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28일 KT 이사회가 구현모 대표이사 연임을 발표하자 같은 날 국민연금은 “CEO 후보 결정이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에 부합하지 못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결국 KT는 대표이사 선임 절차를 다시하게 됐다. / 뉴시스
지난해 12월 28일 KT 이사회가 구현모 대표이사 연임을 발표하자 같은 날 국민연금은 “CEO 후보 결정이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에 부합하지 못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결국 KT는 대표이사 선임 절차를 다시하게 됐다. / 뉴시스

시사위크=조윤찬 기자  KT의 차기 대표이사 인선이 원점으로 돌아왔다.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구현모 KT 대표이사 유임에 제동을 건 데 따른 것이다. KT는 공개경쟁 방식으로 대표이사 선임 절차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KT 내부가 혼란스러운 상황을 맞이한 가운데 향후 대표이사 선임 과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KT 대표이사 인선 원점으로… 국민연금 문제제기에 공개경쟁 방식 도입 

KT는 지난 10일부터 대표이사 공개경쟁 모집을 시작해 오는 20일까지 지원 신청을 받는다. 국민연금이 대표이사 선임 절차에 이의를 제기하자 나온 조치다. KT는 지원자 명단을 공개하고 사외이사를 중심으로 심사할 계획이다.

앞서 KT 이사회는 지난해 12월 28일 구 대표를 차기 대표이사로 단독 추천하는 안건을 의결한 바 있다. 하지만 같은 날 국민연금은 “CEO 후보 결정이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에 부합하지 못한다는 입장”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결국 KT는 대표이사 선임 절차를 다시하게 됐다.

지난달 12일 공시된 ‘KT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KT의 최대주주는 국민연금공단이며 지분율 10.35%다. 국민연금이 대표이사 선임에 적극적으로 반대의견을 내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 수탁자 책임원칙)에 근거해 이러한 행보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연금은 지난 2018년 7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결정하면서 주주활동을 강화했다. 한국ESG기준원의 ‘한국스튜어드십 코드의 이해’ 보고서에 따르면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자들이 투자대상회사의 중장기 발전과 주주 이익을 위해 적극적인 주주활동을 수행하도록 하는 자율규범이다.

국가별로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되는 배경은 다르다. 한국ESG기준원은 “한국에서 기업 관련 스캔들이 발생하고 주주가치가 하락해 손실이 커짐에도 기관투자자들은 투자대상기업에 대한 의결권을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행사했다”며 “기업의 건전한 성장을 견인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정부 또한 스튜어드십 코드를 강조했다. 지난달 30일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소유가 완전히 분산된 기업들은 투명한 거버넌스를 만들고 거기에서 만들어진 지배구조와 경영진이 경영활동을 하게 되면 기업과 사회의 비용과 수익을 서로 일치시킬 수 있다”면서 스튜어드십 코드 필요성을 말했다.

KT는 공기업에서 민영화가 돼 대주주 없이 소액주주들이 조금씩 지분을 갖고 있는 ‘소유분산기업’이다. 국민연금과 정부가 스튜어드십 코드를 앞세워 압박하자 KT는 결국 대표이사 재선임 절차를 진행하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연금의 행보를 놓고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과도한 경영 개입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지만 필요한 조치였다는 평가도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전화통화에서 “스튜어드십 코드는 당연히 해야 한다. 오너리스크나 문제가 터졌을 때 주가하락이 발생하면 주주들의 재산 손실이 된다.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국민연금이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 대표이사 선임 리스크 부각… 증권가, 보수적 접근 권고 

KT가 대표이사 선임 문제로 혼란에 휩싸이자 투자업계도 술렁이고 있다. 대표이사 선임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증권업계에선 투자자에게 보수적인 접근을 권고하기도 했다.

지난 10일 이승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2022년 주당 배당금을 1,960원으로 결정하고 동시에 3,00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 및 1,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결정했다”면서 KT가 주식 가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 CEO선임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어 3월(주주총회)까지 보수적 접근을 권고한다”고 덧붙였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도 “KT의 경우 최소 7월까지 보수적 관점을 유지할 것을 권한다. 투자자들은 과거 KT CEO 교체 때마다 주가가 급락한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 현 구현모 대표의 어떤 정책도 신뢰를 얻기 힘든 시기”라고 분석했다. 김홍식 연구원은 “과거 이석채(2009~2013) 회장 퇴임 당시 배당 번복으로 KT주가가 폭락했던 경험이 있다. 이후 황창규 회장(2014~2020) 재임 시절에는 주가 상승이 미미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KT 전직 임원들의 국회의원 불법 후원금 논란도 다시 부담요인으로 부상했다.

최근 법원은 KT 임원들이 불법 조성한 비자금으로 국회의원들에게 ‘쪼개기 후원’을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회사의 관리 책임을 물은 재판에서 또 다시 유죄를 선고했다. 최근 서울고법 형사7부는 10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KT에 1심과 같이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검찰에 따르면 KT 전직 임원 4명은 2014년 5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비자금을 조성해 19·20대 여야 국회의원 99명에게 후원금을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법인자금으로 상품권을 매입하고 이를 현금화해 11억5,000만원의 비자금을 마련했다. 이들은 360회에 걸쳐 4억3,790만원을 국회의원에게 전달했다.

사법리스크 영향 미칠까 

1심 재판에서 임원 4명은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징역형 집행유예가 선고됐고 KT는 관리 책임으로 1,000만원의 벌금형에 처했다. 임원 4명은 항소를 포기하면서 형이 확정됐고 KT는 항소했지만 또 다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구현모 대표는 이들 임원들에게 명의를 빌려준 혐의로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구 대표는 지난해 벌금 1,5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은 후 이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일각에선 이 같은 사법리스크가 인선 심사에 불리하게 작용할 지 주목하고 있다.

다만 KT 측은 대표이사 공개경쟁 심사와 해당 재판은 상관없다고 밝혔다. KT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전화통화에서 재판 이슈가 심사에 영향을 주는 지에 대해 “정관에서 대표이사 결격 사유를 최소 금고 이상의 형을 확정 받았을 경우라고 명시했다”면서 “이전에 약식 기소로 벌금형이 나왔던 것을 대표 본인이 정식 재판을 청구해서 재판이 진행됐다. 형량이 벌금형에 불과해 CEO 선임과는 무관하다”고 답했다.

KT 관계자는 “현재 공개경쟁에 몇 명 응모했는지는 알리지 않고 있다. 구현모 대표는 본인이 응모할 것이라고 알렸다”고 말했다.

KT 정관 제25조(대표이사의 선임 등)는 △‘금고이상의 형을 받고 그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된 후 3년을 경과하지 아니한 자’ △‘금고이상의 형의 선고유예 또는 집행유예를 받아 그 유예기간중이거나 그 유예기간이 완료된 후 2년을 경과하지 아니한 자’는 이사가 될 수 없다고 규정했다.

 

근거자료 및 출처

분석보고서 ‘KT(030200): 잠시 쉬어갈 때’

2023. 02. 10 이베스트투자증권

분석보고서 ‘4Q리뷰-당분간 어떤 호재도 주가에 반영되기 어렵다’

2023. 02. 10 하나증권

한국 스튜어드십 코드의 이해

2018. 11. 30 한국 스튜어드십 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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