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올해 보증금 미반환 문제 심각 예상… 중개사도 집주인 체납 세금 정보 들여다봐야”
전문가 “전세사기 예방 및 피해자 구제 등 담겨 긍정적… 일부 개선책 시행시기 등 달라 아쉬워”

지난 2일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안심전세앱‘에 대해 설명 중이다. / 뉴시스
지난 2일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안심전세앱‘에 대해 설명 중이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필주 기자  금리인상과 경기침체 영향으로 인해 집값과 전세가격이 계속 동반 하락하면서 전세사기 피해도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앞서 지난해 9월 처음 ‘전세사기 피해 방지 방안’을 발표한 정부는 이후 전세사기범 단속 강화, 임대차 제도 개선, 피해자 대상 설명회 등 꾸준히 추가 대책을 마련했다.

하지만 이같은 정부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세사기로 인한 피해자와 HUG(주택도시보증공사)가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준 대위변제액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전세사기를 뿌리뽑겠다며 지난 2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전세사기 예방 및 피해 지원 방안’을 또 다시 발표했다.

하지만 전문가 및 시민단체 등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금번 대책 역시 다소 실효성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시민단체는 정부가 집주인의 체납세금 등 정보 공개를 계약과정에서 의무 공개토록 하고 공인중개사의 설명의무도 강화하는 등의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가입대상 전세가율 90% 이하로 조정

정부는 △전세사기 예방 △전세사기 피해 지원 △전세사기 단속 및 처벌 강화 등을 이번 대책의 3대 핵심 전략으로 설정했다.

이를 위해 우선 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이하 ‘보증보험’) 가입요건을 기존 매매가격 100%에서 전세가율 90%로 하향 조정해 악성임대인의 무자본 갭투자를 근절하기로 했다.

또 일부 감정평가사가 임대인과 모의해 시세를 부풀리는 등 전세사기에 가담한다는 지적이 제기됨에 따라 이를 막기 위해 향후 감정평가는 공시가격·실거래가격이 없는 경우로 제한하고 협회에서 추천한 감정평가법인의 감정가만 인정하기로 했다.

정부는 등록임대사업자에 대한 관리도 강화키로 했다. 먼저 임차인 거주 주택은 보증보험을 가입해야만 임대사업에 등록할 수 있도록 했고 공실은 등록 후 보증보험 가입을 허용하되 미가입시 임차인에게 통보해 계약을 해지하고 위약금을 지급토록 관련 법을 개정할 계획이다. 

여기에 보증보험 미가입으로 등록 말소된 임대사업자는 임대주택 추가 등록을 제한토록 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정부는 ‘안심전세앱’을 통해 신축빌라 등의 시세, 악성임대인 정보, 임대인의 세금체납 정보 등을 공개하고 임대차계약 체결 후 보증금이 안전하게 보호되도록 은행이 주담대 심사시 확정일자 확인 후 대출을 진행하도록 할 방침이다.

또한 신규 임대인이 보증사고 이력 등으로 보증보험 가입 불가시에는 계약해지 및 보증금을 반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특약에 반영하기로 했다.

공인중개사의 의무도 강화한다. 중개사가 임대차계약 과정에서 임대인의 세금체납, 주택 선순위 권리관계, 전입세대 열람 등을 확인토록 했으며 계약시 유의사항을 중개사가 확인한 뒤 전세가율·전세보증 상품 등을 임차인에게 의무 안내하도록 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대책 발표 당시 오는 7월까지 전세가율 요건 조정 등 전세사기 피해 방지 관련 세부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했다.

서울 자치구 중 전세가율이 가장 높은 강서구 화곡동 / 뉴시스
서울 자치구 중 전세가율이 가장 높은 강서구 화곡동 / 뉴시스

◇ 시민단체, 제약없이 집주인 세금체납 정보 요구

대체로 시민단체는 지난 2일 정부가 발표한 추가 전세사기 대책에 대해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계속적으로 정부가 대책은 발표하고 있지만 여전히 실효성은 부족하다고 생각된다”면서 “정부가 세입자와 임대인 사이에서 누구 편도 들지 않은 채 중립만 유지하려 하다 보니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고 혹평했다. 

이어 “예를 들면 전세사기 예방을 위해 가장 핵심적인 집주인의 체납세금 정보, 선순위 채권 공개 등은 여전히 집주인 동의 없으면 얻을 수 없는데 정부는 이를 적극 해결하려 하지 않는다”며 “최근 앱을 통해 집주인이 계약 현장에서 공개토록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하는데 이때 집주인이 모든 정보를 공개할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정부는 추후 이같은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고 하는데 지금 전세사기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현재 계약을 체결하는 세입자가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인데도 (정부가)너무 문제점들을 방치하는 듯 하다”며 “정부는 앞으로 집주인들이 계약과정에서 자신의 체납정보, 주택의 선순위 채권 관계 등 핵심 정보를 의무 공개하는 방안을 신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 박효주 간사는 “여전히 HUG의 보증보험 한도가 너무 높은 편”이라며 “주택가격 대비 70% 금액 범위 내에서만 보증하도록 한도를 축소해 전세자금대출 한도를 낮추고 세입자가 과도한 수준의 보증금을 설정하지 않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중개사가 전세가율, 동종 주택의 법원 매각가율 등의 정보를 세입자에게 의무 제공하고 더 나아가 (집주인의)세금 체납정보 등 핵심정보를 집주인에게 직접 요구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며 “동시에 부동산 거래질서를 교란하는 분양대행업에 대한 규제‧감독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금리인상 등에 따른 집값 하락으로 올 한해 동안 보증금 미반환 문제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부는 전세사기 피해 방지도 중요하지만 더 심각한 피해를 일으킬 수 있는 깡통전세 피해예방 및 지원대책 마련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부가 HUG의 보증보험 가입요건을 전세가율 90%로 조정했다. / 뉴시스
정부가 HUG의 보증보험 가입요건을 전세가율 90%로 조정했다. / 뉴시스

◇ 전문가들, 정부 대책에 대체로 긍정적 

한편 전문가들은 정부 대책에 긍정적인 시선을 보이면서도 일부 사항은 즉시 시행이 어렵다는 점에 아쉬워 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전세사기 단속‧처벌 등 사후적 조치 외에 전세사기 예방, 사전 모니터링, 피해자 구제 등 여러 개선점이 포함된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뒤이어 “이중 전세가율 90%로 HUG 보증보험 가입 요건을 조정한 것과 감정평가사의 시세 부풀리기 방지, 안심전세앱 배포 등은 조직적 전세사기나 악성임대인의 무자본 갭투자, 깡통전세 위험 등을 다소 줄일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일부 제도 개선사항은 △봄 이사철 이후 관련 법이 개선될 예정인 점 △수도권‧지방 또는 주택상품 유형간 시행시기 차이가 있는 점 △핵심인 나쁜 임대인 명단공개 등은 국회 입법 개정이 필요한 점 등은 아쉽다”고 부연했다.

이밖에 함영진 랩장은 “세입자가 정보 교섭력을 높일 수 있도록 정부는 역전세 지역, 임차권등기명령 지역 등의 정보를 추가 제공하고 시장 모니터링에도 나서야 한다”며 “임차 중인 주택의 경우 임대인 변경시 임차인에게 계약내용 안내 고지 의무화, 계약체결 시점 선순위 임대차정보 제공, 임대인 국세완납증명 확인 등 정보공개를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최근에는 근저당권 설정‧말소, 임대인 명의변동 등 부동산등기 사건 변동사항이나 임차주택의 경매 배당 발생시 경매 배당 기일 등을 임차인이 문자‧카톡 등으로 확인 받을 수 있는 서비스 등이 민간에서 개발되고 있는 만큼 정부 또한 이를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세사기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책이 제시된 것은 매우 긍정적”이라면서도 “이번 대책을 먼저 시행한 뒤 제도운영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점들을 추가 보완하는 것이 적절해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보증보험 가입 요건인 전세가율 조정은 위험물건을 인수해야 하는 보증기관(HUG) 입장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며 “단 개인과 개인간 계약, 사적계약을 모두 공공이 통제할 수는 없기 때문에 시세 등 정보의 투명 공개, 이해관계자들간 상호감시 및 책임부여, 엄격한 처벌 등은 정책에 담을 수 있지만 완벽하게 전세사기를 차단하는 식의 정책입안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역전세와 전세사기는 구분해야 한다”며 “역전세는 시장가격의 변동으로 발생하는 반면 전세사기는 의도적으로 행해지는 범죄이므로 처벌받아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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