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의 세율을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종량세’ 적용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지만 위스크 세율 조정을 위해서는 같은 증류주 항목에 속하는 소주에 대한 세율 조정이 불가피하다. 사진은 디아지오 조니워커 블루라벨 한정판 고스트 앤 레어 5번째 시리즈 ‘포트 던다스’. / 디아지오 코리아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주세법은 수년째 주류업계의 화두 중 하나다. 특히 ‘위스키’에 대해 우리 정부가 과도한 세금 부과를 한다는 지적은 끊이지 않고 있으며 개정의 목소리가 크다.

우리 정부는 증류주에 대해서는 가격에 비례해 세금을 책정하는 ‘종가세’를 적용하고 있다. 종가세 적용을 받는 증류주에는 소주와 위스키가 포함되는데, 부과되는 세금은 주류 가격의 155%에 달한다.

위스키·보드카·브랜디 등과 같은 증류주 과세 기준은 △수입 관세 20% △주세 72% △교육세 30% △부가가치세 10%다. 위스키와 브랜디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우선 관세 20%를 부과하고 여기에 주세 72%를 매긴다. 교육세는 제품 수입 가격을 제외한 관세와 주세(세금)에 대해 30%를 부과하며, 이를 더한 총액에 10%를 부가세로 과세한다.

예시로 수입 가격이 10만원인 위스키라면 세금만 15만5,552원이다. 최종적으로 소비자들이 구매할 때는 국내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마진도 감안해야 해 대형마트 등에서 판매되는 가격은 이보다 더 비쌀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일부 주류업계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주류 가격에 비례해 세금을 부과하는 종가세를 폐지하고 알코올 도수와 양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종량세’로 통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정부에서는 위스키 종량세 도입을 꺼려하는 눈치다. 위스키에 종량세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증류주(스피릿)’에 대한 세금 부과 방식을 종량세로 바꿔야 한다. 이 경우 증류주에 속하는 소주의 세율도 위스키와 동일하게 적용한다.

국내 주류업계에서는 증류주 종량세 도입에 이견이 많은 상황이다.

증류주에 종량세를 적용하면서 동시에 소주 주세에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알코올 함량 21% 증류주 1ℓ’에 대한 주세를 현행 소주 주세인 947.52원 정도를 기준으로 잡으면 알코올 함량 1%마다 45.12원이 부과된다. 이 경우 소주의 가격 변화는 크지 않다. 다만 알코올 함량 40% 위스키에 부과되는 주세는 약 1,804.8원으로 크게 줄어든다. 10만원 이상 위스키의 현행 종가세 주세(72%)와 비교하면 주세가 5% 미만 수준으로 떨어진다.

반대로 위스키에 부과되는 주세를 기준으로 종량세를 매기거나 소주와 위스키 중간 정도로 세금을 매긴다면 소주 가격이 인상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결과적으로는 위스키 가격 인하 또는 소주 가격 인상이 불가피해져 상대적으로 소주의 경쟁력 하락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국내 주류업계의 반발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주류에 대해 종량세 적용을 검토할 당시, 소주와 위스키 등 증류주에 대해서는 과세 기준을 변경하지 못하고 종가세를 그대로 적용할 수밖에 없었다.

과거 유럽연합과 미국에서는 우리나라 주세 제도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 주세법에 문제가 있다는 점이 인정돼 정부가 주세법을 개정, 증류주에 대해서는 72%의 주세를 부과하는 것으로 확정됐고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 픽사베이 
과거 유럽연합과 미국에서는 우리나라 주세 제도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 주세법에 문제가 있다는 점이 인정돼 정부가 주세법을 개정, 증류주에 대해서는 72%의 주세를 부과하는 것으로 확정됐고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 픽사베이 

◇ 위스키 ‘종량세’, 소주 ‘종가세’ 각각 적용 불가능?… WTO 국제 기준 따라야

그렇다면 위스키에 대해서는 종량세를 부과하고, 소주는 현행 종가세를 적용하는 방법은 불가능할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이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과거 위스키와 소주에 대해 주세를 다르게 적용한 때가 있었다. 1970년대 우리 정부는 위스키를 고가의 사치품으로 분류하고 1974년 위스키 주세를 250%까지 매겼었다. 이후 △1975년 200% △1991년 150% △1994년 120%, △1996년 100% 등으로 조금씩 세금을 낮추면서 조정이 이뤄졌다. 그러나 소주에 대해서는 주세를 30∼35% 수준으로 부과했다.

이러한 국내 주세법에 대해 유럽연합(EU)과 미국은 각각 1997년 4월과 5월 연이어 문제를 제기했다. 서구권 국가들은 우리나라의 주세법에 대해 “같은 술(증류주)에 다른 세율을 적용하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꼬집으며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소주가 위스키·보드카·브랜디 등과 같은 ‘증류주’로 분류됨에도 한국에서는 소주에 대해 세율을 다르게 적용해 차별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 결과 1998년 8월 1일 WTO 주세패널(분쟁조정기구)은 “소주 보호를 목적으로 같은 증류수인 위스키에 대해 고율의 주세를 부과하는 등 차별과세하고 있다”는 미국과 EU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에는 “소주와 위스키의 차별을 없애도록 주세법을 개정할 것”이라고 권고했다.

우리 정부는 WTO 주세패널 패소에 따라 상소를 결정했지만 WTO 상소기구는 한국의 주세 제도에 대해 “WTO 협정에 위배된다”고 지적하며 앞서 주세패널의 결정을 그대로 수용한다고 최종 판정을 내렸다.

결국 우리 정부도 WTO 권고를 수용해 1999년 주세법을 전면 개정하면서 소주를 포함해 위스키·보드카 등 증류주에 대한 주세를 72%로 통일했다. WTO에서 소주를 위스키·브랜디·럼·진·보드카·데킬라·리큐르와 동일한 증류주(스피릿)로 분류하고 동일한 과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판결함에 따라 다른 세율을 적용할 수 없다는 얘기다.

결국 현행법상 위스키 등 수입 증류주에 대한 과세를 조정하기 위해 위스키 과세 기준을 ‘종량세’로 변경하려면 소주도 동일하게 종량세 적용이 불가피한 상황인 셈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WTO 제소 결과로 인해 증류주에 대해서는 동일한 과세 기준을 적용해야 하고 다르게 적용할 수가 없다”며 “지난번에 주류의 과세 기준을 종량세로 변경하는 것을 검토할 때 주종을 분석했지만 당시 업계 내에서 이견이 많은 부분(증류주)에 대해서는 종량세 전환할 수 없어서 이견이 없는 맥주와 탁주(막걸리)에 대해서만 전환을 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 최종 결론: 사실
동일한 종류로 분류되는 주류에 대해서는 동일한 세율(주세)을 적용해야 한다.

 

근거자료 및 출처
EU·美 세계무역기구(WTO) 한국 주세법 문제점 지적 및 제소
1999. 06. 04 세계무역기구(WTO)
국내 주세법 제5조 주류 종류 구분 및 제8조 세율
2023. 03. 23 법제처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