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와 메르세데스-벤츠의 수입차 업계 1위 다툼이 한치 앞을 알 수 없게 됐다. /그래픽=권정두 기자
BMW와 메르세데스-벤츠의 수입차 업계 1위 다툼이 한치 앞을 알 수 없게 됐다. /그래픽=권정두 기자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국내 수입자동차 업계에서 1위와 4위 싸움이 치열하다. 하반기 들어 BMW가 메르세데스-벤츠(이하 벤츠)를 한발 앞질렀지만 격차가 다시 좁혀지면서 한 치 앞을 알 수 없게 됐다. 또 볼보가 연말 스퍼트를 내며 추격의 불씨를 살려 4위 자리를 다시 한 번 노리고 있다.

◇ BMW·벤츠 접전, 200여대 차이… 4분기 스퍼트로 역성장 탈출한 벤츠

수입차 업계 최대 라이벌인 BMW와 벤츠가 11월말 기준 올해 누적 판매대수가 각각 7만1,713대, 7만1,525대를 기록해 올해 수입차 왕좌 쟁탈전이 초접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올해 시작은 BMW가 빨랐다. 1월과 2월 연이어 5,000대 이상의 판매를 기록하며 1만대 고지를 선점한 것도 BMW다.

그러나 지난 3월 벤츠의 판매대수가 8,767대로 급등하면서 순위가 뒤바뀌었다. 이후 벤츠는 E-클래스와 S-클래스를 내세워 3월부터 6개월이라는 기간 동안 수입차 왕좌를 차지했다. 하지만, 6월부터 월간 판매대수가 BMW에 다시 밀리기 시작했고 결국 9월말 기준 올해 수입차 누적 판매대수 1위 자리는 BMW가 꿰찼다.

이때까지만 해도 BMW가 4개월 연속 수입차 월간 판매대수 1위를 연이어 기록해 연말까지 기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특히 연말은 자동차 업계의 비수기로 꼽힌다. 연식 변경과 불과 1∼2개월 만에 차령(車齡)이 2년 차가 되기 때문이다.

BMW가 이번달 국내에 출시를 앞두고 있는 플래그십 세단 뉴 7시리즈. / BMW그룹 코리아
BMW가 이번달 국내에 출시를 앞두고 있는 플래그십 세단 뉴 7시리즈. / BMW그룹 코리아

그러나 벤츠의 판매량은 4분기 들어 다시 월간 판매 7,000대 이상을 두 달 연속 기록하는 등 회복세를 보이며 BMW와 격차를 좁혀나갔다. 결국 지난 9월말 기준 1,700여대에 달하던 BMW와 벤츠의 격차는 11월말 기준 200대 미만으로 줄어들었다.

특히 벤츠는 올해 1∼3분기 누적 판매대수가 전년 동기 대비 9.9% 감소한 5만6,074대를 기록해 올해도 역성장을 할 가능성이 커졌었는데, 10월과 11월 연이어 7,717대, 7,734대 판매를 달성하면서 11월 기준 누적 판매대수는 전년 동기 대비 3.1% 성장해 역성장에서도 탈출했다.

앞서 벤츠는 지난 2020년과 2021년 연이어 역성장을 기록한 바 있다. 올해까지 역성장을 이어갔다면 3년 연속 불명예를 기록할 처지였지만, 4분기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모습이다.

반면 BMW는 올해 월간 판매대수 편차가 크지 않고 꾸준하게 준수한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하반기 들어선 판매 실적 증대에 가속이 붙었다.

BMW는 올해 대중 수입차 브랜드 중에서 유일하게 판매대수가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 중이다. 특히 하반기에 접어든 8∼11월 월간 판매대수는 전년 동월 대비 각각 △40.1% △49.8% △40.0% △72.8% 증가했다. 11월말 기준 올해 누적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6.7% 늘어났다.

이러한 가운데 BMW는 지난달 7세대 3시리즈의 부분변경 모델인 뉴 3시리즈를 출시한 데 이어, 이번 달에는 플래그십(기함급) 모델 신차 2종을 새롭게 투입한다. 연말 판매량을 끌어 올릴 수 있는 요소가 남아 있는 셈이다.

◇ 폭스바겐 추격하는 볼보, 자존심 걸린 4위 쟁탈전

폭스바겐과 볼보가 경합하고 있는 수입차 업계 4위 자리도 12월 실적이 집계될 때까지 알 수 없게 됐다. 볼보는 11월 2,615대를 판매하며 벤츠와 BMW에 이어 월간 판매 3위에 올랐다.

볼보자동차코리아가 27일 신형 S60 및 V60 CC 모델의 국내 출시를 알렸다. / 볼보자동차코리아
볼보자동차코리아가 27일 신형 S60 및 V60 CC 모델의 국내 출시를 알렸다. / 볼보자동차코리아

볼보는 지난 7월까지 누적 판매대수 8,031대, 월 평균 1,150여대 수준의 성적을 기록했지만 이후 △8월 525대 △9월 881대 △10월 566대를 판매하며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동기간 4위 자리를 놓고 경쟁하던 폭스바겐은 꾸준히 월 1,000대 이상의 실적을 기록하며 볼보를 추월하고 격차를 벌렸다.

다만 11월 볼보의 판매량이 급등하며 격차가 줄어들었다. 볼보의 실적을 견인한 모델은 플래그십 세단 S90이다. 볼보 S90은 지난달 1,304대가 판매되며 벤츠 E-클래스와 BMW 5시리즈에 이어 수입차 베스트셀링카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앞서 지난 9월 신형 S60 및 V60 CC(크로스컨트리) 출시 행사에서 이윤모 볼보자동차코리아 대표는 “올해 4분기에는 지난 1∼3분기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판매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물량을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 파트너 딜러사 및 닉 코너 볼보자동차 아시아태평양지역(APEC) 총괄과 협의를 지속하고 올 연말 연간 판매 실적은 지난해(1만5,053대)보다 조금 더 많은 판매를 기록해 성장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많이 주춤하지만 오는 11월과 12월에는 매월 2,400대씩을 판매해 목표치를 채울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11월 볼보의 실적은 보란듯이 목표치를 넘어섰다.

사실 볼보의 실적 부진은 공급 부족이 원인이다. 볼보는 1987년 700시리즈를 시작으로 한국 시장에 진출했는데 2012년부터 10년 연속 연간 판매량 두 자릿수 성장률을 달성할 정도로 볼보 차량을 찾는 소비자가 급증했다. 이로 인해 차량 주문 시 대기기간은 보통 1년 내외 정도로 알려지며 인기 차종인 XC40이나 XC60의 경우 1년 6개월 정도 대기기간을 감안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 이윤모 대표는 고객 대기기간을 줄이기 위해 본사와 협의해 한국 시장에 공급을 늘렸다. 11월말 기준 볼보는 1만2,618대를 판매해 업계 5위를 기록 중인데, 이윤모 대표의 올해 목표치인 1만5,053대까지는 2,435대가 남은 상태다. 4위인 폭스바겐과의 격차는 495대에 불과하다.

볼보는 12월에도 지난달과 비슷한 수준의 물량을 공급해 목표치 달성과 동시에, 업계 4강에 이름을 올리려는 것으로 보인다.

폭스바겐은 11월 1,943대를 판매해 올해 누적 판매대수가 1만3,444대로 수입차 업계 4위를 차지하고 있다. 연말까지 순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12월에도 2,000대 가까운 차량을 판매해야 하는 상황이다.

폭스바겐의 경우 최근 티구안 올스페이스 모델과 신형 제타를 연이어 출시하고 12월에는  8세대 골프 GTI 모델도 출격을 대기 중이라는 점이 긍정적인 요소이지만, 한편으로는 전기차 ID.4의 초도물량 1,300여대가 지난 9월부터 11월까지 거의 다 판매된 상황이라 내연기관 모델만으로 2,000대에 가까운 실적을 달성해야 한다는 점에서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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