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는 지난 7일  윤경림 KT 그룹Transformation부문장(사장)을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확정했다. 윤경림 사장은 지난 2일 정치권에서 부적절한 후보라고 지목된 바 있다.  / 뉴시스
 KT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는 지난 7일 윤경림 KT 그룹Transformation부문장(사장)을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확정했다. 윤경림 사장은 지난 2일 정치권에서 부적절한 후보라고 지목된 바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조윤찬 기자  KT 대표이사 최종 후보자가 우여곡절 끝에 결정됐다. 대표이사 인선 과정에서 정부와 정치권의 거센 압박이 이어진 가운데 KT 측은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윤경림 KT그룹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사장)을 낙점했다. 하지만 대표이사 선임 리스크는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민연금의 반대 의결권 행사 가능성이 있는데다 여권을 중심으로 반발의 목소리도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 최종 후보로 윤경림 사장 낙점… 선임 리스크 계속될 듯

KT에 따르면 지난 7일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는 윤경림 KT 그룹Transformation부문장(사장)을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확정했다. KT는 이달 말 정기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 선임안건을 상정한다.

윤경림 후보자는 소감문에서 “정부와 주주의 우려를 공감하며 주주총회 전까지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면서 “정부정책에 동참함으로써 KT가 국민기업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강충구 KT 이사회 의장은 “윤경림 후보는 디지털 전환 전문성을 바탕으로 KT가 글로벌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비전을 명확히 제시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경림 후보자가 대표이사 자리에 무사히 오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부와 정치권에서 내부 출신 후보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표출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윤경림 후보는 여권 국회의원들로부터 부적절한 후보라고 지적받은 바 있다. 박성중·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일 기자회견을 열고 “윤경림 후보는 현재 대표선임 업무를 하는 이사회 현직 멤버”라고 비판했다. 의원들은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코드를 발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책임원칙)는 기관투자자가 주주 이익을 위해 의결권을 적극 행사하는 것을 의미한다. KT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인선 과정의 불투명성을 이유로 구현모 대표이사의 연임에 제동을 걸면서 의결권 강화 움직임을 보여왔다. 이에 KT는 대표이사 인선을 원점으로 돌리고 결국 공개경쟁 방식을 도입, 이번 인선 절차를 진행했다.

하지만 최종 후보군에 낙점된 4인 후보가 모두 내부 출신으로 구성되면서 정부와 정치권의 거센 압박이 이어졌다. 7일 면접에 참여한 후보자 4명은 △윤경림 사장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사장) △신수정 KT Enterprise부문장(부사장) △임헌문 전 KT Mass총괄(사장) 등으로 모두 KT 출신이다. 유력설이 돌았던 정·관계 인사들은 최종 후보군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내부 출신으로만 구성되자 정부에서도 불편한 기색을 표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일 “공정하고 투명하게 거버넌스(지배구조)가 이뤄져야 한다”며 “그게 안 되면 조직 내에서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일어나고 손해는 국민이 볼 수밖에 없지 않냐는 시각으로 보고 있다”고 입장을 보였다. 

◇ 계속되는 인선 개입 논란… 흔들리는 KT

KT는 2002년 민영화 됐다. 현재 특정 대주주 없이 주주들이 조금씩 지분을 나눠 갖고 있는 ‘소유분산기업’으로 분류된다. 지난해 9월 30일 기준 소액주주의 KT 지분 보유율은 57.36%다.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은 KT 지분 8.53%를 보유해 단일 주주로는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 중이다.

KT는 민간 기업이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표 선임 과정에 정치권의 개입 논란이 되풀이되고 있다.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 공교롭게도 기존 대표이사는 검·경 수사를 받고 물러나는 모양새가 연출됐다.

KT 출신인 남중수(2005~2008) 전 대표는 2008년 2월 이명박 정부 출범 같은 달에 연임했다. 이후 같은 해 11월 배임 혐의로 구속돼 새로운 대표 선임절차가 시작됐다. 이석채(2009~2013) 전 대표는 김영삼 정부에서 정보통신부 장관을 역임한 인물이었다. 이석채 전 대표 또한 2013년 2월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이후 거취가 흔들렸다. 이석채 전 대표는 2013년 11월 배임 혐의로 검찰 수사가 진행되자 대표에서 사퇴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KT 대표가 된 황창규(2014~2020) 전 대표는 문재인 정부에서 임기를 마쳤다. KT 민영화 이후 연임에 성공해 6년 임기를 모두 채운 사람은 삼성전자 출신인 황창규 전 대표가 유일하다.

구현모 현 대표도 남중수·이석채 등 전임자들처럼 새 정부 출범 후 1년 안에 물러나는 수순을 밟게 됐다. 그는 지난해 말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낙점됐다가 국민연금의 제동으로 연임이 불발됐다. 

◇ 주총서 표대결 펼쳐지나… 국민연금, 반대 의결권 행사 여부 주목

우여곡절 끝에 윤 후보자가 새 수장으로 낙점됐지만 앞날은 불투명하다. 국민연금이 윤 후보자의 대표 선임 안건에 대해 반대의결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어서다. 

일각에선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과정에 정치적 이해관계가 개입되면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의 KT 대표이사 인선 개입 배경에 낙하산 인사를 위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무성한 가운데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가 보다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전화통화에서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일이 발생하면 국민연금이 당연히 스튜어드십코드를 이행해 주주권을 행사해야 한다. 그러나 낙하산 인사를 선임하는 데 국민연금 의결권을 동원하는 것은 스튜어드십코드 이행에 반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KT가 주인 없는 회사여서 정부 관련 사람들을 대표로 넣고 싶어 하는 일들이 있었다. 낙하산 인사는 지양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연금기금운용지침’ 제4조(기금운용 원칙)에 따르면 △가능한 한 많은 수익 추구 △안정적 운용 △국내금융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감안한 운용 △국내금융시장 충격 최소화 △환경·사회·지배구조 등을 고려해 신의를 지켜 성실 운용 등의 원칙이 있다. 지침은 ‘다른 목적을 위해 원칙을 훼손하면 안 된다’고 규정했다.

한편, 대표이사 선임 리스크는 KT 주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KT 주가는 대표이사 선임 리스크가 시작된 지난해 12월 28일 이후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7일 KT는 3만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해 12월 27일 종가(3만6,300원)과 비교하면 15% 하락한 수준이다. KT의 주가는 8일 장초반부터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근거자료 및 출처

박성중, 김영식 KT 대표 선임 관련 국회 기자회견

2023. 03. 02 국회

국민연금기금운용지침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

KT 사외이사의 선임ㆍ해임 또는 중도퇴임에 관한 신고

2023. 03. 07 전자공시시스템
KT 주가 현황
  한국거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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