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 차기 회장에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내정됐다. / 뉴시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우리금융지주 차기 회장에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낙점된 가운데 금융권에선 기대와 우려의 시선이 교차하고 있다. 조직 혁신을 과감하게 추진할 것이라는 기대의 시선도 있지만, 관치금융 우려도 제기된다. 

◇ 외부인사 택한 임추위…  “조직 혁신 적임자”

우리금융지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는 지난 3일 오후 회의를 열고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을 차기 대표이사 회장 후보자로 추천했다고 밝혔다. 

우리금융은 지난달 4일부터 임추위를 본격 가동해 내·외부 후보군에 대한 수차례 논의를 통해 임종룡 전 위원장을 비롯해 이원덕 우리은행장, 신현석 우리 아메리카 법인장, 이동연 전 우리FIS 사장 등 4명을 최종 후보군으로 선정한 바 있다.

임추위는 두 차례의 심층 면접을 거쳐 외부 출신인 임 전 위원장을 최종 후보로 추천했다.

임추위는 추천 배경에 대해 “우리나라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금융위원장을 역임하고 국내 5대 금융그룹 중 하나인 농협금융의 회장직도 2년간 수행하는 등 민관을 두루 거친 금융전문가로서 우리금융그룹을 한 단계 도약시킬 수 있는 다양한 역량을 갖춘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임추위 위원들은 대내외 금융환경이 불안정한 시기에 금융시장뿐 아니라 거시경제 및 경제정책 전반에 폭넓은 안목을 갖춘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안정적인 경영능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덧붙였다. 또 우리금융이 과감히 조직을 혁신하기 위해선 객관적인 시각으로 조직을 진단하고 주도적으로 쇄신을 이끌 수 있는 인사가 적합하다는 판단도 더해졌다고 설명했다. 

1959년생인 임 전 위원장은 거물급 경제 관료 출신이다. 그는 행정고시 24회로 공직에 입문해 기획재정부 기획조정실 실장, 기획재정부 제1차관, 국무총리실 실장 등 고위직을 역임한 후 2013년부터 2015년까지 농협금융지주 회장을 지냈다. 이후 2015년 3월부터 2017년 7월까지 금융위원장을 역임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 마지막 금융위원장이었다. 

임 전 위원장이 우리금융 회장으로 낙점됨에 따라 그룹 전반에 대대적인 개혁 바람이 불 전망이다. 최근 몇 년간 우리금융은 사모펀드 사태, 행정소송, 횡령사고 등 각종 이슈로 바람 잘날 없는 나날을 보내왔다. 임 전 위원장은 내부통제시스템을 강화하는 한편 조직 전반에 강도 높은 쇄신을 꾀할 것으로 기대된다. 

임 전 위원장 역시 취임 소감으로 ‘조직 혁신 필요성’을 가장 먼저 이야기했다. 임 전 위원장은 입장문을 통해 “회장에 취임하면 조직혁신과 新(신) 기업문화 정립을 통해 우리금융이 시장, 고객, 임직원들에게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그룹으로 거듭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관피아 인사’ 꼬리표 떼기 과제

하지만 고위급 관료 출신이 차기 회장으로 낙점됨에 따라 ‘관치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우리금융은 차기 회장 인선을 앞두고 관치 인사 우려를 사왔다. 금융당국 수장들이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의 거취 결정을 놓고 강하게 압박을 가하는 모습이 연출되면서 과도한 인사 개입이라는 논란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손태승 회장은 지난해 11월 라임펀드 손실 사태와 관련해 문책경고 상당의 중징계를 받았다. 문책경고 상당의 중징계를 받으면 3년 간 금융사 임원 재취업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행정소송 제기를 통해 연임에 도전할 수 있는 길은 있었다. 손 회장은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와 관련한 소송에서 승소한 이력이 있는 만큼 소송을 진행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지난달 연임 도전을 포기했다. 금융당국 수장들이 그의 소송 제기 가능성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온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됐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5일 “사고를 낸 우리은행이 금융사고와 관련해 제도를 어떻게 바꾸겠다, 뭘 잘못했다 등을 발표한 게 있냐”고 반문하며 “그런 것을 안 하고 자꾸만 소송 얘기하는 것은 바람직한 대응 방안이 아니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임 전 위원장이 회장 후보군에 포함된 사실이 알려지자 노조는 관치 후보라며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우리금융노동조합협의회는 지난달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금융 회장 자리를 관치의 보금자리로 전락시킬 수는 없다”며 “이사회가 어떠한 외압에도 흔들리지 말고 내부 조직 상황을 잘 아는 내부인사를 회장으로 선출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노조 측은 임 전 위원장이 임명될 경우, 출근저지 투쟁은 물론 영업중단까지 고려하겠다는 각오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노조의 반발에도 최종 후보는 임 전 위원장으로 낙점됐다. 임 전 위원장의 우선 과제는 노조의 반발을 수습하는 것이 될 전망이다. 

그의 어깨는 무겁다. 그는 우리금융과 당국의 다소 불편한 관계를 조율하는 동시에 당국의 경영 개입을 차단해야 하는 숙제를 품고 있다. 

우리금융은 과거 공적자금이 투입되면서 정부의 입김에 영향을 받아왔던 바 있다. 하지만 예금보험공사가 지분 매각을 통해 공적자금 회수를 진행하면서 우리금융은 2021년 말 완전 민영화에 성공했다. 현재 우리금융은 과점주주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예금보험공사의 우리금융 지분율은 1.29%로 미미한 상황이다. 현재 우리금융은 독립적인 민간 금융기관이다. 

과연 임 전 위원장이 관치 논란의 꼬리표를 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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