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 워싱턴으로 출국 전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뉴시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 워싱턴으로 출국 전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한미정상회담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대통령실은 외교라인 교체의 여파를 겪고 있다. 4월 한미정상회담, 5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등 굵직한 외교 이벤트를 앞뒀음에도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전격 교체되면서, 대통령실 안팎에서 온갖 풍문이 나돌고 있다. 이에 대한 대통령실의 설명이 부족해 풍문은 더욱 무성해지는 상황이다. 

◇ 사의 표명한 지 51분 만에 ‘고심 끝에’ 수용?

30일 대통령실 안팎의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김 전 실장의 사퇴 뿐 아니라 의전비서관·외교비서관의 교체도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김일범 의전비서관이 자진 사퇴했는데, 한일정상회담을 며칠 앞둔 상황이어서 ‘경질성 사퇴’라는 추측이 나왔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개인 신상을 이유로 사표를 제출했다”고 반박했다. 

27일에는 이문희 외교비서관이 사퇴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날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취재진에게 “이 비서관은 1년 동안 맡은 바 임무를 다했고, 굉장히 격무였다. 임기를 마치고 돌아가는 것”이라며 “후임자가 내정 돼서 인수인계 절차를 밟고 있다”고 설명했다. 통상적인 교체라는 해명이었지만 외교관료 출신 참모 두 명이 연이어 사퇴했기 때문에 대통령실의 해명은 큰 설득력을 얻지 못했다. 

바로 다음날인 28일에 김 전 실장의 교체설이 흘러나왔다. ‘동아일보’는 의전비서관과 외교비서관의 교체에 이어 안보실장의 교체까지 외교안보라인 개편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는 취지의 보도를 했다. 이 교체는 ‘경질성 교체’라고 설명했다. 

같은날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김성한 교체설’에 대해 “사실과 다른 기사”라고 일축했다. 주요 외교 이벤트를 앞둔 상황에서 대통령실 외교안보 수장을 전격 교체한다는 게 비상식적이라는 것이다. 또 김 전 실장도 ‘동아일보’에 “사의 표명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28일 윤 대통령이 김 전 실장 등 안보실 참모들과 오찬을 가졌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교체설은 없던 일이 되는 듯 했다. 

그러나 바로 이튿날(29일) 오후, 김 전 실장은 돌연 사의를 표명했다. 김 전 실장은 언론 공지를 통해 “저로 인한 논란이 더 이상 외교와 국정운영에 부담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면서 국가안보실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물러나는 이유에 대해선 ‘한일동맹 복원, 한일관계 개선’의 토대가 마련됐으니 학교로 돌아가겠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고심 끝에’ 사의를 수용하고 곧바로 후임으로 조태용 주미대사를 임명했다. 김 전 실장이 기자들에게 사의 표명을 한 후 51분 뒤 김은혜 홍보수석이 이같은 내용을 전했다. 하루 만에 이렇게 뒤바뀐 데 대해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김 실장이 외교와 국정운영에 부담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여러 차례 피력했다. 제가 알기론 대통령도 만류했지만, 본인이 (사퇴를) 고수해 대통령이 수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조태용 신임 국가안보실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악수하고 있다. /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조태용 신임 국가안보실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악수하고 있다. /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뉴시스

◇ ‘합동공연’ ‘알력싸움’ 등 풍문만 무성

정치권에선 김 전 실장이 그만둔 배경을 ‘블랙핑크-레이디 가가 합동공연’ 문제 때문으로 보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부인인 질 바이든 여사가 합동공연을 제의했는데, 국가안보실에서 이에 대해 응답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미 행정부에서 회신을 몇 번이나 요청했지만 안보실은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윤 대통령은 이같은 사실을 3월 초까지 인지하지 못했다가 다른 경로로 이를 파악했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은 경위 파악 결과 김일범·이문희 전 비서관이 사태의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고, 이들이 직을 내려놓게 됐다는 게 대통령실 안팎에서 흘러나온 사퇴 경위다. 

이 과정에서 김 전 실장 역시 사퇴하게 됐다. 김 전 실장은 윤 대통령의 대광초등학교 동창인데다, ‘외교안보 스승’으로 알려져 있다. 김 전 실장 역시 경질성 사퇴로 볼 수 있다는 시각이 많다. 안보실장이 중책이긴 하지만, 곧바로 사의를 수용하고 후임을 내정하는 과정이 하루 만에 이뤄지기 어렵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또 김 전 실장 교체 과정에서 김태효 안보실 1차장의 이름도 거론됐다. 김 전 실장과 김 차장이 불편한 관계였고, 이로 인해 김 전 실장이 사퇴하게 된 것이라는 풍문도 돌았다. 새로 임명된 이충면 외교비서관이 김 차장과 이명박 정부 청와대 시절에 함께 일했다는 이력도 새삼 언급되고 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30일 기자들과 만나 “(김 전 실장은) 교수 출신으로 윤석열 정부가 들어설 때 한미동맹, 한일협력을 중시하는 외교방향을 세웠고 어느 정도 기틀을 잡은 상황”이라며 “(이제) 한미동맹 강화, 한미일 협력을 추진하고 외교적 디테일을 가미하는 데 학자출신보다 현장 외교 경험이 있는 조 실장이 적합할 수 있다는 흐름 속에서 변화가 온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조태용 신임 안보실장은 ‘북미통’의 외교관료 출신으로, 국민의힘 비례의원으로 있다가 윤석열 정부 초대 주미대사로 부임한 인물이다. 한미정상회담 준비를 맡는 데 적임자라는 평가다. 문제는 현직 대사가 이동하면서 이로 인한 여파가 이어진다는 점이다. 후임 주미대사로 조현동 외교부 1차관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같은 고위당국자의 연쇄 이동은 혼선을 불러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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