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역술인 ‘천공’의 대통령 관저 이전에 개입했다는 의혹으로 시끄럽다. 사진은 윤석열 대통령이 입주하기 전 대통령 관저 막바지 입주 작업이 진행되는 모습. / 뉴시스
정치권이 역술인 ‘천공’의 대통령 관저 이전에 개입했다는 의혹으로 시끄럽다. 사진은 윤석열 대통령이 입주하기 전 대통령 관저 막바지 입주 작업이 진행되는 모습. /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역술인 ‘천공’이 대통령 관저 이전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더불어민주당이 대통령실을 향한 총공세에 나섰다. 그러나 대통령실 역시 수세적인 모습이 아니다. 의혹을 제기한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과 해당 내용을 최초 보도한 기자들을 형사고발했다. 양측이 각각 강대강 대응을 하면서 사건의 파장이 커지는 분위기다. 

◇ 민주당, ‘제2의 국정농단’ 주장

민주당은 3일 천공의 대통령 관저 이전 개입설 등과 관련해 파상공세를 펼쳤다.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확대간부회의에서 “사회 분위기가 ‘천공이다, 건진법사다’ 하며 과학은 사라지고 무속이 통치 이념으로 되지 않았는지 흉흉하기만 하다”며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의혹을 직접 해명하라고 압박했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천공은 대선 이후에도 윤 대통령, 김건희 여사와 긴밀하게 연락을 주고받고 국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행동해왔지만 대통령실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박근혜 정부 당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언급하며 “윤 대통령과 천공 사이에서 박근혜, 최순실의 냄새가 난다”며 ‘천공의 국정농단’이라고 주장했다.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천문학적 혈세를 쏟아 부어서 무리하게 대통령실과 관저를 용산으로 이전한 배경에 천공이 있다면 중대한 국정 문란”이라며 “차라리 폐쇄회로(CC)TV 영상과 출입 명단, 거명된 인사의 당일 행적을 신속히 공개하면 될 일”이라고 촉구했다. 소문이 사실이 아니라면 의혹이 제기된 당일 육군참모총장 공관의 CCTV를 공개하라는 것이다. 

민주당은 천공 의혹을 집중 추궁하기 위해 국회 운영위원회와 국방위원회 개최를 요구한 데 이어 국회 차원의 청문회 개최도 주장하고 있다.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천공을 청문회에 불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고 전했다. 다만 청문회가 실제로 열릴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주호영 운영위원장과 한기호 국방위원장이 청문회를 개최할 수 있는데, 이들은 모두 국민의힘 소속이다. 

여당이 청문회 개최를 거부하면 국정조사를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은 이번 의혹을 고리로 대선 당시 윤 대통령을 상대로 제기한 ‘무속 프레임’을 재가동하려는 모양새다. 특히 민간인이 개입할 수 없는 결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유사함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당분간 민주당은 천공 관련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할 전망이다. 

◇ 대통령실, 유례없는 ‘현직 기자’ 고발

같은날 대통령실은 ‘천공’ 의혹을 제기한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과 ‘뉴스토마토’ ‘한국일보’ 기자를 고발했다. 대통령실은 언론 공지에서 “대통령실 및 관저 이전은 국민과의 약속인 대선 공약을 이행한 것으로, 수많은 공무원들의 면밀한 검토를 거쳐 실행한 것”이라며 “‘역술인이 의사 결정에 참여하였다’는 식의 터무니없는 가짜 의혹을 제기한 것은 공무원들과 국민에 대한 모독이자 악의적 프레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실은 악의적, 반복적으로 가짜 뉴스를 만들고 확산하는 행위에 대해서 일관된 기준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이미 수차례 밝힌 바 있다”며 “‘천공이 왔다고 들은 것을 들었다’는 식의 ‘떠도는 풍문’ 수준의 천공 의혹을 책으로 발간한 전직 국방부 직원과, 객관적인 추가 사실 확인도 없이 이를 최초 보도한 두 매체 기자들을 형사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대통령실이 현직 기자를 형사 고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당 이슈에 대해 유독 강경한 모습이다. 대통령실은 지난해에도 같은 취지의 주장을 한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과 방송인 김어준 씨를 고발한 바 있다.

민주당이 ‘제2의 국정농단’이라는 여론을 만들기 위해 총공세를 펼치는 반면, 대통령실은 국정농단을 연상시키지 않기 위해 강경한 대응을 펼치는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윤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30%대 중반에서 횡보하고 있는 가운데 ‘무속 프레임’에 휘말리는 것은 정무적으로도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당과 대통령실이 모두 강경하게 나오면서 정국은 더욱 얼어붙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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