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 보증보험 가입 요건 강화… 5월부터 전세가율 90% 적용 및 공시가격 인하
참여연대 “전세사기 피해 빌라에 집중… 보증보험 가입 요건 어려우면 더 심해질 것”
한국도시연구소 “공적재원 소진 심각… 전세가율 70% 이상까지 보증보험 가입 제한해야”

정부의 공시가격 인하로 빌라의 보증보험 가입 요건이 까다로워 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뉴시스
정부의 공시가격 인하로 빌라의 보증보험 가입 요건이 까다로워 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필주 기자  정부가 최근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공시가격을 전년 대비 평균 18.61% 인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주택 보유자의 재산세 등 보유세 부담 비중이 더욱 낮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다세대‧연립(이하 ‘빌라’) 주택의 경우 공시가격이 낮아지면서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공시가격 인하와 정부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증보험) 가입 요건 강화로 보증보험 가입 문턱이 더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 의견은 정부가 보증보험 요건을 더욱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과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견해 등으로 갈리고 있다.

◇ 전세가율 조정에 공시가격 하락까지 더해져 빌라 보증보험 가입 난항 

앞서 정부는 지난 2월 범정부 차원의 ‘전세사기 예방 및 피해 지원 방안’을 발표하면서 그간 전세가율(주택매매가격 대비 보증금 비율) 100%까지 가입을 허용했던 HUG의 보증보험 가입 요건을 전세가율 90% 수준으로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HUG는 오는 5월부터 전세가율 90% 수준의 주택만 보증보험 가입을 허용할 방침이다.

이보다 앞선 올해 초에는 보증보험 가입시 적용하는 주택가격 산정기준 중 공시가격 적용비율을 기존 공시가격 대비 150%에서 140%로 축소했다.

이로 인해 앞으로는 주택 공시가격의 126%(140%×90%)까지만 보증보험 가입이 가능해진다.

여기에 일부 감정평가사들이 전세가율 산정시 감정가액을 우선 적용해 고의적인 시세 부풀리기에 나선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정부는 빌라 등 주택의 전세가율 산정시 공시가격을 최우선 적용해 산정토록 제도를 개선했다. 

즉 보증보험 한도와 전세가율이 하락한 상황에서 공시가격마저 내려가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빌라의 전세보증금 상한선은 더욱 낮아지게 된 것이다.

지난달 부동산 중개업체 ‘집토스’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세가격이 하락하지 않는다는 가정 아래 공시가격이 10% 내려갈 시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빌라 전세계약 중 기존과 동일한 전세가격으로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못하는 주택은 71% 수준이 될 것으로 추산됐다.

이처럼 빌라 전세시장에 위기감이 불어 닥치자 최근 일부 빌라 주인들 사이에선 보증부 전세보증금을 낮추고 일부를 월세로 돌리는(‘보증부 월세’)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전세가격이 2억원(100%)일 때는 보증보험 가입이 불가능하지만 전세가격을 1억8,000만원(90%)으로 낮추고 200만원은 월세로 돌리면 보증보험 가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 ‘네이버 부동산’에 올라온(30일 기준) 강서구 지역 빌라 원‧투룸을 살펴보면 △보증금 1억3,700만원/월세 37만원 △보증금 1억2,000만원/월세 50만원 △보증금 1억6,200만원/월세 10만원 등의 매물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지난 22일 공시가격 인하를 발표 중인 원희룡 국토부 장관 / 뉴시스
지난 22일 공시가격 인하를 발표 중인 원희룡 국토부 장관 / 뉴시스

◇ 시민단체, 보증보험 가입 요건 ‘완화 vs 강화‘ 의견 분분 

시민단체 사이에선 빌라의 보증보험 가입 완화에 대해 각각 의견이 달랐다.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1팀장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실제 보증보험 요건이 까다롭다 보니 전세사기 피해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아파트에 비해 다세대‧연립(빌라) 주택에서 전세사기가 집중적으로 벌어지고 있는데 공시가격 급락으로 보증보험 가입까지 어려워지면서 문제는 더 심각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참여연대는 보증보험 가입 요건을 정부가 대폭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라며 “다만 현재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아 구체적으로 어느 수준까지 낮추자고 말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김주호 1팀장은 “지금 서울‧수도권 등의 다세대‧연립 공시가격이 어느 수준인지 보증보험 탈락요건에 해당하는 주택 수는 어느 정도인지 등 실태조사가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라며 “먼저 정확한 실태조사 후 어느 규모까지 보증보험 가입요건 완화가 필요한지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보증보험 가입기간도 굳이 제한 둘 필요가 있나 싶다”며 “전세기간이 2년인데 보증보험 가입은 계약기간의 절반인 1년 내 해야 하는데 대부분 문제는 전세보증금을 돌려 받는 계약 만료를 앞둔 시기에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보증보험 요건을 까다롭게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홍정훈 한국도시연구소 연구원은 “기본적으로 보증보험 가입요건이 크게 완화돼 있어 ‘깡통전세’에 속하는 주택도 보증보험 가입이 가능해 공적재원인 HUG의 기금이 소진되는 문제가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공시가격 하락으로 인해 보증보험 가입이 어려워진다고 보기 어렵고 그게 심각한 문제는 아니라고 판단된다”며 “기본적으로 전세가율 70%를 넘는 경우 보증보험 가입을 제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실거래 사례가 적은 빌라는 공시가격 기준으로 판단해 시세반영률이 너무 낮았던 것이 문제”라며 “이런 사안을 고려하지 않고 주택 보유자들의 재산세 등을 깎아주기 위해 정부가 공시가격을 낮춘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정태수 경실련 경제정책국 부장은 “경실련은 조만간 전세 문제와 관련된 이슈를 종합적으로 정리해 오는 4월 중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라며 “이에 앞서 정부의 공시가격 인하 조정에 따라 예상되는 부작용을 정리해 발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오는 5월부터 HUG의 보증보험 가입시 전세가율 90% 등이 적용된다. / 뉴시스
오는 5월부터 HUG의 보증보험 가입시 전세가율 90% 등이 적용된다. / 뉴시스

◇ HUG “추가 대책 고려하지 않아”

한편 보증보험 가입기관인 HUG(주택도시보증공사)는 아직 추가 대책 마련 등은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HUG 관계자는 “국토부 자체 조사결과 빌라의 경우 공시가격 하락률이 약 6~7%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아직 공시가격 인하가 적용(5월 1일부터 적용)되지 않은 상황에서 추가 대책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알렸다.

또 “최근 한 부동산 업체가 발표한 보증보험 가입 가능 빌라 주택 예상 수치는 전세가격이 그대로 일 것이라는 가정 하에 조사된 수치로, 전세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전혀 맞지 않다”며 “지난해부터 전세가격 하락추세가 이어지고 있는데 신규 세입자가 기존 가격으로 전세를 들어갈 일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살던 세입자 역시 기존 가격 그대로 갱신계약을 체결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며 항간의 우려를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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