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5월 2.7만가구였던 미분양 주택 올해 2월 7.5만 가구까지 증가
고준석 대표 “충분한 사업성 검토 없이 뛰어든 건설사 스스로 책임져야”
김인만 소장 “건설사 자구 노력 전제 하에 정부 지원…피해 확대시 문제”
박원갑 수석전문위원 “정부 규제완화 효과 지켜본 뒤 지원 여부 결정”

전국 미분양 주택이 작년 5월 이후 지난 2월까지 9개월 연속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 뉴시스
전국 미분양 주택이 작년 5월 이후 지난 2월까지 9개월 연속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필주 기자  전국 미분양 주택이 작년 5월 이후 9개월 연속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작년 5월 2만7,000가구였던 미분양 주택은 지난달 약 7만5,000가구까지 늘어난 상황이다.

아울러 전국 미분양 주택 가운데 80% 가량이 지방에 몰려있어 지방 중견 및 중소 건설사의 도산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악성 미분양인 ‘준공 후 미분양’의 경우 한 달새 약 1,000가구가 급증하는 등 미분양 주택 증가세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다.

이에 대해 전문가 의견은 둘로 나뉘는 분위기다. 현 미분양 상황의 1차 책임은 건설사에 있는 만큼 정부가 함부로 지원에 나서면 안된다는 쪽과, 건설사의 자구 노력을 전제로 문제가 더 커지기 전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의견으로 갈리고 있다.

◇ 9개월 연속 미분양 증가… 악성 미분양 한 달새 1,000건↑

이달 30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3년 2월 주택 통계’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 주택은 총 7만5,438가구(2월말 기준)로 집계됐다. 올 1월에 비해 0.1%(79가구↑) 오른 수준에 불과하지만 지난해 5월(2만7,000가구) 이후 9개월 연속 증가한 수치이기도 하다.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은 8,554호로 전달 대비 13.4%(1,008가구↑) 증가했다. ‘준공 후 미분양’이 한 달새 1,000가구 이상 늘어난 적은 2020년 6월 이후 두 번째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지난달 말 기준 수도권의 미분양 주택은 1만2,541가구로 1월 1만2,257가구 보다 2.3%(284가구↑) 늘어난 반면 지방은 전달 6만3,102가구에 비해 0.3%(205가구↓) 줄어든 6만2,897가구로 조사됐다.

전국에서 미분양 주택이 가장 많은 곳은 대구로 지난 2월말 기준 1만3,987가구로 집계됐다. 이어 경북(9,074가구), 충남(8,456가구), 경기(7,288가구) 순이다.

서울은 2,099가구로 나타났는데 지난 1월 996가구보다 1,103가구(110.7%↑) 급증했다. 다만 서울의 경우 최근 완판된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아파트 및 성북구 장위자이 재개발아파트의 2월 미분양 실적을 반영한 것이기에 3월 통계에서는 다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아직까지 미분양 상황이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앞서 지난 21일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한 심포지엄에 참석해 “아직까지 분양가 및 호가가 주변 시세나 수요자들의 기대치보다는 높다”면서 “미분양 물량 10만가구까지는 예측 내지 각오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 향후 발생할지 모를 미분양 악화에 대비해 서서히 대응 방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올해 2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 현황 / 국토교통부
올해 2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 현황 / 국토교통부

◇ 건설사 자체 해결 vs 조건부 지원 vs 관망 등 전문가 의견 다양 

일부 전문가는 미분양 증가가 건설사 등의 무리한 사업 추진에 따른 결과이기 때문에 정부가 나설 필요가 없다는 견해를 보였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미분양이 심각해진다고 해서 정부가 나설 것은 아니다”라며 “사업주체인 건설사들이 분양 가능하다고 판단해 주택을 지은 것인데 그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 미분양이 발생했다고 정부가 세금을 들여 대신 사달라는 것은 시장경제체제와도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또 “사실상 문제는 건설사들이 아무 곳이나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해 무분별하게 주택을 짓고 제2금융권이 이자를 더 많이 받기 위해 위험성이 큰데도 사업성 검토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PF 브릿지론을 실행한 것”이라며 “자신의 판단으로 잘못된 투자를 결정한 건설사·금융기관은 경매·파산·법정관리·화의 등 사회적 시스템에 의해 자연히 정리될 수 있도록 놔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리스크 관리 지표로 보는 기업 대출 연체율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0.6%, IMF 사태 당시에는 7%대에 육박했는데 지금은 0.3%로 높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같은 여건에서 미분양 문제를 정부가 나서서 지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건설사 등의 자구 노력을 전제로 정부가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올 2월 미분양 물량이 약 8만호 수준일 것으로 예상했으나 정부의 규제완화로 지난 1월에 비해 0.1%만 늘면서 선방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이달 다시 거래가 줄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악성인 ‘준공 후 미분양’이 늘어남에 따라 오는 3·4월 미분양 증가폭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며 “따라서 중견·중소 건설사의 줄도산, PF 부실 등을 대비하면서 긴장을 늦추면 안된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미분양 관련 추가 대책 마련을 준비 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3·4월 미분양 증가 추세를 본 뒤 문제가 심각하다고 여겨지면 세제지원 등 대책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미분양 문제를 건설사 등이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선 “그런 논리면 ‘정부가 스스로 돈 못버는 저소득층 지원에 왜 나서야 하나’라는 논리와 같다”며 “국가 경제 큰 틀 안에서 정부가 지원할 것은 해야 한다. 물론 건설사 잘못도 있지만 부도가 나면 협력사 노동자들의 생계가 위험해지고, PF 부실로까지 이어지면 미국 SVB(실리콘밸리은행) 사태처럼 정부가 지급 보증하는 등 ‘호미로 막을 거 가래로도 못 막는 사태’로 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그는 “결국 국민 전체 피해로 확대될 수 있는데 이를 막기 위해 지원해야 하는 것”이라며 “대신 분양가·이자율 할인 등 건설사 및 제2금융권들의 자구노력이 전제돼야 한다. 여기에 미분양 주택을 사는 수요자들에게 세제혜택, 무이자 대출 등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미분양 추세를 좀 더 지켜본 뒤 정부가 지원 여부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는 의견도 나왔다.

박원갑 KB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 미분양 물량 16만호에 비해 심각하진 않으나 약간 위험치에 근접하려 하는 수준”이라며 “미분양 물량이 급격히 늘지는 않아 정부의 추가 대책까진 필요 없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뒤이어 “현재는 분양을 진행 과정에서 미분양이 발생하는 상황이며 지방 미분양은 정체 상태”라면서 “정부가 그간 규제를 워낙 많이 풀었기에 당분간은 규제 완화에 따른 효과를 더 지켜본 뒤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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