열 때 보통은 손잡이 레버를 당기는 방식인데 ID.4에는 전자식 버튼 손잡이를 채택해 문을 여는 느낌부터 전기차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뒷면은 무난하다. 후면의 ID.4 레터링과 파란색 전기차 번호판만 없다면 뒷모습만 보고 전기차인지는 알아채기 힘들 정도다. 외관 디자인에서는 큰 모험을 하지 않고 익숙하고 무난함을 강조한 부분이다.

폭스바겐 ID.4 실내는 기존의 폭스바겐 차량들과 큰 차이를 보인다. 2열은 풀플랫이 가능하며 시트를 접으면 175cm 정도의 성인이 누울 수 있는 정도의 공간이 확보된다. 180cm 정도의 성인이 누우면 발끝이 차량 밖으로 나온다. / 제갈민 기자
폭스바겐 ID.4 실내는 기존의 폭스바겐 차량들과 큰 차이를 보인다. 2열은 풀플랫이 가능하며 시트를 접으면 175cm 정도의 성인이 누울 수 있는 정도의 공간이 확보된다. 180cm 정도의 성인이 누우면 발끝이 차량 밖으로 나온다. / 제갈민 기자

ID.4는 폭스바겐그룹의 전기차 플랫폼인 ‘MEB 플랫폼’을 사용해 넓은 실내 공간이 장점이다. 1열 및 2열 레그룸은 상당히 넉넉한 편이다. ID.4는 준중형급 차량이지만 실내 공간만 놓고 비교하면 중형 SUV 이상의 차량과도 견줄 수 있을 정도다.

다만 준중형이라는 점이 드러나는 부분은 1열 운전석과 동승석 시트 간 간격이 좁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암레스트(팔걸이) 겸 콘솔박스가 위치하는 자리에는 별도의 독립형 팔걸이를 만들어 탑재했으며, 콘솔박스는 아래에 낮게 위치하고 있다. 이마저도 물건 수납 용도보다는 컵홀더로 이용을 하거나 스마트폰 무선 충전 패드가 위치해 실용성은 다소 떨어진다.

1열 시트 사이에는 일반적으로 기어노브가 위치하는데, ID.4의 기어 조작부는 스티어링휠 너머에 설치된 계기판 우측에 레버 타입으로 설치됐다. 독특한 방식의 기어 레버인데 이질감이 크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덕분에 1열 시트 사이 공간을 온전히 수납공간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은 장점이다. 또 1열 수납공간은 파티션(가벽)으로 나눠 1개의 공간부터 3개까지 나눠 사용할 수도 있다.

1열 콘솔박스가 없는 만큼 2열에서도 약간의 이질감이 느껴진다. 일반적으로 콘솔박스가 존재하는 차량은 2열 중앙의 공조기 부분이 조금 높게 위치하는데 ID.4의 2열 공조기는 상당히 낮게 설계됐다. 터치로 조작이 가능해보이는데 조작을 위해서는 허리를 굽혀야 해 조작 편의성은 약간 떨어지는 느낌이다.

2열 헤드룸 공간은 SUV 모델 중에서 낮은 편에 속한다고 느껴진다. 2열에 탑승해 등받이에 기대 허리와 목을 펴면 머리가 루프에 닿는다. 앉은키가 작은 승객이라면 나은 편이겠지만 키가 상대적으로 작은 여성 승객이라도 머리 위 공간이 넉넉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나마 파노라믹 글라스 루프를 채택해 개방감은 뛰어나다.

폭스바겐 ID.4는 둥근 유선형 차체 덕에 차량이 커보인다. / 제갈민 기자
폭스바겐 ID.4는 둥근 유선형 차체 덕에 차량이 커보인다. / 제갈민 기자

◇ 가성비에 충실, 한국인 선호 옵션은 빠져… 단일 트림 가성비의 한계

ID.4에는 최신 차량에 탑재되는 선호도가 높은 옵션이 일부 탑재되지 않았다. 선루프와 1열 통풍시트, 그리고 무선 스마트폰 연결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다.

ID.4의 천장을 보면 파노라믹 글라스 루프가 탑재돼 개방감이 뛰어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선루프가 있는 차량과 비교 시 환기에 불리하고 루프를 개방할 수 없어서 약간 답답하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여기에 1열 시트 통풍기능이 탑재되지 않은 점은 한 여름철 쾌적한 드라이빙을 즐기기에 부적합해 보인다. 더군다나 시트 엉덩이 받침이나 등받이 부분의 재질이 스웨이드 같은 따뜻한 패브릭 소재다. 결국 여름철 쾌적한 드라이빙을 위해서는 에어컨을 강하게 켜는 게 최선인데 이 경우 전기 사용이 커 최대 주행가능 거리가 짧아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해하기 힘든 옵션 구성으로 스마트폰 무선 충전패드와 유선 안드로이드오토 및 애플카플레이를 지원하는 점이다.

폭스바겐 ID.4는 최신 차량들에 탑재되는 옵션 일부가 탑재되지 않아 약간 아쉽다. / 제갈민 기자
폭스바겐 ID.4는 최신 차량들에 탑재되는 옵션 일부가 탑재되지 않아 약간 아쉽다. / 제갈민 기자

ID.4는 매립형 내비게이션이 없어 내비게이션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스마트폰 차량과 연결해 안드로이드오토 또는 애플카플레이를 사용해야 한다. 그런데 해당 기능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케이블을 이용해 유선 연결을 해야 한다.

최근 자동차 업계에서는 와이어리스를 통해 보다 깔끔한 실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폭스바겐 역시 이러한 기조에 발맞춰 엔트리급 모델인 티록이나 제타에서부터 스마트폰 무선 커넥트(연결)를 지원해 무선으로 안드로이드오토 및 애플카플레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풍부한 옵션을 제공한다.

하지만 폭스바겐이 국내 시장에 가장 먼저 선보인 전기차 ID.4 프로 트림에서는 무선 스마트폰 연결을 지원하지 않아 케이블을 꽂아야 한다.

그런데 내비게이션을 이용하기 위해 유선 연결을 해야 한다면 스마트폰 충전도 유선으로 이뤄지는데 굳이 별도로 스마트폰 무선 충전패드를 1열에 마련한 점은 난센스다. 스마트폰 무선 충전패드라는 것은 보통 무선 미러링 기능을 사용하는 운전자에게 필요한 기능이다. 동승자의 경우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충전을 동시에 필요로 한다면 케이블을 사용해 유선 충전을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사실상 ID.4 프로에 탑재된 스마트폰 무선 충전패드는 계륵 같은 옵션인 셈이다. 안드로이드오토 및 애플카플레이를 유선 연결로만 지원한다면 차라리 스마트폰 무선 충전패드를 빼고 단돈 10만원이라도 가격을 낮추는 게 합리적인 구성으로 보인다.

폭스바겐 ID.4에서 에어컨이나 히터를 작동하기 위해서는 터치 스크린을 통해서 조작을 해야 한다. / 제갈민 기자
폭스바겐 ID.4에서 에어컨이나 히터를 작동하기 위해서는 터치 스크린을 통해서 조작을 해야 한다. / 제갈민 기자

◇ 공조기 등 모든 조작은 터치… ‘익숙해지면 편한 것’은 불편한 것

아쉬운 점에 이어 불편했던 점으로는 공조기 조작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ID.4 실내에는 물리버튼이 거의 없다. 대부분 터치로 조작을 해야 한다. 그런데 주행 간 운전자의 조작 빈도가 높은 공조기 마저 터치로 조작해야 한다. 이러한 풀터치 조작 방식은 과거 볼보자동차나 르노코리아자동차 등의 일부 모델에 적용된 바 있는데 당시에도 소비자들이 조작 편의성이 떨어지고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는 점이다.

특히 공조기가 꺼진 상태에서 켜기 위해서는 최소한 2회 이상의 터치를 해야 한다. 공조기를 켜기 위해서는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 아래에 비상등 왼쪽에 위치한 눈결정체 모양(CLIMA·기후)을 터치하고 터치스크린에서 공조기를 조작하면 된다.

그러나 터치스크린에 공조기 조작 페이지가 나타났지만 가운데 풍량계 또는 상단의 바람개비 모양의 버튼이나 ‘MAX A/C’ 버튼 등을 아무리 눌러도 공조기는 반응을 하지 않는다. ID.4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대한 배경 지식이 없는 소비자라면 상당히 당황스럽고 약간의 짜증이 날 수 있는 부분이다.

ID.4의 공조기를 조작하려면 공조기 조작 페이지 왼쪽 상단에 위치한 전원버튼을 누른 후 온도와 풍량 등을 터치로 조작하면 된다. 결국 기후 버튼과 공조기 전원버튼, 그리고 추가적인 조작을 위해서는 3회의 버튼 조작이 최소 기준이다. 터치를 누르면 소리가 눌린 것을 알려주지만 물리버튼만큼 직관성이 좋지는 않다.

폭스바겐 ID.4의 외관은 무난하다. / 제갈민 기자
폭스바겐 ID.4의 외관은 무난하다. / 제갈민 기자

또한 운전석에서 전 좌석 창문을 내리고 올릴 수는 있지만 창문 조작 레버가 2개뿐이다. 일반적인 상태에서는 창문 레버를 조작하면 1열 좌우 창문만 움직이는데 2열 창문을 내리려면 ‘REAR’ 터치 버튼을 누르고 창문 조작 레버를 움직이면 된다.

ID.4의 실내 조작 방식에 대해 한 마디로 정리하면 ‘번거롭다’라고 할 수 있다.

누군가는 “익숙해지면 편해. 처음 써본 거라 익숙하지 않아서 불편하게 느껴지는 거야”라고 얘기하기도 하는데, 처음 타는 차량이라도 조작이 간편한 게 상당히 많다. 결국 익숙해져서 편한 것은 불편한 게 맞다.

폭스바겐이 새롭게 내놓은 ID.4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참신한 시도이긴 하지만 모든 조작을 터치로 해야 한다면 경쟁사에서 채택해 호평을 받고 있는 인공지능 음성조작 기능을 함께 탑재해줄 것을 제안하고 싶다.

폭스바겐 ID.4 최초 주행 가능 거리는 배터리 94% 기준 477㎞였으며 시승 간 172㎞ 주행 후 배터리 48%가 남았을 때 주행 가능 거리는 211㎞다. 최종 전비는 5.4㎞/㎾h로 나타났다. / 제갈민 기자
폭스바겐 ID.4 최초 주행 가능 거리는 배터리 94% 기준 477㎞였으며 시승 간 172㎞ 주행 후 배터리 48%가 남았을 때 주행 가능 거리는 211㎞다. 최종 전비는 5.4㎞/㎾h로 나타났다. / 제갈민 기자

주행 성능이나 전비 부분에서는 흠잡을 곳이 없다. 전기차인 만큼 가속페달을 밟는 즉시 빠른 피드백을 보여주며 가속감도 시원하다. 가속 시 내연기관처럼 엔진음이 들리지 않아 속도를 눈으로 보지 않고는 속도도 체감이 되지 않을 정도로 안정적이다. 전비는 5.4㎞/㎾h를 기록했는데 복합 공인전비 4.7㎞/㎾h보다 높은 효율을 기록했다.

이 외에 ID.4의 장점으로는 큰 사이즈의 휠을 탑재했음에도 노면 진동이나 소음 등이 실내로 유입되는 정도는 크지 않고 MEB플랫폼 덕에 회전반경이 좁아 유턴이나 골목길 주행에서 편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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